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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Apr 16. 2020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 박물관   

내가 살고 있는 쿠루에는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센터가 있다.

 기아나로 이사 오기 전에는 유투브를 통해 쿠루 우주로켓 발사 영상을 보았다. 이곳에 이사를 오면 로켓발사 장면부터 보게 될 줄 알았다. 

 첫 몇달 동안은 지진이 나야 그때서야 로켓발사가 되는 시간인 걸 알았다. 

 로켓을 쏘면 마을 전체가 흔들린다. 새벽에 로켓을 발사 할 때도 있는데 당연히 새벽에 자다가 깬다. 

 보통은 지진이 오면 아이들 데리고 집 앞으로 나간다. 저 멀리 뿌연 연기만 보인다. 

이미 로켓은 사라지고 없다. 로켓이 발사 된 후 하늘 높이 올라가고 난 후에야 지진이 오기 때문에 지진이 난 후에 로켓발사 장면을 보러 밖에 나가면 이미 한발 늦은거다. 난 언제쯤 제대로 로켓발사 장면을 보려나… 그러길 몇달 남편 휴가 때 바닷가에 나가 로켓발사 장면을 직접 보게 되었다. 별로…. 큰 감동이 없다.. 유투브로 너무 봤나??? 일년 반 사는 동안 바닷가에 나가 로켓발사 장면을 본 건 딱 두번이다.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앱, 기아나 CNES TV 채널을 통해서도 로켓 발사를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생중계로 보면서 로켓 발사 카운트 다운이 멈추면 현장에 있는 남편에게 연락을 해준다. 현 로켓이 잘 발사되면 그때부터 나는 남편이 돌아와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 

이곳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마담에게 물어본적이 있다. “너 여기서 2년 살았는데 우주 센터에 가봤니?  안 가봤단다.. 왜??? 남편은 자주 그곳으로 일하러 나가고 애들은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소풍가고 굳이 자기 혼자 그곳에 갈 이유가 없다고… 난 속으로 “그래도 동네에 있는건데 왜 안 가지??”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몇달 지나 그 모습이 내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편은 로켓 쏠 때마다 경비업무 하러가고 아들은 학교에서 소풍간다. 그럼 난 ?? 난 운전연수하러 우주센터에 몇번 간게 다 다. 우주센터의 박물관은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가야하는데 남편시간과 애들 학교시간 때문에 애들 방학과 남편의 휴가가 맞아야만 갈 수 있는 것이다.  

쿠루에 온지 1년 즈음 남편 휴가 때 나 혼자 예약하고 혼자 관광했다.

왜?? 내가 휴가인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나 혼자 가기 뻘쭘하다고 했더니 늘 가서 일하는데 휴가때마저 가야겠냐고. 본인은 2008년에 4개월짜리 파견왔을때 이미 로켓발사 장소 등 다 관광했다고 나보고 혼자 다녀오란다.  싫다는 사람 끌고 갈수 없어서 혼자 예약하고 집합장소로 갔다. 의외로 혼자 온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 많은 사람들 중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집합장소에서 간단하게 내 정보를 기입 하고 공항에서처럼 소지품 검사를 받고 관광버스를 탑승했다. 

우주센터가 쿠루 Kourou와 시나마리 Sinnamary 두 마을에 걸쳐 위치해 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의미이다. 한곳에서 다음 코스까지 가는데 버스로 40분씩 걸렸다. 총 관광시간은 4시간정도 였다. 버스를 타고 로켓발사 장소, 로켓발사 명령을 내리는 본부 등 주요 장소를 관광하고 돌아왔다.

이곳이 발사 명령을 내리는 본부

관광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남편이 애들이랑 마중 나와있더라. 애들도 박물관을 보지 않았기에 입장료 내고 재밌게 보고 왔다. 그 이후로도 애들은 학교에서 자주 소풍을 갔다.

참고로 4시간짜리 로켓발사 장소등의 투어는 무료이다. 대신 미리 전화나 이메일 예약을 해야한다. 박물관은 늘 열려있다. 대신 성인 1인 7유로 어린이 4유로의 입장료를 낸다. 

    인공위성
 레고블럭과 퍼즐, 책과 색칠공부등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
아들의 작품과 아이들의 전시 참여

2017년 6월에는 우주센터 박물관 두개의 층 중에 한층에서 기아나 학생들, 쿠루 뿐 아니라 시나마리 마쿠리아 등의 여러 마을 학생들이 전시회를 가졌다. 아들이 CP(초등학교1학년) 한국 나이론 7살인데 시청에서 지정한 학교와 학교 안에서 정해진 학급의 학생들이 주제에 따라 작품을 준비한다. 주제는 물론 시청에서 정해준다. 올해는 음료수병 재활용이였다. 빈병은 당연히 학부모들이 준비해서 학교로 보내야한다.  전시회는 너무 예쁘고 의미있게 잘 진행됐다. 이런 전시회가 아이들에게 자신감도 가져다 주고 소속감도 주고 단합심도 생기게 해주고 참 좋은 것 같다.

우주센터 덕에 이곳의 삶의 질이 올라간 건 사실이다.

외국인들도 엄청 많고 관광객들도 많고 물가도 엄청 비싸고..

관광객들 덕분에 돈을 많이 벌어들인 이곳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프랑스 본토에서 체인점들도 들어오고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예전엔 무엇을 사려면 이곳 수도 캬이엔까지 갔어야 했는데 지금은 구지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캬이엔이 물건이 더 많고 가격이 이곳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급한건 구지 차로 한시간 갈 필요없이 이제 이곳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는거다. 

특히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우주센터가 최고다.

모기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시간만 잘 조절해서 가면 괜찮다. 참고로 우리는 오후 5시 이후론 정원에 나가지 않는다. 5시부터 모기가 심하게 득실대기 때문이다.

나와 딸은 우주센터 내 골프장에서 뛰어놀고, 남편은 달리기, 아들은 자전거를 탄다. 한시간 코스다.  외인부대 내에 군인들과 군 가족을 위한 스포츠 클럽이 있듯이 이곳도 로켓센터 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스포츠 클럽이 있다. 그래서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운동장이나 골프장에 경기가 없을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골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 우리가 완전 대 자연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3년 파견 기간이 끝나고 본토로 돌아가면 나는 이곳 우주센터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 <어느 프랑스 외인부대원 아내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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