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페스티벌 삿상에 오신 Moojiji
인도에 온 지 나흘째.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의요가페스티벌은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서 인기 많은 선생님들도 속속들이 생기고 있었다. 식사시간에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고 요가 관련 정보도 나눈다. 이틀 전 저녁에 한 테이블에 앉았던 호주에서 온 자매가 있었다. 자매가 유난히 사이가 좋았는데 둘이 부산여행도 왔었다고 하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녀들이 여기 리시케시에 Mooji가 와계시다는 말을 해줬다. 오 정말?! 이틀 후에 우리가 머무는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도 오신다는 꿀정보도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 표를 펴보니 정말이지 Mooji님께서 이곳에 오시는 것이 아닌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적 지도자 Mooji. 그분도 리시케시를 좋아하셔서 일 년에 한 달씩은 이 곳에 머문다고 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Moojiji(무지지)가 오시는 날. 인도에서는 존경하는 사람을 부를 때에 끝에 ji를 붙인다. 우리나라로 치면 선생님 정도의 호칭일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은 그를 Moojiji 또는 Moojibaba라고 불렀다. 삿상(우리나라로 치면 설법 정도)을 하러 페스티벌에 오시는 날.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가 온다는 소식에 들떠있었다. 사실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예전에 영국사는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그의 글과 사진을 보고 한번 홀딱 반한 것 외에는....
그를 가까이에서 한번 보고 싶음 마음에 삿상이 있을 장소에 미리 가있기로 했다. 오전 수업이 한창이었다. Gurmukh Kaur Khalsa선생님의 A Split Second: The Awakening Call이라는 수업이 Yoga Ghat에서 열리고 있었다. 꽤 유명한 선생님이어서 사람들이 많았는데...내 스타일의 수업은 아니어서 그냥 구경만 했다. 그저 귓가에 흐르는 강물소리가 참 좋았던 기억.
일찍 와있으면 앞에 앉아 Mooji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역시 착각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진행요원들이 모두 나갔다가 다시 줄 서서 들어오라고 했다. 힝.
상기된 표정으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오버스러울 정도로 계속되는 마이크 테스트... 유명한 분이 오시니 뭔가 다르긴 달랐다. 나름 무대 앞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촘촘히 좁혀져 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에 조금씩 깍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혼자였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상황이지만 엄마로서의 보호본능 레이다가 작동했다. 점점 사람이 많아져서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던 깍두기를 불러 가까이에 앉혔다.
진행요원이 와서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한자리를 더 만들라고 내게 독촉했다.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배려를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기에 시키는 대로 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부른다. 선생님들과 지체 높으신 분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소파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에 앉아계시던 서양 여성 한분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본인 자리를 양보할테니 아이와 그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너무나 많아진 인파에 조금 두려웠던터라 고맙다고 제안을 냉큼 받았다. 약간 서러울라고 하던 찰나였기에 고마움은 더더욱 컸다. 알고 보니 그녀는 매일 아침 강가에서 진행되는 Nada Yoga 선생님 Karen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가수이자 깍뚜기 또래의 두 딸아이를 가진 엄마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더 측은지심이 들었나 보다. 그녀는 나와 깍두기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어린 깍두기의 모습을 본인 남편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딸들도 내년에는 인도에 함께 오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아이들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Moojiji의 등장이었다.
호위무사 같은 사제들과 함께 Moojiji가 뒤에서부터 걸어 나오셨다.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 전체가 그의 등장에 특별한 호의를 보내는 눈치였다. 인사와 환호가 연신 이어졌고 스와미지와 사라스와티지의 조금은 오글거리는 인사말과 함께 삿상(강연)은 시작되었다. 한 서양 남자가 대표로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한 Moojiji의 대답으로 한 시간이 채워졌다. 물음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명상을 할 때에 나를 관찰하는 자, 제3자가 누구인가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내게도 큰 울림이 있었다. 눈물 또르륵..또르륵...하다가 줄줄줄 쏟았는데 사랑이 놀랠까 봐 소리도 못 내고 혼자 울었다. 누가 보면 어머니 돌아가셨는 줄 알았을게다. 주변을 살짝 돌아보니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에게도 감동적인 강연이었나보다. 한 시간 딱 맞게 채우고 Moojiji는 큰 환호 속에서 떠나셨다. 잘 가요 무지지. 따뜻하고 단호한 가르침, 고맙습니다.
한바탕 울고 나니 오늘 할 일 다한 기분이어서 사랑이와 한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우리를 태워줬던 오토바이 청년을 찾으면 또 타고 갈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람쥴라 다리 앞 경찰초소로 걸어갔다. 헉...그런데.....그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처음 보는 인도 청년이 내가 태워줄까? 한다. 그러면서 저번에 너 태워준 그 애는 오늘 밥 먹으러 갔단다. 친절도 하셔라 ㅎㅎㅎ
50루피면 충분할 거리를 내가 100루피줬다는 소문이 났는지... 어쨌든 이 새로운 청년의 도움으로 한국식당 드림카페에 무사히 도착했다.
드림카페에 들어서니 한국분들이 계셨다. 나와 깍두기가 좋아하는 2층 창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20대쯤 돼 보이는 뽀얀 한국 여성이 앞자리에 있었다. 난생처음 인도 여행 중이라는 그녀는 몇 년째 철저한 비건으로 살고 있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키 큰 외국 여성도 한 명 들어왔다. 독일에서 온 그녀는 Moojiji의 삿상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를 연신 이야기했다. 특히 유럽 젊은 층중에 Moojiji의 열혈팬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여행 중일 때는 누구라도 경계를 낮추고 새로움에 마음을 한껏 여는 것 같다. 누구라도 금세 친구가 되고 서로의 존재를 반가워하고.... 일상도 여행과 같이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드림카페에서 두어 시간밥 먹고 놀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인도 청년의 도움으로 무사히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요가페스티벌 오후 프로그램 중 하나인 Tantric Sankrit수업에 참여하고자 깍두기와 아쉬람 가장 안쪽에 자리한 Sacred Sound Stage까지 열심히 걸었다. 수업에 들어가니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통성명도 없이 일단 같이 놀고 보는 아이들.
Anandra George라는 미국인 여자 선생님의 수업이었는데 어떻게 이 세계에 소리라는 것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산스크리트어가 얼마나 영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언어인지를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모두 눈을 감고 ‘아’ 소리를 내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소리의 파장이 시작되는 신체부위를 손으로 집어보라고 했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도 거의 전원이 심장에 손을 얹고 있었다. 오 놀랍고도 흥미로운 소리의 세계였다! 음악이 가장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언어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니 햇살이 가득 내리쬐고 있었다. 너른 잔디밭 위에서 깍두기랑 예삐랑 뒹굴뒹굴하며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이런 여유 좋다.
오후 다섯 시면 식당 Tent에서 차를 제공해줬다. 느긋하게 오후 티타임을 갖고 천천히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짐을 두고 점심을 밖에서 사 먹기 위해 나갔다. 낮과 밤 사이의 일교차가 커서 살짝 목감기가 온 깍두기는 한국에서 미리 지어온 약을 먹는 중이다. 한국을 떠나올 때 추웠는데 갑자기 변한 날씨 탓도 있고 이곳에 난방시스템이 없어서 잘 때 공기가 찬 이유도 있었다. 1인용 전기장판 들고 온걸 그나마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배불리 밥을 먹고 피곤해 보이는 깍두기를 살살 꼬셔 낮잠을 재웠다. 안잔다고 하더니 피곤하긴 했는지 금세 곯아떨어지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 너무 행복했다. ㅋㅋㅋ
두어 시간 푹 자고 일어난 깍두기와 하븐(Haven)을 보러 아쉬람 정문 쪽으로 나갔다. 불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깍두기에게 구경을 시켜주기 위해서 일찍이 가서 줄을 섰다. 아쉬람에 놀러 온 것 같은 초등학생 또래의 언니 오빠들은 깍두기가 신기한지 모두 몰려와서 사진을 찍었다. 언니 오빠의 관심과 사랑이 낯설지만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5시 30분이 되자 경비아저씨가 지키고 있던 문이 열렸고 이번에는 좋은 자리에 앉아 하븐을 볼 수 있었다.
하븐이 진행되는 강가 쪽에서부터 가장 먼 곳에 Tent가 위치해 있어서 우리는 또 부지런히 걸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인도밥도 척척 잘 먹고 탈도 안나는 깍두기에게 참 고마웠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Sacred Sound Stage에서 열리는 미니콘서트에 들어가 봤다. 낮에 낮잠을 푹 잔 깍두기의 체력이 버텨줬기에 처음 참여해보는 밤 프로그램 었다. David Ma라는 이름의 만트라 가수가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고 있었다. 가사도 기타 소리도 어찌나 스윗한지 세상 행복해지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만트라 뮤지션 David Ma를 유튜브에서 자주 듣고 있다.
이 녀석 낮에 정말 숙면을 했는지 콘서트 보고 나서도 계속 파닥인다. 강가 쪽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장기자랑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살살 걸어가 봤다. 그녀의 체력 소진을 위해서였다. 요가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장기자랑이었는데 나름 다이내믹하고 볼만했다. 오빠들의 각종 무술과 댄스, 불쇼 등등 깍두기가 넋을 빼고 보았다.
드디어 오늘치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방에 오자마자 금방 잠이든 깍두기.
그녀가 잠든 이후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참으로,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