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머리 긴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의 성별은
우리 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주변 지인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16주,
이제 아기의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가 되자
임신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고가며 묻기 시작했다.
첫째 때는 분명 초음파에 너무나 분명한 로켓(?)이 보였기에
사내아이라는 것이 명백했고,
첫째 딸을 원했던 우리 부부는 한편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금 우리 첫째를 보면
성별이 무슨 상관인가 싶긴 하다만
그래도 둘째의 성별은 또 다시 관심이 갔다.
마음 한 켠엔 아들도 경험하고 딸도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우리 첫째 아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주변 어른들은 "아무래도 여동생을 보려나봐"라고 이야기하니 더욱 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우리 아들은 겨울왕국 엘사를 좋아하고,
블링블링한 왕관을 쓰고 다니는 걸 좋아하며,
한껏 몸치장을 하고 공연놀이를 즐기는 아이다.
외모도 귀엽고 그렇게 꾸미고 나가면 사내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딸이냐 여자냐 물을 때도 있다.
그렇다보니 둘째의 성별은 의사의 소견없이도 그냥 딸로 정해진 느낌이었다.
16주차에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없어 남편이 진료실을 나가기전 여쭈었다.
"혹시, 성별은 어떻게 되나요?"
"아, 아들인것 같아요."
오잉?
아들이라고?????
정말인가?????
의사선생님의 말씀이라면 정확할텐데
딸이라고 확신을 했어서였을까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희망을 버리지 않게 했다.
"그런데, 정확한건 24주지나야 알아요."
그러면,,, 24주까지 기다려야 한단말인가.
그때까지 희망고문이라도 해보자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기대를 했다가 실망한 모습이 엿보였지만, 아직 잘 모른다고 하니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리고 정밀 초음파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아들인지 딸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날이여서 긴장되었다.
초음파를 봐주시는 선생님께서
"어머, 담당선생님이 안알려주셨어요? 아들이에요!"
두둥!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아들'이라고 말씀해주시는 걸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렇구나. 우리에겐 반전이 없었다.
잠시 후, 조금 늦게 아빠와 초음파실에 들어온 첫째 아이는
선생님께 바로 물었다.
"선생님! 동생이 남자에요? 여자에요?"
"너는 형이 되고 싶어? 오빠가 되고 싶어?"
"나는 머리 긴 동생이 좋은데..."
"아들이야.."
"그러면 남자에요? 여자에요?"
초음파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적잖이 당황스러워보였다.
그리고는 집에가는 차 안에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 긴 여자 동생이 좋은데...."
어쩌나,,, 성별을 바꿀 수는 없는데...
우리 아들의 마음은 괜찮아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