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
부모라면 아이의 '애착인형', '애착이불'과 같은 물건들과 얽힌 에피소드를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꼬질꼬질해져도 바꾸거나 버리지 못하고, 몰래 바꾸어 놓았더니 기가막히게 아닌 것을 알고 원래 것을 내놓으라며 울구불구 난리가 나고, 여기 저기에서 포근히 안고 있으라고 여러개를 구입해 비치해 놓아도 꼭 한가지만을 고집하는 그런 특별한 존재인 이 물건.
우리 아이에게도 특별한 '애착 인형'이 있다.
아주 어릴 때에는 아이와 어울리는 작고 귀여운 '용용이' 공룡인형을 선물했다. 이 인형을 들고다니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용용이'라 이름을 붙이며 늘 안고 다니고 잘 때 꼭 껴안고 잠들었다.
이 '용용이'가 점점 헤지고 낡아질 무렵, 아이의 아빠는 새로운 '용용이'를 구입해 바꾸어주려했다.
하지만 아이는 두 '용용이'를 다 가지려 했고, 결국 애착인형이 두 개로 늘어버렸다.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것은 두번째 새 용용이가 낡은 용용이가 될 무렵, 첫번째 용용이를 아이는 구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아파트 나눔 상자에서 '토끼인형'을 가져왔다.
내가 보기엔 별로 예뻐보이지 않는 그 인형을 냉큼 들고 오더니 그날부터 '애착인형'이 되어버렸다.
외출할 때마다 이 인형을 꼭 챙겨갔다.
우리는 강원도 평창으로 가족여행을 갔다.
6월의 서울은 더웠지만, 평창은 시원하다못해 춥기까지 했다.
양떼목장도 가고, 월정사에도 들렀다.
양떼목장은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실컷 민들레씨앗을 뜯어 불면서 즐겁게 놀 수 있었다.
양들에게 먹이도 주고, 양떼 몰이하는 공연(?)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높은 고지에서 아이는 양들만큼이나 신나게 뛰어놀았다.
목장에서 내려오면서 아이는 피곤해 아빠에게 안겨 잠이 들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로 돌아와 아이가 깨면서 부터였다.
분명 아이 손에 들려서 함께 동행했던 '토끼인형'이 사라진 것이다.
추정컨데 양떼목장에서 차에 타면서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호텔 내부에서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해서 로비에 분실물이 들어오면 연락달라고했다.
양떼목장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고, 아이는 정말 속상해했다.
몇 일이 지나도 호텔에서의 연락도 없었기에
아이의 마음을 추스를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밖엔 없었다.
"'토끼'가 시우처럼 양떼목장이 너무 좋았나봐, 그곳에 있는 다른 토끼처럼 토끼가 되어서 친구들을 만나러 간건 아닐까?"
아이는 속상해했지만, 나름대로 그런 나의 말을 수긍했다.
그리고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새로운 토끼인형을 구입해 아이에게 선물했다.
새로운 토끼가 아이의 마음을 조금 어루만져주길 바라보면서 말이다.
인형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애착 인형'은 마음이 가는 인형이 새로이 생기기도 했다.
우연히 할머니와 마트에 가서 구입하게 된 '강아지 인형'은 '멍멍이'가 되면서 새로운 애착인형이 되었다.
손잡이가 달린 큰 인형을 들고 다닌다니 앞으로의 여정이 걱정도 되었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이 인형은 잠잘 때도, 속상한 마음이 들때도, 울고 싶을때도 늘 함께했다.
이 인형이 없이 외출했다가 돌아올때면 어김없이 '멍멍이'가 없어 속상해하다 잠들었다.
외출하거나 여행할땐 무조건 챙겨야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멍멍이'는 이전의 애착인형보다 더 오랜시간을 함께해왔다.
멍멍이의 배가 터져도, 꼬질꼬질해져도, 아이는 세탁조차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아빠가 꾀를 부렸다.
"오늘 아빠가 장난감을 새롭게 고쳐주는 아저씨를 만나러 갈건데, 멍멍이 털도 새롭게 바꾸어주고 배에 터진 자국도 매꾸어준대. 아빠가 회사갈 때 잠깐 가지고 가서 아저씨한테 맡겼다가 저녁에 돌려줘도 괜찮을까?"
아이는 자기 전에만 가지고 오라고 신신당부했고, 그렇게 새로운 인형과 헌 인형을 교체할 기회가 되었다.
의외로 아이는 새로운 강아지 인형을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했고, 그 인형은 시간이 지나 다시 꼬질꼬질 인형이 되어갔다.
정말 언제 어디서나 함께했다.
엄마에게 섭섭해지고, 억울한 마음이 생기면 마음을 다독일때 함께해주는 친구였고,
눈물이 나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 진정하고 있을 때 위로해주는 친구였고,
여행갈 때나 외출할 때 말동무가 되어주는 친구였고,
잠잘 때나 쉬고 싶을 때 포근히 안아주는 친구였다.
그랬던 '멍멍이'를 몇 일전 잃어버렸다.
아이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생겨버렸다.
아이와 다녔던 동선을 샅샅이 뒤졌다.
갔던 곳에 상점에도, 호텔 로비에도 분실물로 들어온 물건이 없는지 여러번 물었다.
커다란 인형이기에 안보이는게 이상했다.
분실물로 들어와도 바로 알아챌만큼 큰 인형이라 그걸 누가 가져갔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토끼인형'처럼 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나와 아이의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호텔 측에 용기내어 CCTV확인을 요청했다.
내가 직접 열람을 할 수는 없다기에 호텔의 연락을 기다려야했다.
우리는 일단 집으로 갔다.
그 날 저녁,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인형을 떨어뜨린 지점에서 누군가가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주인이 있는 물건을 가지고 갔으니 이제부터 '점유이탈물횡령'으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속상함과 허탈함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예상치도 못했던 일에 스트레스 또한 밀려왔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져갔다.
부디 어떤 방법으로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