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서 나를 마주했다! 수영 이야기 ②
대학 시절, 한 친구가 유난히 수영에 진심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물 공포가 있던 나는, 굳이 '꼬르륵' 가라앉아야 하는 그 공간에 왜 그리 열심히 발걸음을 옮기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그에게 물었다.
“넌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다녀?”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수영할 땐 물과 나밖에 없어. 나 자신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라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몇 년이 지난 뒤에서야, 직접 수영을 배우며 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타고난 낯가림과 인내심 부족은 내 운동 이력을 짧게 만들었다.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결심해도 3개월을 넘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수영은 놀랍게도 3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8시 강습을 받았고 주말이면 집 근처 수영장으로 자유수영을 다녔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춰버린 2020년 초까지.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어떤 무언가를 한 셈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문득문득 물속이 그립다.
땀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는 건 대부분의 운동이 가진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머리칼이 흘러내려 '망나니'가 되어버린 거울 속 나를 볼 때면 어쩐지 조금 슬퍼졌다.
그런데 수영은 달랐다.
수모 속에 틀어올려 묶은 머리는 흐트러질 틈이 없었고, 땀도 물속에 섞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물론 예쁘진 않았지만, 정돈된 나의 모습은 운동을 ‘참아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가 되어주었다.
나는 감정에 휘둘리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일할 때는 늘 이성적이고 냉정하려 애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 무리한 요구, 예상 못한 사고와 그 수습의 과정들…
그럴 때,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으로 몸을 던지면 차가운 물이 전신을 감싸며 내 마음도 식혀준다.
그 물은 때로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정신 차려."
너무 울고 싶었던 어느 날, 나는 물속에서 조용히 울었다.
눈물은 차가운 수영장 물에 섞여 사라졌고, 나는 아무 일도 없던 듯 말짱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회사에서 나는 ‘모르는 게 없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정보를 재빠르게 파악해 팀원들에게 전달하고,임원에게 보고하며 일을 끝까지 완수해야 했다.
그런데 수영장에선 달랐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였다.
강사는 팔과 다리 동작을 천천히 시범 보여주었고, 내가 따라 하지 못하면 다시 자세히 알려주었다.
마치, 한글의 ㄱ, ㄴ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어색했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다시 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 좋았다.
그 시간은 회사를 그만두고 ‘행복하다’고 느낀 두 번째 순간이었다.
겨울 어느 날, 눈이 펑펑 내리던 아침.
강습이 있는 날이었고, 잠깐 망설이다가 나는 결국 길을 나섰다.
눈을 밟는 사각사각한 소리를 들으며 수영장에 도착했고,붉어진 얼굴로 수영을 마친 후 따뜻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땐 세상이 다시 하얗게 덮여 있었다.
겨울에 수영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낭만적인 일이다.
수영은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법, 감정을 조용히 다루는 법,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손함까지.
그 안에서 나는 더 단단해지고, 조금씩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