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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마사띠 May 12. 2019

깍두기의 소원

모든 존재가 평화롭기를.....

어제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더니 깍두기와 나 둘 다 살짝 늦잠을 잤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Tent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사랑에 푹 빠진 Saul David Raye선생님의 아사나 수업이었다. 수업에 조금 늦어서 조심스럽게 옆문을 열고 살짝 들어가려고 했는데................뜨악! 그거슨 옆문이 아닌 중앙문이었다더라.......고개를 드니 선생님 등이 보인다. 오마이갓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생각하는데 1초도 안걸렸다. 아엠쏘쏘리 죄송하다고 연신 조아리는데 뒤따라서  해맑게 뛰어들어오는 깍두기. 오마이갓갓갓....

그런데 순간 내 귀를 의심할 만큼 사람들의 행복한 탄성이 들렸다. Awww 하는 그 귀여워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한 사운드. 오어우(Awwww). 어린아이를 대하는 서양 사람들의 여유 있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튼 깍두기 덕분에 묻혀갔다. 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들어온 Saul David Raye 선생님의 수업. 맨 앞자리에 서있는 나의 모범생 룸메이트 유키코가 보였다. 그녀는 옆으로 살짝 비키며 나와 사랑이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었다. 매트 두 개를 깔았다. 하나는 내꺼 다른 하나는 깍두기꺼. 요가를 해야하는데 깍두기가 자꾸 내 매트를 침범한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수업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기에 뭐든 괜찮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 즈음이면 늘 햇살이 예술적으로 쏟아졌다. 깍두기와 잔디에서 좀 뒹굴고 놀자고 자리를 잡고 앉아보았다. 나는 요가를 하고 깍두기는 그런 나를 찍었다. 나중에 보니 카메라롤이.........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어라...똑같은 사진이 백장씩 저장되어 있었다.


문제의 David Raye선생님 수업을 마치고 유키코가 찍어준 사진
요가하자 얍! 이 포즈만 최소 백장
뒤에 명상하시는 외국분! 멋짐 포스 뿜뿜!
헉헉
차크라산! 깍두기는 포토그래퍼 놀이중이다
아이고 힘들다
여유로운 빙구웃음

엄마가 요가하는 동안 방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잘도 뛰어노는 깍두기.


하아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 좋다!
이런 쓸때없는 사진도 최소 백장. 고...고마워..
그만해 지우기 힘들어....

저러고 앉아있는 나를 계속 찍고 있는 깍두기를 본 외국인 아가씨가 다가왔다. 엄마 옆에 앉아보라고 했다. 부탁도 안 했거늘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주는 친절한 아가씨.


하지만 비협조가 취미에요
전공은 좀비표정이죠

장난꾸러기 깍두기와 친절한 외국 처자와 한바탕 웃고 나서 자리를 정리했다. 역시 나에게 허락된 여유의 시간은 삼십 분을 넘기지 못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깍두기를 데리고 아쉬람 정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걷다 보니 여기저기 원숭이 친구들도 보이고... 이곳 원숭이들은 사람 물건도 곧잘 홱하고 채어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걸어가면서 간식 먹으면 무조건 뺏긴다고 봐야 한다. 가방째 뺏겨서 여권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원숭이가 마냥 신기하고 좋은 깍두기
원숭이가 정말 진짜 많았다
깍두기와 소친구
초코아이스크림 겟!
그녀는 색칠타임 나는 잠시 독서타임

나는 커피 한잔을 시키고 깍두기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시켜주었다. 잠시 동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누가 오마이갓 오마이갓하면서 내게 걸어오길래 봤더니!!! 작년에 Nasik에서 키즈요가를 함께 배웠던 재스민이었다. 아킬과 재스민 우리 모두 한 조였는데....그녀도 아킬을 봤다고 했다. 지구는 정말 크면서도 작은 것 같다. 쿠웨이트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그녀...너무나 반가워 얼싸 끌어안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인연의 힘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오며 가며 다시 보자고 그녀와 대화를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복도에 원숭이 일가족이 놀러 와서 시끌벅적하다.


신이나서 원숭이들 구경하는 깍두기
숙소 복도에 놀러온 원숭이들

피로가 누적된 깍두기. 낮잠을 한 타임 재우고 오후 네시쯤 강가로 걸어갔다. 일주일간의 요가페스티벌이 막바지로 향해가는 이 시점에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
구경하는 코리안엘사의 뒷모습
우리는 그냥 우리끼리 한 컷!
길거리에서 막 구운 땅콩을 사줬더니 잘먹는다
대화가 즐거웠던 프랑스에서 온 그녀. 엄마 가자며 징징징 깍둑.

깍두기는 꽃을 사서 소원을 빌고 싶다고 했다. 20루피를 주고 꽃을 사서 사람이 드문 우리가 항상 꽃을 띄우는 장소로 갔다.


오늘은 무슨 소원일까
상당히 진지하고 길다
해질녘의 강가
강을 즐기는 사람들
물 위에 둥둥...
간절함으로...이루어지길...
저무는 해의 아름다움
소원빌고 행복한 깍두기
남편에게 보내는 용도 (우리 잘있어!)

강가에서 소원 빌고 한참을 놀다가 동네 개와 노는 깍두기를 두고 잠시 강을 즐겼다. 찰나의 여유라서 더 달콤했던 순간들.


저문다
색의 향연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만트라
저 뒤쪽 쉬바상 있는 곳에서 하븐이 열리고 있다
완전히 날이 저물고....
그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깍두기와 놀던 동네개가 내 엉덩이를 데펴준다
쌀쌀해지는 저녁
장난꾸래기

강가에 앉아 한참을 놀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각종 장애물을 피해 가며 길을 걷는 일이 익숙해지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송아지 두마리
엄마소?

방으로 돌아와 자려고 했는데 체력이 너무 쌩쌩한 깍두기다. 밤 프로그램이 열리는 Yoga Ghat로 살살 걸어 나가보았다. 요가페스티벌 기간 내내 참 자주 마주친 인도 이모 한 명을 또 만났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깍두기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곤 했다.


깍두기를 참 이뻐해주던, 신기하리만큼 자주 만났던 Sanjana
강이 흐르는 소리가 좋았다
더 보겠다며 자리를 지키는 깍두기

한참을 저러고 앉아있다가 끌려들어와 잠이든 깍두기. 깍두기와 나, 이곳의 시간과 리듬에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가 잠들면 그림을 그리곤 했다. 걍 그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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