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제로 웨이스트 도전기
일회용 빨대, 영수증, 비닐봉지를 선택할 권리
쩜오 웨이스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눈 깜짝할 새에 빨대, 영수증, 비닐봉지, 플라스틱통이 내 손에 들려있다는 점이다.
오늘 외출을 하면서 가정용 통을 가지고 나가 순두부를 사려고 하니
너무도 당연하게 플라스틱 통에 담긴 순두부를 주신다.
"혹시 가정용 통에 담아주실 순 없나요?" 라고 물으니
"아뇨. 우린 이렇게만 팔아요." 라고 짤막하게 말씀하신다.
날 처음 맞아주셨을 때와는 다른 말투와 온도에
나도 그만 기분이 조금 상했다.
( 물론 늘 이런 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내 의견을 기분좋게 반영해주셨다.)
어쨌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내 손에는 플라스틱통에 담긴 순두부가 들려있었다.
비닐봉지는 겨우 거절했지만 일회용 쓰레기가 또 하나 늘었다.
위 사진은 수요장에서 장을 본 결과물을 찍은 것이다.
토마토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들은 미리 비닐에 포장되어 있었다.
그나마 시장에서 버려지는 박스를 골라 상품들을 담고
이중으로 포장해주시는 비닐봉지는 모두 거절했음에도(토마토 제외)
이렇게 많은 비닐포장이 담겨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면 물건을 살 때마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거절해야 한다.
"비닐봉지는 괜찮아요."
"빨대는 빼주세요."
"영수증은 괜찮아요."
"샘플은 안 주셔도 됩니다."
"케첩이랑 피클은 괜찮아요."
등등..
우리에게는 왜 이들을 선택할 권리가 없는 것일까.
각기 다른 날 찍은 사진이다.
보통 빨대를 따로 주는 경우가 많아 빨대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아주 당연하게 빨대를 꽂아주는 카페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후부터 나는 카페에 갈 때 늘 빨대를 빼달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따로 포장되어 있지 않은 디저트를 고른다.
따로 포장이 되어 있다면 아쉽지만 먹지 않는다.
집 앞에 정말 맛있는 타르트 집이 있다.
어느 날 오후엔가 타르트가 정말 먹고 싶어 들렀을 때는 이미 모두 포장이 된 상태였다.
그래서 다음 날 구매하고 싶다고 예약을 해뒀다.
따로 포장하지 말아달라고. 개인 통에 담아가고 싶다고.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고,
다음 날 이렇게 예쁘게 담아갈 수 있었다.
언젠가
일회용 빨대를,
비닐봉지를,
플라스틱통을,
영수증을,
당연하게 받지 않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이미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지구에서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길가를 걸을 때 명함, 팜플렛, 종이 등을 웬만하면 받아왔었는데
이를 거절하는 게 옳은 것인가. 아니면 받아주는 게 옳은 것인가.
받으면 쓰레기가 되고, 안 받아주기는 미안하고.
이 또한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