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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Dec 25. 2022

2022년 12월의 크리스마스

우선 우리 집은 11월 30일 핼러윈이 끝나고 12월 초에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 아이들이 이미 골라놓은 선물도 주문했다.


12월 2일 금요일 저녁 동네 음악원에서 비올라를 배우는 학생들이 발표회를 가졌다. 15명의 학생 중 3명이 다음 주에 있을 콩쿠르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어느 고등학생의 연주는 꼭 음대를 가야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작년 오디션에 참가했을 때 비해 아들은 더 성숙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틀 후 12월 4일 일요일 저녁, 아들 중학교 음악반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했다. 장소는 동네 교회였다. 동네에 큰 공연장이 2개나 있지만 이미 일 년 전에 일정이 꽉 찬 관계로 동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교회를 빌렸다.

6eme, 5eme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이 연합으로 한 공연이었다. 연주와 합창으로 프로그램이 짜였다.

동네 음악원의 선생님들과 직원들도 총출동했다. 학교 오케스트라 담당 선생님 한분과 음악원에서 두 분의 선생님이 지휘를 맡았는데 클라리넷을 전공한 음악원 선생님의 깜짝 공연도 있었다.

두 개의 학년이 함께 해서 인지 교회가 꽉 찼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갈채가 쏟아지자 발표회로 예민했던 아이들은 모두 감동했다.



회사에선 크리스마스를 위한 여러 이벤트를 진행했다.

12월 9일 금요일에 본인 어린 시절의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 마니또를 뽑기 위함이었다.

다들 서로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며 엄청 웃어댔다.

 또 사무실 트리 장식을 함께 만들며 간단한 다과를 했다.


12월 13일 화요일엔 태국 마사지사 2명이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사지였다.


나는 이날 마사지를 받기 위해 기꺼이 생얼로 출근했다. 의자에 얼굴을 뭉갤 것이 뻔하기에 때문이다.

나는 스웨터를 벗고 가벼운 반팔차림으로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에서 경락과 스포츠 마사지에 익숙해져서 인지 태국 마사지는 왜 그렇게 부드럽던지 마사지받는 느낌이 아니었다.

"더 세게 눌러주면 안 될까?"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단 낫겠다"

아마도 프랑스 사람들에 맞춰진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근무 시간 중 30분을 마사지받았다. 나중에 회사로 날아온 영수증을 보니 1인 120유로였다.

12월 14일 노엘 식사가 있는 날.

17시 퇴근 시간 후 회사에서 와인과 샴페인을 마시며 레스토랑 예약시간인 19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 같이 단체 사진도 찍고 그 사이 집에 다녀오는 사람도 있었고 파티의상을 챙겨 와 갈아입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은 프랑스와 모로코의 준결승전이었다.

웬만하면 밖에 나가기 싫은 날인데 회사 전체 회식이니 빠질 수도 없었다.


회사 근처 3구 마레 지역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룸 하나를 전체 빌려 놓아서 우리들끼리 편히 놀 수 있었다.

우선 와인부터 마시며 마니또 선물을 교환했고 축구를 보며 식사했다.

첫 골이 들어가고 두 번째 골도 들어갔다. 프랑스의 승리를 확신하며 다들 편히 식사를 했다.

전식,본식,디저트까지 1인 60유로짜리 코스다.


엉트레 종류로 프로그와로 악티쇼 스프
본식으로 프와그라가 올려진 쇠고기 스테이크, 디저트로는 초컬릿 뮤스와 과일
DJ 비용 700유로


축구가 끝넘과 동시에 DJ가 신나는 음악을 틀어댔다.

때마침 다들 식사를 마친 뒤라 미친 듯이 뛰며 춤 추기 시작했다. 다들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40넘은 나는 작별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지하철로 향했다.


퍼블릭 광장에는 응원의 열기가 가득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젊은 학생들이 "On est en final"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다들 박수를 치며 "온 에 엉 피날" 노래를 함께 외치며 결승 진출을 축하했다.


집에 들어가니 밤 11시.

두 아이는 엄마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안 자고 있었다.

"엄마 이제 들어왔으니까 이제 방에 들어가서 자"

샤워하고 자고 바로 다음 날 출근했다.


나와 회계 팀장만 9시 전에 출근하고 본사 직원 전체가 10시가 넘어서 한 두 명씩 도착했다.

회식이 밤 12시가 넘어서 끝났다고 한다.

2시간 동안 노래 부르고 춤추고 신나게 놀았다고.


동료가 말했다.

"너 언제 갔어? 갑자기 네가 안 보이더라. 나 어젯밤 12시 반에 집에 들어갔는데 우리 딸이 울다 잠들었데."

"우리 애들도 안 자고 나 기다리더라. 애들 걱정돼서 밥만 먹고 바로 들어갔어"



16일 금요일, 지난달 마감하느라 정신없는데 직원들 책상에 샴페인 하나씩 던져놓고 간다.

시크하게 "회사 선물이야" 하고 말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60유로짜리 샴페인이었다.

한국 회사였음 직원들 다 모아놓고 엄청 생색내며 줄 선물인데 사장님을 비롯해 경영진은 이날 아무도 없었다. 쿨해서 좋다.


12월 23일 금요일.

출근하면서 캐리어를 가지고 온 직원들도 있었다. 한 원은 기차를 예약했는데 철도 파업으로 기차 3대 중 1대가 취소되어 가족집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명절처럼 프랑스의 노엘은 가족과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허는 만큼 노엘 이후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휴가를 낸 직원들이 많았다.


팀장은 나에게 와서 "너 9 시 전에 출근하잖아. 다음 주 수요일까진 9시 10분 넘어서 와. 다 휴가라 직원이 몇 명 없고 열쇠를 가지고 있는 직원이 늦게 출근할 수 있으니까 일찍 오지 마"


"어 알겠어"


다들 노엘 때 뭐 할 거냐 뭐 먹을 거냐 어딜 갈 거냐

다들 한껏 신이 났다.


점심 식사 후 회사 주변을 산책했다.

사방이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파리 3구 시청
쏘씨쏭과 치즈가게
빵집
제과점
9구에 있는 모가도 극장. 1년 동안 공연한 라이온 킹이 막을 내리고 백조의 호수 공연을 시작했다.
옷가게도 레스토랑도 카페도 죄다 꽃장식

1615년에 연 시장으로 파리의 전통 시장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막쉐 Marché Couvert des Enfants Rouges도 있다. 다양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이 전통 시장 주변으로 중고장도 열린다. 관광객이 3구 마레 지구에 오면 볼거리가 많겠다.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딸아이와 발레 공연을 보러 갔다.

https://blog.theatrechampselysees.fr/giselle-a-lire-avant-le-spectacle/


샹젤리제 극장

분명 내가 예약한 건 '겨울 왕국' 발레였다.

근데 '지젤' 공연으로 변경돼서 이게 무슨 인인가 싶었다.

샹젤리제 극장에는 딸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많았고 한국말도 많이 들렸다.


같이 공연을 본 아이 엄마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새로운 공연 리허설을 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번 공연은 우크라이나 국립 발레단의 공연이며 겨울 왕국 발레는 보질 못했기에 처음 시도하는 공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애들이 보는 겨울 왕국과 지젤의 줄거리는 너무 다른데.. 게다가 지젤은 극 중 죽고 묘지에서 유령들이 추는 군무가 유명하지 않나..

애들이 봐도 괜찮을 내용인가 싶었다.

1막 시골 지젤의 집 왼쪽 / 2막 묘지 오른쪽

오케스트라에 맞춰 춤을 추는 발레단의 동작은 공포감을 주지 않았고 딸아이는 음악과 동작을 보느라 스토리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1막과 2막 사이 쉬는 시간에 사 먹은 칩스 과자로 행복해 보였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에펠탑이 환하게 빛났다.


보통 노엘 때는 굴, 킹 크렙, 새우 등의 해산물, 프와그라, 하몽, 칠면조 등을 먹는다. 우린 본식으로 라클렛을 먹었다.

12월 한 달은 회사고 집이고 초콜릿을 하도 많이 먹어서 일 년은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많이 먹는다.

노엘이 지나면 또 연말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새해에는 샴페인과 함께 말이다.


26일 회사에 출근한 사람들은 몇 명 없었다.

우리나라 큰 명절처럼 다들 가족을 만나러 떠났다.

출근한 직원들만 회사 옷을 선물 받았다.

 회사에서 일하니 이런 건 좋다.

꺄웨 K-way  100유로 짜리 바람막이 점퍼다.

미안해 프레데릭, 앱을 썼더니 자동 메이크업이 되버렸어 ㅠㅠ

연말을 기다리며


               메리 크리스마스, 조아요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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