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7길 20 A동 2층 132호(주교동, 방산종합시장)
그래서 온라인 책방 linktr.ee/glaeso_book
인스타그램 @glaeso_book
독서가 평범한 사람들의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책방은 누구나 책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먼저, 책방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현행 책방을 시작할 때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수준 높은 독서랄까요. 그런 영역에서 자신들이 책을 읽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저런 독서 문화를 나누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겼고, 책방을 열게 됐어요. 책방을 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 평범함을 저희 책방의 모토로 잡았어요. 누구나 와서 재미있는 책을 가져갈 수 있고 진입이 어렵지 않았으면 해서요.
이 곳 방산시장에 자리잡게 된 이유도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작용했어요.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책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해서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책들을 많이 놓으려고 해요. 어느 책을 집어가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들을요.
책방을 하시면서 소소한 책방 프로젝트도 함께 운영 중이시잖아요. 그 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오주현 그래서 목요일이죠. 그래서 목요일에 일일점장 프로젝트요. 작년부터 책방의 정기휴일을 활용해 책방을 이용하는 누구나 일일점장이 되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획의도가 저희가 준비해서 저희가 추진한 행사가 아니라 책방 이용자들이 책방을 마음껏 이용했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훨씬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목요일의 활동 기록을 모아서 했던 아카이빙 전시도 했었는데, 그 이후로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요?
이현행 전시 이후로 코로나 때문에 행사는 많이 못했는데, 마음은 콩밭님이라는 분의 바느질 수업도 있었고, 청소년 상담하시는 세 분이 오셔서 상담실을 열었었어요. 상담교사로 임용고시를 준비하시는 세 분이 시험을 보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책방에서 상담을 했었어요.
오주현 우리 상담해주니까 올 사람들은 오세요 하고 공지를 했는데, 정말 오신 거예요.
이현행 그런 상담실이 있어서 거기에 오신 분들이 다음에 또 만나서 모이기로 약속도 하고요.
오주현 그 분들이 친구가 되기도 했어요. 저희도 들은 이야기죠. 그리고 한번은 서점에서 일하셨던 분이 오신 날도 있었는데, 엄~청난 매출을 올리셨어요. 그날.
이현행 혜화동 책방에서 일하셨던 분이 일일 점장을 하셨어요. 일 하시면서 저희 책방을 지켜봐 오셨대요. 어느날 신청하셔서 오셧는데, 깜짝놀랐어요. 엄~청난 사람들이 왔다 갔더라구요. 그날.
오주현 매출도 어마어마했구요. 그림도 그려놓고 가셨고요. 그런 일도 있었고. 혼자 낭독회하고 가셨던 분도 계시고.
이현행 책방에 있다 보면 독서모임이나 저자들이 와서 강연을 한다거나 그런 프로그램들을 하게 되는데, 저희가 방산시장에 있다보니까 아무래도 메이커라던지 핸드메이드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책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크라메라던가. 다양한 책들을 구비해 놓으려고 해요. 책방에서 책을 매개로 하는 생활 밀착형 클래스도 기획하고 있어요.
매번 방산시장만의 색과 장소성을 책방 콘텐츠에 담아 잘 녹여내시는 것 같아요.
오주현 <꿰매는 생활>이라는 책이 있어요. 어떤 분이 마스크를 만들어오셨는데,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거예요. 그런데 일부러 뚫으시고, 일부러 메꾸신 거예요. 구멍이 살짝 났는데, 살짝 난 구멍으로 버릴 수가 없으니까요. 다른데도 일부러 다 뚫으셔서 메꾸는 작업을 한 거죠. 그런 걸 모아 만든 것이 <꿰매는 생활>이라는 책에 나와요. 내가 오래오래 좋아하는 물건이랑 오래오래 더 함께하기 위해서 이런 생활을 한다고 해요. 너무 멋지죠. 그분 덕에 이런 책도 들여놓기도 하고요. 이런 것도 하나의 문화구나 하고 알게 돼요.
이현행 우리나라에도 이런 숨은 고수들이 많으세요. 저희도 깜짝깜짝 놀라요. 그런 행사들이 기억에 남아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하고싶었던 것들이 안되고, 힘든 시기인데, 그래서 책방은 뭔가 더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재미있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오주현 네. 그래서 목요일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종종 있었어요.
이현행 독립출판 하시는 분들이 간헐적으로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거나 독립출판 관련된 작가 분들과 상담도 하셨어요.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오주현 추진하고 있는 거 있어요. 책을 리커버하는 프로젝트 <그래서 소중한 책> 그거 하구요. 출판 준비하고 있는 거 있어요.
이현행 저희 책방 다녀가신 분들이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실 때 저희 태그해주시는데, 태그가 되면 저희가 리그램해서 소개해 드리는 콘텐츠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게 <그래서 소중한 책>이에요. 꼭 우리 독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소중한 책과 거기에 얽힌 자기의 사연을 보내주면 우리가 그것을 받아서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거죠. 누군가에게 사연이 있는 책이 다른사람에게 전해질 때에는 그냥 전해질 때보다 그 사연과 함께 전해질 때 더 나한테 의미있는 책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소중한 작업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사연을 받아서 그림 그리는 분께 의뢰해 리커버 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있어요. 리커버하는 책을 그 사연과 함께 알리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더라구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이현행 8월에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가게 되어서 그 쯤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오주현 원고는 모였고, 일러스트는 지금 섭외해야하는 상황이에요.
이현행 모임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낭독 모임인데요. 여기는 상인 분들이 바쁘시니까 그냥 점심시간에 잠깐 모여서 자기가 읽었던 부분 중에 좋은 부분만 사람들 앞에서 읽어주고 가는. 그렇게 해서 책도 읽는 모임을 해보고 싶어요. 누구나 점심시간에 와서 모여서 각자 자기가 읽었던 책 한 줄씩 읽어주고. 커피 한 잔씩 마시고 헤어지는 그런 모임이요. 주변에 있는 직장인 분들도 많이 유입이 되고 있어서 가능할 것도 같고.
오주현 동네책방 에디션 같은 게 나오면 꼭 와서 구매하는 분들이 생겼어요.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라고 하시면서요. 이런 거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소소하게 생겼어요.
책방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그래서가 어떤 곳이 되었으면 하세요?
이현행 저희가 제일 아쉬운 건, 이곳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오시면 책을 읽고 가실 데가 없어요. 너무 좁잖아요. 이 어색함을 어떻게 하지? 하다가 차를 준비했어요. 그래도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오셔서 책을 꺼내서 좀 읽다가셨으면 좋겠거든요. 그게 안되어서.
오주현 여기 공간을 구해서 작업실을 하나 더 만들 게 되면, 이곳을 아예 무인 책방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것도 정말 좋겠네요.
이현행 누구나 들어와서 책보기 편한 자리를 만들어 놓고 책을 읽고 가시게 하면 어떨까 하고 있어요. 지금은 물리적으로 그게 안되니까 죄송하긴 하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둘러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한권 한권 저희가 의미 있고 소중하게 꽃아놓은 책이니까 그걸 차근차근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오주현 그런데 또 요새는 이야기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현행 그렇죠. 그건 언제나 환영이고. (웃음) 수다 떠는 거 하도 좋아해서.
책방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사연이 담긴 어떤 물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주현 <문학하는 마음>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 책이 한 번은 도난 사건이 있었어요. 책을 매대에 놓아 두었는데, 그 책 하나만 누가 가져가신 거예요.
이현행 다 그대로인데, 이 책만 없어진 거예요. 이 책이 놓인 자리가 비어있던 거죠. 이곳이 도난 사건같은 게 없는 곳인데, 물건이 많아도 아무도 안 가져 가는 곳이거든요. cctv가 다 있는 곳이고요. 그래서 올라가서 찾을까 하다가 책이 또 문학하는 마음이라... 이 책만 집어갔다고 하면 이 마음이 ... (웃음)
오주현 뭔가 그분이 나중에 글을 쓰게 되어 우리 책방에서 훔친 이야기를 쓰시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이게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훔치고 싶은 책이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인스타 피드에 올렸어요.
이현행 이건 그냥 우리가 잘 읽으시라고... 그랬어요.
오주현 그런데 이 뒤에 있었던 일이 더 재미있어요. 딱 일주일 뒤에.
이현행 <문학하는 마음> 작가 김필균씨가 오신 거예요. 이 피드를 보고. 저희가 올릴 때 우리한테는 이렇게 안팔리는 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훔치고 싶을 만큼 소중한 물건이구나 우리가 다루는 이 책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정말 보석같은 것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책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직접 작가가 오신 거예요. 다녀가시고 후기도 올려주시고.
오주현 그 후기 내용이 훔쳐갔는데, 이걸 도둑한테 고마워해야 할지,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러게요. 듣고 보니 미담인데,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웃음)
이현행 책값을 물어주려고 오셨대요. 이책을 대신 물어드리겠다고 오셨는데, 오다가 생각해보니 그보다 책을 몇권 사는 게 낫겠다해서 책을 세권 사가셨거든요.
오주현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드라마틱해요. 그래서에서 일어나는 모든 에피소드들은.
오주현 사연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 결국 또 책이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이현행 저희 온라인 책방 열었어요. 다른 의도는 아니었구요. 전혀 그건 올해 계획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저희는 온라인 책방보다는 직접 손에서 손으로 전하고 싶은 욕심으로 책방을 열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말 오시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까. 그래서 부제도 붙였는데, <만날 수 없어서. 그래서 온라인 책방> 이라고. (웃음) 그래서 온라인 책방을 열었어요. 그렇게 라도 전해볼까 하고.
책 소개를 상품소개 하듯이 하기보다, 우리의 이야기로 소개하자고 해서 최대한 온라인 스럽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책을 따뜻하게 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정말로 고마워요. 저희 책방 오시는 분들에게. 그말을 꼭 하고 싶어요. 매달 정기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주변에 계신 분들, 월말에 수금하러 오시면서 꼭 들러서 책 사가시는 분들, 또 1년 전에 저희 책방 생기고 나서부터 꾸준히 오셔서 지금은 서가 하나가 저희 책방의 책으로 꽃혀있는 분도 계셨는데, 너무 뭉클하고 감동받았어요. 그런 일도 있었고요. 그리고 여기 상인 분들은 여기 너무 좋다고 없어지면 안된다고 손님들을 데리고 오세요. 데리고 와서 책사라고 강매시키시고. 그런 사장님들도 계시고. 거래처 때문에 들르실 때마다 책방 들르셔서 책 사고 가는 분들도요. 그런 분들이 제일 고마워요. 계속 찾아와주시는 분들. 너무 고맙더라구요.
오주현 한 달에 한 번에 오시면서 들어오시면서. "그거요~ 그 책있잖아요" 해요. 그래서 "뭐요?" 하면, 인스타에서 봤는데 기억이 안나시는 거죠. "그거 있잖아요. 애기 나오는 거" 그럼 같이 생각해요. (웃음) 거래처 들렀다가 바로 가야 되니까 바쁘니까 바로 사셔서 가시는 분들인데, 그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이현행 주변에 큰 회사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직장인 분들도 많이 찾아오세요. 저희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저희가 처음해보는 일이고 아직은 좀 낯선 영역이지만 10년 하고 나면 어디가서 어깨 움츠리고 있지 않아도 될거야 늘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해요. 그런 분들처럼 단골들이 점점 늘어나고 나면 ...
오주현 그래서 오래 하는 게 목표예요.
언제까지 하고 싶으세요?
오주현 저는 할머니 될 때까지요. (웃음)
이현행 여기서 일단 한 번 해보고 다른 큰 데로 옮기자 하고 시작했는데, 이제 못 떠날 것 같아서. (웃음)
을지로 예술가와 공간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하고 있어요. 을지로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 혹은 예술가를 추천해주세요.
<페이보릿>
잡지도 만들고 잡지를 파는 서점이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바가 되기도 해요. 잡지에서 서브 컬쳐 문화들을 굉장히 잘 소개 해주세요. 저 분들 인기도 많으세요. 페어 나가면 아이돌이에요. 인터뷰하게 되시면 꼭 저희가 추천했다고 전해주세요. (웃음)
<향연>
페이보릿 바로 위층에 와인바예요. 이곳에서 하는 문화프로그램이 괜찮은 게 많더라구요
<강산옥>
자주가는 콩비지집인데, 여름엔 콩국수, 겨울에는 콩비지. 메뉴가 딱 하나예요. 가서 앉으면 바로 나와요. 예술이에요. 꼭 가보세요. 여름에 콩국수 할 때는 1시 넘으면 못 먹어요. 참고로 콩국물 남기면 혼나요. 이 아까운 걸 남기냐 하시며. (웃음)
인터뷰이 오주현, 이현행
취재 김성현,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