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소득주도성장을 돌아보며
‘소득주도성장’이란 무엇인가? 가계 소득을 늘려주면 불평등도 축소하고 최종적으로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정책 기조이다. 여기서 ‘소득’은 근로소득을 포함하여 공적 연금(이전지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2019년 정부는 하위 20% 어르신에 한해 기초연금 10만 원을 추가 지급했고, 노인 공공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일련의 정책 패키지는 가계소득 증가 - 저소득층 분배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소주성 옹호론/재평가론'은 이런 <저소득층 분배지표 개선>에 주목한다.
문제는 이게 소득주도”성장”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주'성'이 성립하려면 이전지출 확대 같은 정책 패키지가 성장 지표로 이어졌다는 <분수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조치들이 (단기적)성장 지표에 '유의미한 효과'를 줬는지는 확실치 않다.
대부분 사람이 '소주성‘ 하면 떠올리는 정책은 <임금주도성장(2018)>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주성을 평가할 때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고 ’2018년 최임 16.4% 상승률‘에 대해선 꼭 얘기해야 한다.
나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을 <2018 최임쇼크>로 기억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에 ‘부정적’ 충격을 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 정책실도 쇼크를 아예 예상 안한 것은 아니어서 인상안이 결정된 그다음 날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안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 정도’로만 <단기적 쇼크>를 예상했던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언론 공세와 경제지표 악화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2019년부터는 <임금주도성장> 깃발을 내리고 소상공인 지원, 근로장려세제 확대, 노인 연금/노인 공공 일자리 확대로 노선을 선회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현판은 내려지고 대신 ’혁신성장‘이 강조되면서 <포용적 성장>이라는 간판이 새로 걸렸다.
<단기적 쇼크가 매우 컸다>란 주장에 관해서는 옹호론 측의 반론도 있다. 예컨대 연도별 통계인 가계금융조사나 고용률을 보면 '기승전 최저임금 때문’이라 탓하기엔 애매한 점들도 많다. 어떤 시점에서 무슨 통계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어렴풋한 해명이 가능한 지점도 많다.
같은 저소득층 소득을 보더라도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가리키는 방향이 다르다. '고용률/실업률'을 따질 것인지 '취업자증가수'를 따질 것인지를 두고도 평가에는 차이점이 빚어질 수 있다. 어떤 시간 범위로 무슨 표본을 쓰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최저임금 급격 인상은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는 논리로 변호하기에는, 분기별 지표/단기적으로 저소득층•취약노동자 층에 전가한 부정적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애초에 2018년 당시 대한민국 최저임금 수준은 그렇게 올려야 했을 정도로 낮지 않았다.
여기서 “소주성은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로 봐야 한다”란 반론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컸지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았고, 더 펌프질 해야 하는 기조였다고... . 틀린 얘기는 아니다. 소주성의 전제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한계가 구조적인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장기적 문제)
그런데 소주성의 내용은 정작 <구조개혁 정공법>을 피해갔다. 예컨대 '진짜 구조개혁'을 하려고 했다면 ‘노인연금을 어떻게 더 지속가능하게 줄 수 있을지' , '원하청 임금 격차를 만드는 노동 이중구조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 더 솔직한 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그까지 가지 못했다. 한국의 사회적 대화 테이블 수준(재계•노동계•시민사회의 의제? 안건?)이 그까지 못 갔다면, 집권 세력이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하자!”고 운을 띄웠어야 했다. 그런데 그걸 안 했다. 안 했다기보단 ‘못’했다.
소주성 담론 자체를 틀렸다고 얘기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임금주도성장>과 같이 현실적이지 않은 기조도 있었으며, 정책 패키지를 내놓는 수순과 단계가 뒤틀렸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도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하는 데는 주저했다.
뜯어볼 대목이 많다. 이 메모의 한 문단 한 문단이 ‘하나의 챕터’로 기술되어야 할 정도로 스토리가 방대하다. 이걸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고민해보자는 게 나의 바람이다. 그게 지금 민주당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반성문을 넘어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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