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메 박물관 상영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
파리 기메 박물관에서 아시아 영화제 수상 작품들을 3일 동안 상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했다. 목, 금, 토 3일 중 토요일에 한국인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누구랑 같이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2장을 예약했다.
나는 당시 MRI를 찍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예약을 잡는 내 모습이 웃겼다.
'아픈 거는 아픈 거고, 영화제는 영화제고...'
나중에 친구와 카톡을 하던 중 "나 아시아 영화제 예약했는데 같이 갈래?" "토요일이네, 콜!"
그렇게 약속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약속 바로 전날에 "주말에 뭐 할 거야?"라고 세 명이나 나에게 물었을 때 "딱히 특별한 건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영화제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따 보자"
혹시나 나처럼 잊고 있을까 봐 조바심에 확인해 봤다. 그녀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친구와는 2구 아시아 거리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9호선을 타고 16구에 있는 기메 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팔레 흐와얄에 들렸다. 목련꽃이 활짝 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전날 프랑스인 친구 오드레와 3구 순그릴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그때 오드레는 주말에 Parc de Sceaux에 벚꽃을 보러 간다고 했다. 나는 프랑스는 4월에 벚꽃 축제인데 왜 벌써 가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미 꽃이 폈고 공원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했다. 그리고 축제기간인 4월에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둥둥 떠다닐 거라고 했다.
오늘 공원에 와서 보니 햇볕도 쨍쨍 비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엄청 많다. 왜 오드레가 공원으로 간다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나는 사람구경하면서 분수대 옆에 앉아 '파친코 2권'을 읽었다. 드리마 시즌1,2를 재밌게 봤는데 우연히 누가 한인 사이트에 중고책을 판다고 글을 올려놔서 바로 연락해서 운 좋게 책을 구했다. 나랑 같이 일하는 프랑스 동료는 이미 이 책을 읽었다며 나보고 진짜 재밌다고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 앞에 갔다. 플라멩코 수업을 듣고 온 친구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주베이 우동에서 식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날씨 좋은 토요일에 에펠탑으로 가는 지하철 노선이었기에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상영시간 20분 전에 기메 박물관에 도착해 가방검사와 티켓검사를 받고 지하 1층의 오디토리움으로 내려갔다. 화장실을 가려고 보는데 한국 레스토랑이 보였다.
맞다. 프랑스 최대 아시아 박물관인 기메 박물관에 한국 레스토랑이 입점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봤다.
"어! 미소? 나 이 셰프님이랑 며칠 전에 사진 찍었는데? 그분이셨구나... "
월요일에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코트라 Kotra 행사가 있었다. 그때 한국 뷔페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모양도 맛도 서비스도 최고여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셰프님이 지나갈 때 너무 맛있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왜냐면 그날 밤양갱과 인절미, 약밥, 호두과자 등 몇 년 만에 먹는 음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감동받았다.
프랑스 브줄(Vesoul)에서 열리는 브줄 국제 아시아 영화제(FICA)'는 지난 2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렸다.
사실 나는 이 영화제에 대해 알지 못했는데 함께한 친구는 프랑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기에 매년마다 통번역 문의가 들어와서 이 영화제가 오래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올해 31회를 맞았으며, 1995년 이후 30년간 140편 이상의 아시아 영화가 소개됐다고 한다.
이날 상영된 한국 영화는 박이웅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강원도에서 촬영한 <아침바다 갈매기는>이다. 이 영화는 '황금 수레바퀴상 (Trophée du cyclo d'or)'을 수상했다.
영화가 끝나고 모두 박수를 쳤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영상, 통화하는 노인의 뒷모습은 찍은 카메라앵글은 오로지 목소리만으로도 진한 감동을 주었다. 특별한 배경음악도 없었다. 수수했지만 충분히 한국의 현실을 반영했다.
도시로 떠나고 싶어 하는 시골 젊은이들, 시골 어촌으로 시집 온 동남아시아 여자들의 삶. 노인들만 남아 일하는 어촌의 현실적인 생활. 보험 사기 즉 사망 보험을 타서 베트남 아내와 도망치려는 한국 남자.
"와 어떻게 이렇게 시나리오를 쓰지?"
프랑스인들도 중간중간 웃음을 터트리는 유모가 있다. 중간중간 눈물이 고일만한 감동도 있었다.
1초도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와 2주 전 레알 극장에서 <미키 17>을 같이 봤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미키 17보다 더 재밌지 않았어? 기생충 이후로 제일 좋은 작품 같아"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2024년 29회 부산 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까지 3관왕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게다가 파리에서 한국어로 보는 영화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시켜 주었다.
아래는 기메 박물관의 영화 안내글이다.
Samedi 29 mars - 19h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Un film de Park Ri-woong, Corée (2024), 114 mn, VO coréen ST
Cyclo d'Or du FICA 2025
Un jeune pêcheur disparaît. Il a prévu en simulant sa propre mort d'obtenir le paiement de l'assurance et de s'enfuir avec sa femme vietnamienne. Le vieux capitaine du village l’aide à disparaître et fait une fausse déclaration à la police. Cependant, celle-ci et la mère du pêcheur le recherchent sans relâche, ce qui remet en cause le versement de l'indemnité. Le capitaine, d'abord bien intentionné, devient frustré. Avec la même colère qui a autrefois détruit sa fille, il décide de mettre fin à tout cela.
« Alors que la Corée du Sud est en perte de vitesse, les pays d'Asie du Sud-Est poursuivent leur développement fulgurant. S'il n'y a plus d'intérêt à travailler ici, les travailleurs de ces pays partiront eux aussi. Les campagnes disparaîtront, et bientôt les villes de ce pays, qui affiche le taux de natalité le plus bas au monde, disparaîtront également. La Corée du Sud, d'abord présentée au monde comme le Pays du Matin calme, est en train de devenir un pays tranquille où personne ne veut vivre. » Park Ri-woong
« Regarder ce film, c'est comme plonger dans l'océan. Le réalisateur nous entraîne sous la surface apaisante pour nous immerger dans les profondeurs de la vie, au cœur des courants sous-jacents d'une réalité en perpétuelle agitation. Il parvient, contre toute attente, à conserver une simplicité fluide dans son langage cinématographique tout en restant profondément attentif à son sujet. Cela nous permet d'observer de près, de réfléchir et d'être touchés par la lumière de la nature humaine » Festival de Vesoul
https://www.guimet.fr/fr/activites-visites/cinema-festival-international-des-cinemas-dasie-de-vesoul
브줄 영화제 사이트
www.cinemas-asie.com
이번 영화제에서는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던 한경미 감독의 <아웃사이더, 나의 아버지>,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출품되어 한국을 알렸다.
내년에도 한국작품이 선정돼서 기메 박물관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