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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Dec 31. 2021

[시즌 2] 에밀리 파리에 가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에밀리

2019년 겨울에 시즌 1에 대한 후기를 썼던 것 같은데 2년만에 시즌 2가 나왔다.


겨울 바캉스가 시작되기 전 아침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무료 신문을 통해 시즌 2가 곧 방영된다는 것을 알았다. 시즌 1의 대성공에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나도 촌스러운 에밀리가 어떤 의상을 입고 나올지 궁금했다.


지난여름 Figurants.com 에서 광고 메일이 왔다. '에밀리 파리를 가다' 촬영을 위한 단역 보조 출연자를 모은다는 광고였다. 또 아시아계 단역을 찾고 있었다. 키와 몸무게 얼굴과 전신사진을 보내달라는 광고였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엑스트라 관리 회사에서 광고를 올렸다. 촬영을 시작했다는 대대적인 광고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에 밴드에서 키보드 치는 중국인이 왜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지 모르겠다. 건반을 칠 줄 아는 사람으로 뽑지.. 음악과 손이 따로 놀아 시선이 그곳에만 꽂혔다.


프랑스 기준 엑스트라의 하루 일당을 계산해 봤다. 하루에 세전 84.50 유로니까 세금을 제하면 61유로다. 한화 7만 7천 원이다. 나 어렸을 때도 일당 5만 원이었는데 이쪽도 꽤나 일당이 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30분짜리 10편의 이야기는 무척 빠르게 전개됐다.

K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러브스토리에 대해 슬프거나 떨리거나 설레거나 하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미드의 사랑이야기가 이런 건지 프랑스식 사랑이 이런 건지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그냥 술 마시고 기분 좋으면 잠자리로 가는 솔직함?

2편에는 에밀리와 잠자리를 나눈 남성이 총 3명 등장한다. (중학생까지 포함해서)


사브와르의 상사 실비도 남편이 실비와 잠자리를 한 젊은 남성과 마주쳤는데도 실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지 뭐" 이런 당당한 느낌? 다들 쿨하다.


한국인 엄마를 둔 민디는 노동허가증 없이 불법으로 클럽에서 일을 한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꺼이 화장실을 지키는 담 삐삐(Dame-pipi/ Dame =여자 pipi=소변)가 된다. 정말 장사를 하는 클럽 안에서 화장실 이용료를 받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일반적인 공중 화장실은 0.50 유로(한화 625원)를 내야 한다. 나는 쇼핑몰 내 화장실에서도 화장실 이용료를 낸 적이 있다. 화장실 이용료를 낼 바엔 차라리 아무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키고 화장실 가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민디가 부르는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보며 좀 놀랬다. BTS의 노래를 드라마에서?

한국 가사는 아니었지만 반가웠다. 심지어 엄청 길게 나왔다.


불법 노동자들은 프랑스에 많다. 체류증에 노동을 허가하는지가 표시가 되어 있는데 나는 남미 기아나가 프랑스령임에도 불구하고 체류증에 프랑스 본토에서만 일할 수 있다고 표시되어 있어서 결국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불법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심지어 프랑스 체류증이 없어도 일을 하고 나중에 일을 했던 증빙서류로 체류증을 신청하기도 한다.


사르코지 시절에는 불심검문이 많아서 체류증없는 사람들은 추방명령을 받았지만 요즘은 사복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는 일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 이후로 물가가 비싼 프랑스를  많이 떠났다.


프랑스에서는 주말에 일을 하지 않는다. 파티에서 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맞다. 2017년 노동법에 의해 근무시간 외에 고용주가 직원에 전화나 메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금지이다.

법으로 휴가 중에 직원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고할 수 없다. 직원은 휴가 중에 전화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나도 코로나가 터지면서 알았다. 법으로 사무실에서 점심 먹는 게 금지라는 것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와 회사에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회사 내 식사를 허가한다는 뉴스 기사였다. 그동안 나는 불법을 참 많이도 저질렀구나.


솔직히 프랑스 내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면 그런 개념을 찾기 힘들다. 밤이고 주말이고 카톡이 울리기 때문이다. 왜냐 우리는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일처리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주말에 전화 안 받았다는 이유로 사장님께 불러가 울면서 나오는 동료를 본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파티 중에 업무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업무를 봐야 술술 잘 풀리는데 말이다. 확실히 문화가 다르다.


그렇다면 정말 프랑스 사람들은 근무 시간 외에 일을 안 할까?

그렇지 않다. 내가 본 바로는 휴가를 떠났어도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 휴가지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개인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건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업무적인 급한 전화가 온다면 처리를 안 할 수 없다. 본인의 능력, 업무 평가 곧 승진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월 마감 때 그들도 야근한다. 라데팡스 고층 건물들에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늦은 시각 지하철에 일에 지쳐 고단한 파리지앵들이 넘쳐난다. 이게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업무시간이라는 것이 더 모호해졌다. 나의 은행 담당자는 주말 밤 11시에 나에게 답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파리지앵들이 법만 따지면서 편안히 일하지 않는다.

파리도 서울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에밀리 생일을 맞아 동료 뤽이 파리 20구에 위치한 발자크의 묘지에 데려가 점심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다. 역시 프랑스인답게 생각하는 게 독특하고 남다르다.

Cimetière du Père Lachaise


사실 한국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각 도시마다 모두 묘지가 있다. 님 Nimes에서 살 때는 아이가 그곳에서 킥보드를 타며 산책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도 학교 근처에 묘지가 있어 매일 아침마다 지나친다. 정원도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조용하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산책하기 참 좋다.


묘지를 산책하면 많은 생각이 든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묘지는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이 편히 쉬는 안락한 장소이다.

묘지 벤치에서 점심을 먹는 건 내 눈에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각 도시마다 있는 게 또 하나 있다. 모로코식인지 터키식인지 알 수 없는 목욕탕(Hammam)이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목욕탕은 11구에 위치해 있고 도시마다 체인점(les cent ciels)을 가진 곳이었다.

이 씬에서 쓸데없이 여자들이 상반신 누드로 나온다. 왜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확실한 건 바닷가에 가도 상반신 누드 여자들은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주 보면 아무렇지 않다.)

여름에 속옷을 입지 않고 나시를 입는 여자들도 많다.  프랑스에서는 속옷 거부 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면 된다.


반가운 곳도 보였다. 마레 지구의 보주 광장, 팔레 흐와얄, 사마리탄 백화점과 퐁뇌프 다리, 루브르와 에펠탑, 개선문, 센 강은 말할 것도 없다.  

자주 걸어 다녔던 2구의 통로 (Passage Choiseul), 갤러리 라파예뜨 백화점 옥상 (바로 앞은 오페라 하우스 건물)


내가 매일 아침마다 보는 중국식 건물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파리 근교 94지역에 거대한 중국식 건물이 있다. 나는 늘 강 건너 멀리서 지붕만 쳐다보았다.  

내가 친구들에게 대체 저 건물이 뭐냐 물었더니 호텔, 레스토랑이라고 했다. 저 앞에 강도 흘러서 엄청 예쁘다고 말이다. 드라마 덕분에 나도 정보를 얻는다.

Huatian Chinagora

에밀리가 휴가를 간 곳은 쌩 트로페즈 (Saint-Tropez ) 이지만 실제로 드라마에 사용된 이미지는 빌프렁쉬 쉬 메흐 (Villefranche-sur-Mer) 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보려면 빌프렁쉬로 가야 한다고 한다.

확실한 건 꼬뜨 다쥬(la Côte d’Azur) 지역의 아름다운 휴양도시를 잘 소개했다는 점이다.


2편도 재밌게 잘 봤다.

장소, 의상, 음악, 문화를 알 수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2022년 6월 초.

파리 콩코드 광장에서 시즌 3 촬영에 들아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파리를 소개할지 기대된다.




시즌 2 드라마 속 장소를 알고 싶다면 참고하시길.

영어 기사

https://www.netflix.com/tudum/articles/prance-around-paris-like-emily-with-this-season-2-location-guide

불어 기사

https://parissecret.com/connaissez-vous-lhistoire-de-ces-gateaux-crees-a-paris/



시즌 3 은 2022년 1221방영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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