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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Jul 28. 2020

잔소리냐 라이프 코칭이냐

feat 미끼 던져 잡은 물고기 

"음~ 음~"


남편이 음~음~ 거리면서 밥을 먹고 있다. 


"여보 맛있어?"

"응 맛있어"


이때부터 나는 설교를 늘어놓는다. 


"여보, 그러면 음식이 딱 한입 입에 들어갔을 때! 그때에 말을 해야지. 이건 어떤 레시피로 한 거야? 참 맛있네 요렇게 딱 들어와 줘야지."


볼이 빵빵해져서 오물오물 밥을 먹는 남편이 피식 웃는다.


"크크. 잔소리 그만해"

"여보 이건 잔소리가 아니고 코칭이라고 하는 거야 라이프 코칭!!!"

"크크크 알았어 (로봇 같은 목소리로) 아- 맛-있-다- 됐지? 크크크크 "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여보 그거 알아?"

"뭐?"

"내가 잔소리하고 싶은 세 번 중에 두 번은 그냥 참는다는 거" 

"진짜?"

"진짜야! 내가 진짜 잔소리 안 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예를 들면 봐봐 여보. 오늘 아침에 내가 일어나니까 여보가 어젯밤에 끓여먹은 비빔면 그릇이 말라비틀어지고 있었지? "

"큭큭큭"(이때부터 웃음이 터짐)

"크크크 내가 밤에 뭐 먹고 나면 물에 담가놓으라고 100번은 이야기한 것 같은데 "

"크크크크크"

"아침에 눈뜨자마자 굳어가는 비빔면 소스를 보면서 내 기분이 어땠을까?"

"크크크크크크 깜빡했어"




신혼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연식이 늘어갈수록 남편이 점점 더 무뚝뚝해지고 표현력이 떨어지며 나와 같이 잘 살아보려는 노력이 줄어드는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인가. 

나는 잠시 '잔소리'와 '라이프 코칭'이라는 각자의 입장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 잔소리를 라이프코칭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조금 더 지혜롭게, 현명하게 말하고, 또 상대가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미리 알고 노력해준다면 삶이 훨씬 더 재미있고 유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밥 한 술 뜨자마자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남편이 있다면 난 정말 더 열심히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싹싹 말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먹기만 한다면, '맛있나 보다'라고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배가 고파서 저렇게 퍼먹는지, 정말 맛이 좋아서 그런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말'을 먼저 센스 있게 해 주면 인생이 더 평화롭고 행복해진다는 것이 내가 잔소리를 라이프 코칭이라 말하는 이유다. 



남편에게 물었다. 연애할 때랑 신혼 땐 안 그러더니 왜 그러냐고. 

남편은 건치 8개를 활짝 드러낸 채 웃으며 말한다.

"원래 다 그렇대 여보~ 내 주위에도 물어봐도 다 그렇대. 크크크크. 그리고 우리가 이제 신혼은 아니잖아"

충격적이다.

"그럼 여보 연애할 때 그렇게 나한테 상대를 잘 이해하는 리스너(Listener)가 되고 싶고 어쩌고 저쩌고 했던 거는, 그거는 다 뭐야?"

"(갑자기 연애 때 이야기하니 또 빵 터짐) 크크크크. 여보 그거는 물고기를 낚으려고 어부가 미끼를 던지는 거지 이제 물고기를 잡았는데 크크크크크크크크"

혼자 웃겨서 말을 잇지 못한다. 

부들부들. 뭐라고? 내가 미끼로 잡은 물고기라고?




몰래몰래 브런치에 들어와 내 글을 읽고 튀던 '읽튀' 남편이 8시간 전 구독자로 변심했기 때문에 남편도 이 글을 읽을 것으로 추측하고 글을 이어 가보겠다. 


"자, 여러분~! 물고기는 한번 준 코딱지만 한 미끼로 잘 살 수 있을까요? 

아니요! 계속 물도 주고 밥도 주고 잘 챙겨줘야 파닥파닥 싱싱하게 잘 살겠지요.

미끼 한번 줘서 내가 잡았다고 가만히 던져놓으면 물고기는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그래서 꼴까닥 죽고 말겠지요. 그 물고기가 꼴까닥 죽으면 미끼 던졌던 어부는 물고기가 해주는 밥도 못 먹고 물고기가 해주는 반찬도 못 먹고 결국에는 배가 고파서 꼴까닥 죽고 말겠지요. 

그러니까 어부 아저씨! 등 따숩게 배부르게 잘 살고 싶으면 물고기한테 잘하세요!"


이상!

오늘의 라이프 코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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