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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훈 Aug 10. 2021

정치인의 퍼포먼스

미국 연방하원의원 코리 부시의 노숙시위

미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월세를 밀린 세입자에 대한 강제퇴거 유예조치(eviction moratorium)을 시행했다. 한국 같으면 정권이 엎어질 좌파 빨갱이 정책이지만, 무려 트럼프 정부가 작년 8월에 시행하여 몇 차례 연장되어 왔다.


7월말로 기간 만료가 임박했는데, 바이든 정부도 척 슈머/펠로시가 이끄는 의회도 아무 조치를 안 하고 서로 미루고 있었다. 공화당과의 합의를 통해 인프라 투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우선 의제였다고는 하나, 이건 민주당 리더십의 명백한 실책.


그래서 작년에 미주리 1선거구에서 당선된 초선의원 코리 부시(Cori Bush)가 민주당 지도부의 조치를 촉구하며 의사당 계단에서 노숙시위에 나섰다. 간호사, 사회운동가 출신 코리 부시는, 부자 세습 52년 민주당 적폐 고인물 현역을 당내 경선에서 꺾고 하원에 입성했다. 본인 스스로 여러 차례 강제퇴거를 당한 경험도 있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별론으로, 일단 퇴거 위기에 있는 가구가 700만이나 되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국 코리 부시의 시위에 민주당 지도부가 반응하여, CDC가 나서 퇴거 유예 조치를 60일 연장했다. 올해 6월 연방대법원 판결은 7월말 이후 연장은 행정명령이 아닌 의회 입법으로 하라는 취지였는데, 민주당 의회 지도부는 당장 법을 통과시킬 표를 확보하지 못했고, 바이든 정부가 위헌 판결 리스크를 무릅쓰고 일단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이 시위 등의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보면 '님 국회의원이니 법안 발의를 하거나 국정조사를 하세요'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정치는 어쨌든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코리 부시의 노숙시위로 이 문제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샌더스/워런/AOC 같은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척 슈머/펠로시 등 주류 리더십의 지지를 이끌어내서 결국 바이든 정부가 조치에 나섰다. 코리 부시의 노숙시위 덕분에 강제퇴거 유예를 받게 된 사람 앞에서 '국회의원이 입법을 해야지 왜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소리를 하면 말이 먹힐까.


똑같은 시위도 AOC나 코리 부시가 하면 당연히 다르다. 정치인은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의무가 있다. 정치인이 퍼포먼스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퍼포먼스를 위한 퍼포먼스, 망한 퍼포먼스를 하니까 잘못이다.


마지막으로, '부시'라는 성을 가졌다고 해서 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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