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여군'이 바라본 '가짜 사나이'

저기요, 나는 '사나이'가 아닌데요..?

by 짠맛토커

가짜 사나이가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흔들었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기사와 이슈들이 쏟아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콘텐츠 제작은 종료됐다.

하지만 내 마음 한편에 이 '사나이'라는 단어가 주는 반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나는 군대를 떠난 지 7년도 더 된 퇴역 군인이자 여자 사람이지만, 20살부터 "멋진 사나이" 군가를 불러댔던 경험을 소유한 자로써,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을 한번 써볼까 한다.




여중, 여고를 마치고 성인이 된 나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타이틀은 '생도'였다.

민간인에서 군인으로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육체 훈련을 받았고 교육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군가 교육이다. 8중대까지 있는 생도대에서 나는 1중대에 속했다. 같은 중대에는 학년별로 20명 정도의 인원이 있었다. 내 기수는 모두 21명이었는데, 이 중 19명이 남생도, 나를 포함한 2명이 여생도였다.

이 중에 사나이가 아닌 1명이 나다


우리는 매주 1가지의 군가를 새롭게 익혀야 했다. 선배가 앞에서 선창을 하면 따라 하는 식이다.


"군가 자세를 취하라"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이고 두 손을 허리에 올리며) 얍"


그렇게 나는 내 앞에 서있는 동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다양한 군가들을 익혔다.

아직도 기억나는 몇 가지 군가들이 있지만, 정말 많은 군인에게 알려진 대표적 군가로 "멋진 사나이"가 있다.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

싸움에는 천하무적

사랑은 뜨겁게 사랑은 뜨겁게

바로 내가 사나이다

멋진 사나이


육/해/공/해병에 따라 조금씩 가사는 달라지지만,

대체로 멋진 사나이의 가사는 위와 같다.


구보를 할 때마다 끊임없이 군가를 이어가며 부르는데, 15~16년 전 당시를 회상해보면, 멋진 사나이라고 목청껏 외치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과연 내가 사나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맴돌고 있었다.



사나이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사나이의 사전적 정의는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의 '남자'를 이르는 말.


내가 다닌 공사의 경우 여생도는 전체의 10%였다. 선발 자체를 그렇게 했다. 그래서 내가 속한 중대에서도 남:여의 비율은 19:2였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아(?) 나 말고 다른 여자 동기가 있었지만, 아예 혼자 있는 동기들도 몇몇 있었다. 입교했다가 학교를 그만둔 여생도들이 졸업 전까지 4명 있었다. 내 기수에서 함께 임관한 여군은 14명이었다. 그러니 그 해에 사관 출신 공군 여장교는 단 14명이 배출됐다는 뜻이다.


아무튼, 아무리 여자가 군대에서 소수라고 할지라도, 소수라서 성이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진 않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라고 외쳐야 했다.


게다가, 갑자기 군가에서 사랑은 뜨겁게 라는 가사는 왜 나오는지, 왜 두 번이나 나오는지, 이 또한 지극히 혈기 왕성한 남자를 위한 가사가 아닌지?


사나이의 유의어 —-> 남아 남자 대장부 장정 건아

사나이의 반의어 —-> 여자 계집



가짜 사나이의 기원은 진짜 사나이였다. 진짜 사나이의 진짜 같지 않은 연출을 벗어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좀 더 진짜를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 가짜 사나이가 시작됐다.


하지만 아무런 정제함 없이 영상은 흘러갔고, 그 콘텐츠 안에서도 모든 것을 '리얼'로 담지 못하는 여러 가지 편집이 진행됐다. 결국 탈도 많고 말도 많던 가짜 사나이 제작진 측은 더 이상의 추가 제작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짜 사나이? 진짜 사나이?

가짜냐, 진짜냐. 그것을 따지기 이전에 나는 '사나이'라는 단어가 과연 우리나라를 수호하는 모든 군인을 잘 대변하는 단어인가를 먼저 짚어보기를 원한다.



2014년의 MBC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군의 비율은 4.7%에 그쳤다. 내가 군생활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했으니, 나는 여군 비율이 5%도 채 안 되는 환경 속에서 9년을 지낸 셈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여군 비율 (장교, 부사관)이 전체의 6.8%였다고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5년 사이 여군의 비율은 고작 2.1% 늘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여군의 비율을 8.8%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2년 뒤 여군의 비율이 8.8%가 된다 해도, 여전히 1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여전히 군에서 6~7%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여군들은, 오늘도 구보를 뛰며 '멋진 사나이'와 '사랑은 뜨겁게'라는 군가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군대'라는 영역에 대한 호기심, 관심이 다양한 군대 콘텐츠들을 만들어 냈고, 이는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은 특수부대 출신, 특전사 출신처럼, 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훈련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열광한다. 일단 흔한 이야기가 아니니까. 잘 듣기 힘든 이야기이니까.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이 갔다 왔을 /혹은 가야 할 '군대 이야기'이니까.


하지만, 퇴역 8년 차 여군 대위 출신으로써, 우리나라의 군대가 과연 여군을 얼마나 잘 포용하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난 사나이는 확실히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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