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잠깐 볼 수 있는거야?
이제 출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 날에 아이에게
"이제 두 밤만 자면 엄마가 아가 낳으러 가야해."라고 말하자
아이는
"엄마! 세 밤만 자고 가면 안돼? 한 번만 더 자고 가자. 응?"이라고 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게다가 당장 오늘 밤이라도 뱃속 아이가 나오겠다고 하면 더 일찍 만날 수도 있고
아이의 진짜 마음을 알아주고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시우야, 너 엄마랑 더 많이 놀고 싶구나?"
"응. 난 엄마가 제일 좋아. 엄마는 내거야."
얼마전만해도 아이에게 엄마가 아기를 낳으러 가는 날을 이야기하면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그 날을 상상만해도 너무 슬펐던 모양이다.
엄마랑 헤어져서 있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출산 전날인 오늘은 급기야
"엄마, 내일 아기낳으러 가? 그러면 잠깐이라도 볼 수 있는거야?"라고 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도 울컥했다.
잠깐이라도 볼 수 있게 꼭 해야지 다짐했다.
병원 방침도 코로나 이후로 바뀌어서 면회가 안되다보니
조리원까지 연달아 가버리면 아이는 엄마와 보름이상 만날 기회가 없다.
추석연휴 이후 단순 감기로 아팠던 아이는
고열이 지속되었고,
주말을 지내고 난 후 기관지염 진단을 받았다.
아이는 밤마다 고열에 시달리며 기침을 했다.
나는 아이의 고열이 시작된 후로 새벽 잠은 포기해야했다.
다음 날 낮시간은 잠을 자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피곤했다.
친정 부모님 댁에 가서 잠깐 아이를 부탁하고 잠을 청해야했다.
뭐 그 덕에 오래간만에 새벽 공기를 마시며
올빼미 놀이를 했다.
몇 일간 올빼미가 되어보니 새벽녘 시간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다음 날 낮 시간이 힘들뿐...
이제 갓난 아기가 태어나면 또다시 뜬 눈으로
혹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지내야 할 텐데
연습이다 생각하며 지내본다.
새삼 건강한 일상의 감사함을 되새겨본다.
아이가 아프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다.
내 시간을 가진다는 것 조차도 그냥 사치스럽다.
긴 밤 내내 아이가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어내고 토하고 고열이 나고
아이도 밤 동안에 견뎌내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을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으니 아침엔 늦잠을 잤다.
얼른 열이 떨어져서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당장 내일 출산을 하러 가야하는데,
아픈 아이를 두고 가려니 마음이 영 불편하다.
지금 상태에서 호전만을 바랄 뿐이다.
아이를 돌봐줄 외할머니가 계셔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문득, 코로나가 왕성하던 시절엔 아이들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다.
어떤 엄마는 아픈 첫째를 데리고 병원에서 함께 지냈다고 하고,
어떤 엄마는 첫째와 조리원에서 지냈다고 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 병원, 그 조리원은 첫째 아이와의 동반을 허용하는 곳이었나보다.
아이 동반이 어려운 곳에서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에 돌봄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싶다.
건강이 최고이지만,
평범한 일상이 늘 내게 제공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 평범한 일상은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한 일상이라는 것을
내게 소소한 하루 하루가 감사한 하루 하루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고
출산 전에 아이와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나보다.
이런 사소한 깨달음들을 알게되는 건 정말 럭키비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