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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May 15. 2019

요가페스티벌(IYF2019)이 끝나고

온몸으로 소원을 빌다.

3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의 요가페스티벌이 막을 내리고 아쉬람이 텅 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8일인 오늘, 평소의 아쉬람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조용하고 한적했다.


내가 등록한 박티요가(박티는 보통 사랑으로 해석된다.) 워크샵도 9일부터여서 오늘은 우리에게도 휴일! 이렇게 한가로운 가운데에 휴일이라니 웃기는 일이지만 잘 휴식하고 에너지 충만하게 노는것도 중요한 일이지 않겠는가. 할 일이 없는 풍요를 (또) 만끽해보기로...ㅎㅎㅎ


잠에서 깬 깍두기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이유도 없이 킥킥킥 웃었다. 아이의 잘 자고 일어난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엄마는 안다. 방에 있던 각종 시리얼바와 바나나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노는 시간.


종이접기책 하나를 선물받아 들고왔는데 아주 알뜰히 가지고 놀았다


밖의 날씨가 좋아 보여서 매트를 들고 잔디밭으로 갔다. 깍두기는 어제 같이 놀았던 인도 오빠를 찾으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잔디밭에 오빠가 없었다. 곧 나타나겠지 싶어서 나는 누워 책을 보고 깍두기는 오빠를 기다리며 혼자 놀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좀 미안해진다. )


한상 차리시는 분
딱히 장난감이 없으니 자연물이 그녀의 장난감이 되었다

기다려도 오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유치원 생활을 했던 깍두기가 또래 친구들이 그리운 모양이었다. 오전 시간을 잔디에서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Tent로 갔다.


평소의 북적이던 점심시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텅텅 빈 텐트 안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저쪽에 낯익은 예쁜 언니가 보인다. 어제 Kirtan에서 노래를 불렀던 The Love Keys라는 만트라 그룹의 리드싱어였다. 사랑이가 이쁜 언니라고 부르던 독일에서 온 그녀와 사진을 한 장 남겼다.


깍두기의 이쁜 언니 The Love Keys 리드싱어 Aleah와

사실 그녀와는 서로를 기억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요가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깍두기의 취침시간 때문에 저녁 프로그램은 거의 가보지 못했던 나. 우리가 머물던 숙소의 이름은 YAMUNA(야무나) 빌딩이었는데 종종 옆방에서 혹은 복도에서 지상계가 아닌 천상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노래 연습 같았는데 나는 속으로 거 참 노래잘하는구만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만트라를 부르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와....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넸다.


당신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너 혹시 가수니? 그랬더니

예스 아엠어싱어 그런다 ㅋㅋ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만트라계의 신데렐라급 여신 가수였다. (미안해 못 알아봐서 ㅋㅋ)

그간 내가 저녁 프로그램에 참여하질 못해서 까막눈 까막귀였던 것이었다.

아무튼 그녀에게 인상적인 첫인사를 남기고 식당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녀와 같은 층에 지냈기에 문틈으로 들려오는 천상계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원숭이
너무 가까이가면 확 달겨들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한다
야무나빌딩 3층에서 보이는 전경
방에서 색종이가지고 만들기 놀이
여성의 날이라고 히말라야 샵에서 받은 노란 장미 한송이
어머니의 오바스런 표정에 정색으로 응답하는 딸

밀린 할 일들을 했다. 빨래 맡기고 찾아오기. 고장난 변기 고치기. 방청소 등등등. 어디든 머무름의 시간이 길어지면 생활이 비집고 들어오기 마련이다.


다섯시, 느지막히 하븐을 보러 아쉬람 정문으로 나갔다. 한국식당에 갈까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깍두기에게 한국밥 먹으러 갈래 아니면 하븐보고 인도밥 먹을래 물었더니 후자를 택했다. 전생에 최소 인도인이었던게 분명하다.....


아쉬람 내에 머무는 사람이 적어서 하븐도 상당히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든 적든 하븐은 계속되었다
포스작렬하시던 수행자...맨발로 다니시던 분...
오른쪽에 The Love Keys의 싱어 Aleah가 앉아있다
늘 멀고 먼 당신이었던 스와미지와 사라스와티지도 가까이서 보고...
우리 사진도 한 장 남겨본다
강 위로 지는 해
리시케시의 석양은 정말 아름다웠다

108번 반복하여 부르는 만트라, 지루할 법도 한데 갈래?라고 물으면 고개를 저으면서 더 보겠다고 하는 깍두기. 내가 깍두기를 인도에 데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깍두기때문에 내가 인도에 온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조용한 강가 쪽으로 걸었다. 여기 리시케시에 있는 동안 맘껏 소원을 빌기 위해.

하늘, 갠지스, 깍두기
코리안 인증 브이!
꽃에 향을 피우고 불을 붙인 후 띄워보낸다

깍두기와 서로 소원을 빌고 위험하니 엄마가 물에 띄울게라고 말했다. 엄마 강에 꽃 띄우는 거 사진 찍어줄래? 하니 매우 즐거워하는 포토그래퍼.


깍두기 포토그래퍼의 실력
오늘도 소원을 빌어본다
길거리 개도 무서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하게 된 깍둑

본격적으로 물에 띄워보려고 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일본인 여자분이 손을 막 내저으면서 very very slippery be careful!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얘기했다. 미끄럽다길래 한 발을 먼저 살짝 내디뎌보니 미끄럽긴 미끄러웠다. 하지만 뭐 괜찮겠지 하고 쭉 다리를 내미는 순간............


자 이쁘게 찍어줘 깍두기야
이정도 쯤이야 뭐....
어어어어어
악 내 꽃!!
사람살려
신이시여 저를 받으소서....

그렇다. 온몸으로 소원을 빌었다.

깍두기는 라이브 포토 한 장을 찍었을 뿐인데 아이폰은 이 찰나의 순간을 적나라하게 남겨주었다.

아직도 깍두기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배꼽 빠져라 웃는다. 다행히 강물은 무릎 정도의 높이였다.


목 아래로 물에 잠긴 나에게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뛰어왔다. 지나가던 사람들 다 쫒아와 괜찮냐고 묻는데 너무 엉덩이가 아팠지만 웃음이 빵하고 터졌다. 이 뭔꼴인가 싶어서.

인도 사람들은 blessing 받았다면서 깔깔 웃으며 엄청 놀렸고 유럽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었지만 웃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깍두기는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꽃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서 소원을 다시 한번 더 빌었다. 온몸을 담그고 소원을 비니 이번만큼은 꼭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놀랐던 주변 사람들은 내가 다시 물에 기어들어가니 다시 웃기 시작했다. 아까 나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던 일본인 처자가 사진을 남겨줬다.


갠지스강에 본의아니게 첫 입수

나에게 손수건도 빌려줬던 일본인 처자...고마워...

물을 뚝뚝 떨구며 카페에 가서 사랑이가 먹을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샀다.


제가 강물에 빠졌어요 물 떨궈 미안해요 큭큭큭

했더니 점원들은 괜찮다며 큭큭큭 웃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방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뜨건 물로 샤워하고 발 닦고 잤다는 시트콤같은 스토리.......



오늘 빈 소원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옴 샨티샨티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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