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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May 16. 2019

쉬바난다 아쉬람에서 만난 가족

박티요가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3월 9일, 2박 3일 일정의 박티요가(Bhakti Yoga) 워크샵이 시작되는 날이다. 도대체 미리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오피스를 찾아갔더니 오후 4시에 일정이 시작된다고 했다. 반나절 이상의 여유 시간이 생겨서 평소 봐 두었던 카페로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갔다.


아쉬람 정문에서 나와 람쥴라 다리 쪽으로 조금 걸으면 왼쪽 2층에 깔끔해 보이는 식당 겸 카페가 하나 있었다. 뷰가 좋다고 쓰여있었는데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계단을 올라 2층에 가니 강가(Ganga)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우와 진작 올걸! 몇 안 되는 손님과 친절한 인사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 마음에 쏙 들었다.


아침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 햇살이 좋았다
햇살을 즐기며 기분 업업
인도온지 아흐렛날, 아쉬람에 들어오면 살이 쑥쑥 빠진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카페 가는 길에 미소가 예쁜 인도 청년에게 산 원석들. 순전히 그의 웃는 얼굴때문에 이루어진 소비였다.
나는 라떼를 한잔 시키고
깍두기는 콘프로스트를 먹겠다고 했다
아침일찍 강가에 나와 몸을 씻는 사람
지나가던 목마른 소도 계단을 내려가 물을 마셨다
저쪽에는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잔잔한 오전의 강가
카페에서 깍두기가 그린 강가

커피 한잔 마시며 좀 더 여유를 부리고 싶었지만 그림 다 그린 깍두기가 지루해하여 밖으로 나왔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니 염소 떼가 있었다. 이제 소친구 개친구와는 꽤 익숙하고 안면을 튼 느낌인데 염소 친구들은 처음이라 깍두기가 신나 했다.


염소 안녕
가까이 오니 악 소리지르며 도망가는 깍둑
동물과 사람간의 거리는 이 정도
소친구 개친구 염소친구들

동물들이랑 좀 놀다가 계속 걸었다. 사람들이 우루루루 배에서 내리는 광경이 보였다. 아 여기가 선착장이구나! 강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사람들을 날라주는 배가 있었다. 갑자기 배가 타고 싶다는 깍두기. 사람들에게 배 타는 거 얼마예요? 물으니 십루피라고 했다. 흔들리는 나무다리를 건너 배에 올라탔다. 깍두기랑 내 차비로 이십 루피를 냈다. (100루피가 1500원 정도니까 300원을 낸 꼴이다.)


강바람이 시원했다. 가까이 보이는 옥빛 물 색도 신비로웠다. 내내 지루해했던 깍두기도 이제는 사뭇 신나보였다.


여러분 우리 배탔어요~~
저기 람쥴라 다리가 보인다

배는 3분여 만에 강의 반대편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걸어오려면 엄청 하드코어인데...이 배 맘에 든다! 내리는데 수많은 인도 사람들이 배를 타려고 줄을 서있었다. 흔들흔들 나무다리를 건너는데 무서워하자 깍두기를 잡아주는 도움의 손길들이 많았다.


우리가 머물던 파르마뜨니케탄의 건너편에 두 개의 유명한 아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가니께딴 아쉬람과 쉬바난다 아쉬람. 이왕 건너온 거 둘 중 하나를 구경해야겠다 싶어 길에서 아이스크림 파는 청년에게 어디가 더 가깝냐고 물었다. 둘 다 비슷하다고 하는 그의 대답에 더 끌리는 쉬바난다로 결정을 하고 깍두기에게 아이스바를 하나 사줬다. 생각보다 낮 햇살이 뜨거워서 모자도 하나 사서 씌웠다. 모자 하나에 100루피(1500원). 싸서 좋았다. 핑크 모자와 핑크 아이스크림으로 세상 다 가진 듯 기분이 업된 깍두기였다.


뉴아이템 2개에 한껏 행복해진 깍둑

아이스크림 청년이 가깝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오분만에 쉬바난다 아쉬람 이정표가 보였다. 계단을 따라 뱅글뱅글 올라가니 쉬바난다 정문이 나타났다. 오 잘 찾았다!


쉬바난다 아쉬람 정문

사진에 보이는 파란 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또다시 어마어마한 계단이 눈 앞에 펼쳐졌다. 깍두기는 뒤도 안 돌아보고 신이 나서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효과인 것 같았다.


계단을 두려워하지 않는 깍둑
쉬바난다 입구를 통과한 후 엄청 많은 계단을 올랐다

아쉬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미소로 눈인사를 나누며 열심히 올라갔더니 드디어 여기저기 낮은 건물들이 보였다.


수행자들이 머무는 거처같았다
파란문이 이뻐서 한껏 포즈잡으며 한컷
한쪽에 이런 탑이 있었다
오늘 포즈에 후하신 분
관광객모드로
BE GOOD DO GOOD 뜨끔 네...

아쉬람 안은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뭐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길 따라 걷다 보니 대리석으로 지어진 크고 화려한 건물들을 지나 조금 떨어진 곳에 2층짜리 낡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멀리 강가도 내려다보이고 나무들도 푸르르고 쉬어 가기에 좋아 보였다.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 적적하게 느껴지는 찰나였는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청년 세명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깍두기는 얼마나 심심했는지 배드민턴 치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걸 보는 게 재밌다니 네가 여간 심심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청년들에게 지나가도 되냐고 살짝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낡은 2층 건물 앞쪽으로 갔더니 와아.....강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런 명당자리가 여기 있다니!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지만 매우 아름다웠다
내려다 보이는 뷰....
람쥴라 다리도 보인다
이름 모를 꽃나무 옆에서 한 장
배드민턴 치는 오빠들 구경하는 깍둑
쉬바난다 아쉬람에서 여유로운 오후시간

한참 강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는데 그 낡은 건물 2층에서 열여섯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얼굴을 쓱 내민다. 손에 매니큐어를 들고 서있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심해하던 찰나에 사람이 반가워서 내려오라고 하니 쑥스러워 웃는 그녀. 그러더니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꼬맹이 두 명이 얼굴을 빼꼼 빼꼼 순서대로 내민다. 우와 어린이다! 망설일 틈도 없이 외쳤다.


얘들아 내려와 같이 놀자!


나의 외침에 다다다다 내려오는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 남매라고 했다.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는 2학년이라고 했다. 깍두기는 눈이 하트가 된 채로 서있었고 두 아이도 처음 보는 동양 여자아이가 신기한 눈치였다. 아이들은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통성명도 없이 내리 세 시간을 뛰어놀았다.


깍두기, 쿠쉬, 그리고 남동생 러끼
쿠쉬는 내내 깍두기를 살갑게 챙겼다
서로가 신기하고 즐거운 세 아이
이웃에 사는 고등학생, 그리고 아이들
잠시 육아 해방
뭐이가 좋은지 내내 뛰고
또 뛰고

그늘에 앉아 책을 보면서 눈으로 아이들을 따라다녔다. 오랜만에 작은 사이즈 휴먼들을 만난 깍두기의 행복감이 느껴졌다. 뜬금없는 이방인의 방문도 이토록 환대하는 그들에게 고마웠다. 쿠쉬의 이름은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리고 러끼는 말 그대로 행운. 낡은 2층 건물에는 방이 총 여섯 개였고 방마다 한집씩 총 여섯 가구가 살고 있었다. 쿠쉬와 러끼 위로 십 대 언니 무스깐이 한 명 더 있고 아빠가 쉬바난다 아쉬람에서 일을 하셔서 그곳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햇살 아래 앉으셨다. 나마스테하고 인사를 드리니 환하게 웃으신다. 할머니가 너무 미인이셨다. 20대 대학생인 처자는 아까 배드민턴 치던 고등학생의 누나라고 했다. 바닥을 쓸고 빨래를 집어넣으면서도 아는 영어를 총동원하여 나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즐거워했다.


이런 환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1도 없는 그들의 눈빛


낡은 건물, 허나 자연의 풍요가 그득했던 그들의 집 앞 계단에 앉아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아마도 저들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요가를 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놀면 깍두기가 쓰러질 것 같았다. 에너지 충만한 아이지만 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쿠쉬와 러끼에게 또 놀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와 계시던 이웃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다시 배를 타기 위해 걸어 내려왔다.


박티요가 오리엔테이션은 네시였다. 시간을 잘 맞춰 아쉬람에 도착했다. 수업이 열리는 장소는 우리가 페스티벌 내내 자주 갔던 Sacred Sound Stage였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건너가는데 그저께 함께 놀았던 깍두기의 인도 오빠가 우리를 반긴다. 둘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엄마 수업 가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각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서로의 입모양을 따라하는 둘
햇살아래 노는 모습이 이뻤다
2차로 뛰어노는 깍둑의 신남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진

아이들의 놀이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둘 다 데리고 박티 요가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얼라 둘 엄마의 포스로...

맨 뒤에 앉아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오빠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따라하는 깍둑
내일 박티요가 수업 일정표. 빡빡하다!

박티요가 선생님은 미국에서 오신 Anandra George라는 분이었다. 만트라와 산스크리트어를 가르치는 그녀와는 요가페스티벌 때 Tantric Sanskrit라는 수업을 통해 이미 안면이 있는 터였다. 그녀는 매우 활기차고 열정적인 중년의 여성이었고 여성적인 매력도 철철 넘치는 분이셨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페스티벌에서 당신의 수업을 들었었다고. 수업 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좋았다 하니 활짝 미소 짓는다. 지금 들어온 수업은 페스티벌이 아닌 엄연한 워크샵. 나는 한국에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이고 함께 수업을 들어도 되겠냐고 정중히 물었다. 뒤쪽에 앉아 아이 컨디션에 따라 수업 참여를 조절하겠다는 말과 함께....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다 같이 하븐을 보러 강가로 걸어갔다. 박티요가 워크샵에는 페스티벌을 참여했던 사람과 새로 온 사람들이 섞여있었고 유럽 사람들과 일본인들이 많았다. Anandra선생님이 일본에서 자주 수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아쉬람 내 매점에서 막대 사탕을 사줬더니 신난 아이들
신나서 뛰는 아이들과 쫒아가기 바쁜 나
이 아이들과 내내 붙어있으니 나를 애 둘 엄마로 보는 것 같았다
하븐에는 관심없고 내내 뛰어놀기 바빴던 두 아이

결국은 신나게 뛰어노는 두 아이의 보모 역할에 충실한 한 시간을 보내고 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인도 소년은 숙소까지 따라와 알뜰하게 놀고 갔다.


유키코가 떠난 침대 자리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두 아이의 모습을 그려본....

나에겐 유난히 길었던 하루.


지난 일주일간 어른들 틈에서 잘 견뎌준 깍두기가 또래 친구들을 만나 원기를 회복한 하루.


그 우연한 만남들이 꼭 우연이었을까

감사가 차오르는 밤

아홉 번째 밤이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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