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대에 선 나 — 임용고사와의 만남

나를 다시 알게 된 시간

by 정은쌤

‘임용고사’는 내 인생 계획에 없었다.


대학 입시 결과의 변화는 나에게 다른 선택지를 안겨주었다.

교대가 아닌 ‘유아교육과’를 선택한 대가(?)는 ‘임용고사’를 봐야 하는 것이었다.


아빠는 대학 2학년때부터 임용시험 준비를 해야한다고 학원 다니기를 권유하셨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노량진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노량진 학원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

열심히만 하기엔 내 방법에 다른 방안이 필요했다.


막상 졸업반이 되자, 서울지역 티오는 0명이었다.

나는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다.

현장 경험 없이 시험에 붙어 현장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현장 경험을 먼저 쌓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단호했다.

경기도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서울을 다시 시험보라고 하셨다.


수능시험보다도 더 독했다.

그렇게까지 할 자신도 없었다.


사립유치원에 갈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근무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공립 유치원 종일반에 운이 좋게 1년을 근무할 수 있었고,

그만 두고 나서 내리 3년을 임용시험에만 매진했다.


매일 매일의 공부 루틴은 나의 일상도 생각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처음엔 정말 하기 싫은 공부였지만,

이 시험을 해 내고 나면, 나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내 미래도 달라지고,

무엇보다 아빠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의 울타리 영향은 상당히 컸다.

내가 놀고 싶은 것도, 내가 여행하고 싶은 것도

그 수많은 달콤한 것들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절제해야하는 그 힘듦을 견뎌야 했다.


임용시험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좌절스러웠다.

이 시험을 계속 봐야하는 건지, 합격은 할 수 있는건지 스스로 의심스럽기도 했다.


겨울 바람이 차게 부는 어느 날,

시험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사주, 타로를 친구들과 보러갔다.

시험보지 말고 다른 진로를 찾으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시험 운이 있으니 꼭 보라는 말만 듣고 왔다.


내 마음을 다독이고 시험을 봐야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단기로 대체 강사 일을 찾아 했다.

아이들을 만나면 현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조금씩조금씩 다독이며 현장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매일 하루 공부시간을 체크해 기록하고,

매일 공부하는 것들을 반복해 보면서 툭 건드리면 나올 수 있게 반복에 또 반복하고,

출제자 입장에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다.


시험에 가까워오면, 시험장에서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게

모의고사는 무조건 학원 현장에 가서 보았고,

시험 날과 같은 컨디션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간이 쌓여 나는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이 시간 덕분에 나는 다시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했다.

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긴 시간 공부를 하며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능을 준비하던 시간동안 무엇이 잘못되었었는지 깨달았다.

그 때 내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그 때 내가 이렇게 했다면 좋았겠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험 덕분에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취약점이 있는지를 알게 된 계기도 되었다.


수능을 성공적으로 보고, 내가 원하는 대학 또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갔다면,

그냥 내가 다 잘해서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만 알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운 무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내가 해내는 경험을 하며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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