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인도로 출발이다!

저 네 살 깍두기랑 인도 가는 (용감한) 엄마입니다.

by 달마사띠

깍두기는 나의 딸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여섯 살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international age 겨우 만 네 살이다.

그녀는 유치원생이고 나는 설익은 요가선생이다.

잠을 자든 밥을 먹든 수업을 하든 언젠가부터 깍두기와 나는 늘 원플러스원이 되어있었다.


인도에 가기로 했다.


2011년 처음 인도에 갔을 때 48년생이신 1.4 후퇴를 기억하는 고모를 모시고 갔었다. 히말라야 근처라도 가보는 게 소원이었던 고모는 내가 인도 간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따라가겠다고 하셨다. 당시 겁을 상실한 아가씨였던 나는 첫날 숙소 예약도 안 한 채로 고모를 모시고 인도를 갔었다. 하아.... 그 첫날밤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델리-다람살라-맥간-다시 델리 찍고 바라나시-아그라 코스로 2주를 지냈던 게 나의 첫 인도였다.


두 번째 인도는 2017년 11월.

아줌마로 신분이 바뀌었고 깍두기를 달고 다니는 게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세 살 깍두기를 한국에 두고 혈혈단신으로 40여 일간 뭄바이 근처 Nasik에 위치한 아쉬람에서 요가 코스를 밟았다. 300시간에 달하는 TTC(Teacher Trainig Course)였다. 한 달 동안 새벽 다섯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수련과 공부가 이어지는 강행군이었지만 요가 안에서 사는 삶이 나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온몸으로 체험한 시간이었다. 축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지난달, 만 네 살 깍두기를 옆구리에 딱 끼고서 인도 리시케시에 다녀왔다. 여기에 3월 한 달간에 벌어진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나를 위한 기록, 그 기록 자체로서 의미 있기도 하고 훗날 스무 살이 된 깍두기에게 나의 고생을 알리기 위해 ㅋ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적어두려고 휴면계정이 되어버린 브런치 앱을 다시 깔았다.


늘 그렇듯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변수라고는 시간과 돈 뿐이었다. 하지만 엄마라고 불린 뒤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게 나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다.


서른여덟 먹고 여섯 살 딸아이를 가진 요가선생에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인도 리시케시에 가서 개인 수련을 좀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온 뒤로는 어떻게?라는 질문만이 덩그러니 던져졌다. 왜 한국에도 좋은 선생님 많은데 인도까지....라는 질문은 남편도 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대답은 차차 하기로 하고...나는 고민했다.


데리고 간다 vs. 놓고 간다


고민은 내가 했고 선택은 깍두기가 했다. 당연히 엄마랑 원플러스원을 택했다. 깍두기가 좋아하는 만화 슈퍼윙스에서 인도 편이 재미있었던 게 컸다. 오케이 그러면 간다. 같이 간다.

남편은 총각 때 잦은 해외출장으로 깨알같이 모아놓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우리에게 탈탈 털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되지가 모토인 나였지만 깍두기를 데리고 가려니 그래도 챙길 것이 한두 개씩 늘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인도와 한국 사이에 Visa on Arrival이라는 제도가 생겨서 비자발급 까먹고 갔다가 공항에서 다시 집에 오는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이를 데리고 인도에 간다고 했을 때

유치원 원장 선생님은 재고를 권하셨다

시아버지는 침묵하셨고

자유로운 영혼이신 시어머니는 지지해주셨다

남편은 괜찮을까라며 염려했고

나의 요가 스승이신 시숙모께서는 응원해주셨다.


아이를 데리고 너무 멋지다 근사하다!라는 말들을 들었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왜 하필 인도를....이라는 눈빛들을 보았다.


사실 아이에게 어떤 경험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에게 인도가 갈급했다. 영적인 갈증을 해소하기에 인도 이외에 다른 장소는 옵션에 없었고 정답도 없었다. 그저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그에 응했고 나는 엄마니까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뿐이다. 심플하다.


깍두기는 3월 한 달간 유치원 자체 방학이요 나 역시도 하고 있던 요가 수업을 한 달 쉬기로 했다. 비웠고 무엇으로 채워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한 달 병원신세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3월 1일 오후 12시 30분 델리행 대한항공

아빠와 빠빠이 인사를 하고(한 달 동안 총각 놀이 축하받아야 마땅했으나 죽도록 일만 했다고 한다) 깍두기 덕분에 기다림이 없는 특별한 문으로 출국신고를 하러 들어갔다.


새로 산 헬로키티 캐리어를 스스로 밀고 거침없이 들어가는 깍두기. 아홉 시간 비행기를 탄다고 얘기했는데 아홉 시간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인도도 에버랜드쯤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슈퍼윙스 인도편을 찍으러 가는 줄 아는 깍두기


출국심사를 다 마치고 안에 들어가니 그랜드 피아노도 있고 뽀로로 놀이터도 있어 깍두기는 아빠가 갔는지 어쨌는지 1그램의 서운한 기색도 없이 노느라 바빴다.


오 그랜드피아노다
인천공항의 유아들을 위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
똑같이 생겼고 사이즈만 좀 다른....

자 이제 타보자 깍두기야

무모하고 용감한 엄마와 인도라는 데를 한번 가보자꾸나

별일이야 있겠니

비행기 타니까 좋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