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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옹 Oct 06. 2020

뚠뚠이 꽈배기

모양보다 중요한 건 맛!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느긋하게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운다.


“여보!!(찰싹) 여보 여보!! (찰싹찰싹!) 일어나!! 오늘 꽈배기 해준다고 했잖아~!”


요즘 남편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가운데 몇 가지는 요리에 관한 것인데, 그중에 백종원 선생님의 채널을 보면 너무 해 먹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했다.


백 주부님의 요리 채널을 보던 남편이 어제 갑자기 꽈배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난 아침부터 궁둥짝을 두들겨가며 단 잠을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응? 음음 응 해줄께 해줄께.”


일어나 마트로 간 남편은 마치 가루 요리사처럼 여러 가지 가루들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밀가루, 땅콩가루 기타 등등 알 수 없는 가루들이 주방에 펼쳐졌고 드디어 남편이 꽈배기 만들기에 돌입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떨리네.”

“레시피를 보고 해 봐 여보!”

“아 큰일났다. 계량컵이 없네.”


제빵 레시피에는 계량컵으로 들어가야 하는 적절한 양이 나와 있는데 집에는 계량컵이 없었다.


“진짜 내 느낌대로 해볼게. 여보 맛있게 되라고 기도해줘.”


남편의 태도는 사뭇 비장했다. 맛있게 되라고 기도까지 부탁하다니. 은혜로운 토요일 아침이었다. 고소하면서 달달한 꽈배기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철퍼덕철퍼덕”


반바지에 흰 런닝을 걸친 채 반죽에 집중한 그의 모습에선 반드시 이 꽈배기를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20여분이 지났을까, 동그스름한 보름달같이 예쁜 반죽이 완성됐고, 또다시 두 시간가량 숙성을 기다려야 했다.


"나도 한 번 보면 안 돼?"

"안돼. 덮어놓고 부풀 때까지 기다려야지."

"잉? 부풀어? 신기하다."

"그럼~. 아 맛있어야 할 텐데."

"여보 근데 처음 한 거 치고 반죽 진짜 잘했다.~"


신기하게도 숙성이 되는 동안 반죽은 부풀어 올랐다. 집에서 빵 종류를 직접 만들어보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남편은 반죽을 뜯어내 꽈배기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에 밀가루를 살짝 묻히고 비장하게 모양을 빚 어가는 남편 옆에서 나는 대충 슥슥 굴려 뚱뚱한 꽈배기를 만들었다.


"짜잔~"

"여보. 예쁘게 좀 해봐. 다시 다시!!"

"왜애.. 이상해?"

"꽈배기 모양이 너무 안 예쁘잖아."

"자꾸 다시 쪼그라들어서 잘 안되는데.."


모양이 내 뜻대로 잘 만들어지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다.


"그럼 내가 튀길게. 여보가 모양을 만들어."

"그래 좋아."


그렇게 해서 남편이 꽈배기 모양을 만드고 내가 튀기는 2인 1조의 공동 작업이 시작됐다.  그런데 신기한 건 기름 속에 들어간 반죽이 다시 부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여보. 여기서도 또 부푼다."

"그러네. 엄청 얇게 만들어야겠다!"


꽈배기의 모양은 점점 다리를 꼬고 있는 뚱뚱이 인형처럼 바뀌고 있었지만 그래도 노르스름하게 잘 튀겨져 맛있어 보였다. 남편은 후반부로 갈수록 예쁜 모양의 꽈배기를 만들어냈다.


설탕을 솔솔 뿌려 따끈한 수제 꽈배기가 완성되자 가장 먼저 아이가 달려들었다.


"후~~~ 후~~!! 맛있다!!"


역시, 빵과 떡은 나오자마자 먹을 때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고소한 기름에 달콤한 설탕까지 뿌려지니, 뱃속 깊은 곳까지 따뜻함과 달달함이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보! 너무 맛있어! 처음 했는데 어쩜 이렇게 맛있게 했어?"


나는 눈 앞에서 노르스름하게 잘 튀겨진 꽈배기 두 개를 먹어치웠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선보여 준 남편이 고마웠다.

남편도 나와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예쁜 모양으로 잘 구워진 꽈배기 몇 개를 골라 이웃집 한국인 언니에게 나눠주기까지 하니 뿌듯함이 더했다.


물론 튀김 박사가 남긴 가루의 흔적들을 치우는 건 내 몫이었지만, 달달함을 충전한 덕에 정리정돈도 즐거웠다.



인생에도 꽈배기같은 ‘과한 달달함'이 아주 가끔씩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꽈배기야  몇 달 뒤 다시 만나자! (또 해줘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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