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관점으로 발견하는 나

제3자의 눈, 나의 무대를 밝히다

by 정은쌤

나는 나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다른 사람 덕분에 내 안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일상을 공유하고 나누다 보면,
상대가 듣고 느낀 나의 특성·말투·습관이 내가 인식하던 나와 다를 때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시선으로 본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최근 PT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생각지 못했던 특성에 랜턴이 비춰졌다.
우리는 운동과 식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특히 식단은 일상과 밀접해서, 내가 어떤 음식을 즐기는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선생님의 지도 방향이 달라진다.


나는 요즘 ‘런데이’ 앱으로 초보 러너 30분 달리기 프로그램을 꾸준히 따라간다.
체계가 있는 구조 안에서 뛰는 방식이다.


이를 알고 있던 PT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은 짜여진 틀 안에서 수행을 잘하는 사람 같아요.” 돌아보니 맞는 말이었다.


12주 식단을 할 때는 주어진 메뉴를 그대로 지켜내는 데 강했다.
그런데 유지 식단으로 넘어와 자율적으로 하자, 추천받은 기록 앱에 충실히 적어도 단백질 비율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계획한 만큼 먹지 못했고, 오히려 체지방이 늘었다는 지적도 들었다.


나는 아마 갖춰진 틀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틀과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반대로, 경계가 무너지거나 루틴이 깨지면 그걸 견디기가 어렵다.


이런 기질은 변동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육아의 현장에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안정적으로 확보된 나만의 시간을 유독 고집한다.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그 느낌이 좋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 그 시간을 누리기가 쉽지 않았다.
올빼미였던 나는 새벽 6~7시를 두드려 겨우 ‘내 시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 잠 패턴이 고정되자, 그 유일한 시간마저 녹아내렸다.

그리고 부작용이 찾아왔다.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면 육아 스트레스는 빠르게 올라갔고,
급기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과 대면해야 했다.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시간은 단지 여유가 아니라,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PT 선생님의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틀 안에서 잘하는 사람.”
이 말은 나의 한계를 지적하는 문장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조건을 밝혀준 문장이다.


타인의 관점은 때로 불편하지만, 나의 연출 버튼을 찾아내는 조명이 된다.

그리고 결국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그 눈빛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잘 돌보는 방법을 배운다.


오늘도 나는 내 장면을 내가 정한다.

시간의 틀(새벽 30분~1시간), 도구의 틀(런데이·기록앱), 복원의 틀(짧은 리셋 루틴)

이 틀들로 나의 무대를 세운다.


주인공인 나의 무대에서 나의 꿈과 미래를 그리고 연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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