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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쌤 Oct 09. 2024

둘째를 만나다.

내 첫 아가와 인사도 못나누고 나오다.

둘째를 출산했다.

첫째를 제왕절개로 출산해 둘째는 출산방법 선택여지가 없었다. 

그 덕에 좋은 날짜를 정했고, 둘째는 정해진 날짜에 계획대로 나오면 되었다. 


나는 둘째 아이가 34-35주가 지나면서부터부터 생리통같은 가진통을 느껴 늘 긴장상태였다. 

경산모는 아이를 빨리 만난다는 주변 경험자들의 말에 따라

내가 아무리 계획했더라도 내 마음대로 안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 


둘째를 만나기 전 날, 

나는 복통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마치 진통을 느끼듯 배가 너무 아파서 꿈쩍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화장실 신호가 오면 가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왜인지 예행연습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둘째를 만나기로 한 날 새벽녘,

잠도 안오고, 챙기다 만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가며 빠진 것은 없는지 체크했다. 

그러다 잠깐 앉아 쉬고 있는데 무언가 주륵 속옷에 흘러 뭍어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첫째를 낳으러 가던 새벽에 경험했던 양수가 터진 느낌과 사뭇다른것 같은데

그래도 단순 분비물 같아 보이지 않았다. 

진통이 오는 것처럼 배도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야했다.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아이가 나오려고 하면 어쩌지.

수술하기전에 급작스럽게 진행되면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괜찮겠지.


출산을 앞두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한편, 그동안 가진통을 흠씬 느꼈는데 

아이가 자기가 태어날 날짜를 알듯 

신호를 보내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며 신통방통하기도 했다. 


친정엄마께 전화를 했다. 

첫째가 자고 있는 새벽이고, 병원에 동행할 수 없어 친정엄마가 오셔야 했다. 


엄마가 오시고 나서 

아이와 인사를 나누려고 했는데, 아이가 너무 곤히 잠들어 있었다.

흔들어 깨워봤지만, 결국 첫째와는 인사를 못하고 나와버렸다. 


첫째 아이가 밤에 자기 전에 걱정했던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엄마가 없을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다니....

아침에 얼마나 속상해할까 싶어 나도 덩달아 마음이 무거웠다. 


병원에 도착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라 금새갈 수 있었다. 

요즘 병원 대란인데, 이런건 참 감사했다. 


병원에 들어가 양수검사부터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양수가 아닌것 같다고 했다.

피비침이 있고 분비물이 나온것으로 보아 아이가 나오기 전 신호인 이슬이 맺힌것 같다고 했다.


원래 오늘 오전에 수술 예정이기 때문에 

집에 갔다오지 않고 입원 수속을 하고 대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수술 전 준비를 하고 수액을 달았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까지 대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유도분만을 할 때 그 느낌이 10분간격으로 오기 시작했다. 

너무 아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픈데 나는 자연분만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상 엄마들은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40-50분을 참다가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다.

너무 아픈데 괜찮은건지, 수술 시간을 당겨야 하는 건지 여쭈었다. 

당직의가 있는 시간이라 상의하고 알려주시기로 했다. 


태동검사 종이에 나타난 수치로도 나는 통증을 느끼고 있는것이 맞았다. 

당직 선생님은 나에게 진통제를 처방해주셨고, 

진통을 느끼는 것을 완화하며 수술 시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조처했다. 


진통을 느끼는 것도 조절이 가능한 것을 보며 새삼 의료기술에 감탄했다. 


대기 하는 중에 첫째가 아침에 깨어나 전화가 왔다. 

"엄마아~~!!!!!"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짖는 아이의 모습에 덜컥 눈물이 쏟아질뻔했다.


"엄마가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시우가 너무 곤히자고 있어서 더 깨우질 못했어. 

인사 못하고 나가서 미안해."


"엄마아~~!!!!!"

아이는 그렇게 계속 엉엉 울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엄마도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첫째와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수술 시간을 기다렸다. 


그렇게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수술대에 누워 발가벗겨진 채로 새우등을 하며 하반신 마취를 했다. 

팔이 묶이고 나의 하반신은 점점 마취가 되어갔다.


출산이 진행되었다. 

아이가 태어났다. 

첫째와 달리 울음소리가 정말 우렁찼다. 

이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지고 기대될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둘째를 만났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웠다.

만나서 반가워.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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