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Yoga Festival에 참여하다
3월 초의 리시케쉬는 꽤 추웠다. 아침에 눈을 뜨니 낯섦, 안도감과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코끝에 닿는 공기는 차가웠지만 한국에서 장만해온 1인용 전기장판 덕분에 깍두기는 잘 자고 일어난 것 같았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먹으러 Dining Tent로 갔다. 식사가 제공되는 공간을 Tent라고 불렀다.
아침밥을 적당히 먹고 오전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한 시간대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열려서 본인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이었다. 내 선택 기준은 깍두기와 함께 들어도 무방한 수업이었다. 조용한 명상수업이나 너무 인기 있는 요가 아사나 수업보다는 음악이 흐르고 소리도 낼 수 있는 만트라 수업이 좋을 것 같았다. Saul David Raye선생님의 The Power of Om이라는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이 열리는 장소, Sacred Sound Stage에 들어서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나와 깍두기는 살금살금 걸어가 벽 쪽에 기대어 앉았다.
수업은 시작되었고 어린 동양 여자아이의 뜻밖의 등장에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했다.
깍두기는 내 수첩 위에 볼펜으로 한참 뭔가를 끄적이더니 물결무늬를 잔뜩 그려놓고는 영어라고 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하는 옴 챈팅은 온 감각을 깨우는 듯했다. 깊은 옴 챈팅이 반복되면서 공간에 차오르는 진동들.... 아 오랜만이다 이 느낌. 우주로 가는 이 느낌.
Saul David Raye선생님의 따뜻한 음성과 말들이 좋았다. To define God, to deny God. (신을 정의 내리기 위해서 신을 부정해야만 한다.) 라는 선생님의 말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큰 위안이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이유를 아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또 우리에게 물으셨다.
Do you want to be right? or do you want to be happy? (당신은 옳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옳다는 믿음과 행복이 늘 같은 선상에 있지는 않다. 우리는 때로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논쟁하고 싸우기도 하는데.... 그런데 내가 옳다고 믿는 건 정말 옳은 것일까?
Every night when you sleep, you go back to God. (매일 밤 잠들 때, 당신은 신에게 돌아간다.)
Saul David Raye선생님은 깨달은 자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따뜻함과 여유를 가진 분이셨다. 수업을 마치고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비쳤다. 말이 필요 없는 미소가.
요가 페스티벌에서 선택한 첫 수업이 꽤 만족스러웠다. 아 역시 잘 왔어! 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오전의 쌀쌀함은 가시고 햇살이 온천지에 가득했다. 파르마뜨니케탄 정문까지 걸어 나오며 깍두기와 사진도 찍고 여유를 만끽했다.
깍두기가 드디어 한국 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삼일 동안 내리 인도밥이면 선전했다. 리시케시에 있는 유일한 한국식당 드림카페의 정보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입수해 놓은 상태. 살살 걸어서 동네 구경도 하고 한국식당에 찾아가 보자 하며 깍두기와 길을 나섰다. 살살 여유롭게 산책하려 했지만 그것이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데에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귀가 터질만큼 크게 클락숀을 누르며 지나가는 오토바이 피하랴 열 걸음에 한 마리씩 소 피하랴 소똥 피하랴 좁은 골목길 걷기가 장애물 경기 결승 수준이었다. 인도가 처음은 아니어서 예상 못한 건 아니었지만 혼자 걷기와 깍두기와 함께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래도 물어물어 가며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 람쥴라 다리까지 도착!(이 동네에 긴 다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람쥴라고 다른 하나는 락쉬만쥴라다) 람쥴라 다리를 건너는 일은 더더욱 하드코어였다. 사람 두 명 지나갈 수 있는 폭의 다리에 오토바이들이 휙휙 지나가고 소도 누워있고... 오 마이 갓....
리시케시가 좁은 동네라는 생각에 걷다 보면 금방 한국식당을 찾겠거니... 생각한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깍두기는 다리 아프다 배고프다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제야 구글맵을 다운로드하여 드림카페를 찍어보았다. 헉...1.7km.......를 걸어가야지 드림카페라고 나왔다. 순간 당황하여 그냥 아무거나 먹을까 했지만 한국음식을 꼭 먹겠다는 깍두기의 결연한 표정. 다시 하드코어한 람쥴라 다리를 건너 조그만 경찰 초소를 찾아갔다. (이때쯤 깍두기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ㅠㅠ)
인상 좋아 보이는 경찰 아저씨한테 드림카페를 가야 하는데 뭐 탈것이 없냐고 물으니 걸어가야 한단다....주위를 둘러보니 끝도 없이 걸어 다니는 유럽인들만 보이고.....
오토바이라도 빌려 탈 수 없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때였다! 옆에 서있던 인도 청년 한 명이 자기가 태워주겠다며 수줍게 나섰다. 오 그대 고마워라! 나도 깍두기도 난생처음 타보는 오토바이. 인도에서는 4인 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광경이 흔하다. 여기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떨렸다. 어쨌든 감기 기운이 도는 깍두기에게 오늘만큼은 뜨끈한 한국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인도 청년의 등에 매달려 슬로우 슬로우 세이프 세이프를 외치며 십 분 만에 드림카페 앞에 도착했다. 착하고 고마운 인도 청년에게 기쁜 마음으로 100루피를 건네주었다.
오 와우!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다니.... 돌아올 때는 어쩌지 살짝 걱정이 되었으나 일단 먹고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드림카페에 들어가니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 것이 꽤 반가웠다.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는 정말 한국사람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오므라이스와 비빔국수, 과일 샐러드를 시켜 맛있게 냠냠..! 먹느라 바빠서 남은 사진은 과일 샐러드뿐.
드림카페 카운터에 내려와 계산을 하고 인도인 사장님께 오토바이 탈 방법이 있느냐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걱정스럽게 서있었더니 가게 안에서 어떤 인도 청년 한 명이 자기가 태워주겠다며 나선다. 오 구세주! 역시 구하면 얻으리....
나는 너무 고마워서 200루피를 외쳤다. 대신 for safe driving!이라고 했더니 Don’t worry I love my life!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그다. 조금 떨렸지만 무사히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으로 컴백할 수 있었다.
다시 아쉬람으로 돌아온 우리는 오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서둘러 걸었다. 수업 장소는 식사를 하는 Tent 맞은편에 Sacred Sound Stage였다. Setsuo Miyashita라는 중년의 일본 남자분의 힐링 음악 세션이었다. 일본인 룸메이트 유키코언니의 친구이기도 했고 일본 내에서 실력 있는 인도 음악 연주자라고 했다.
파르마뜨니케탄 국제요가페스티벌은 새벽부터 밤까지 프로그램이 이어지는데 매일 오후 5시에는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하븐(Haven)이 강가에서 진행된다. 깍두기와 하븐에 참석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다시 정문 쪽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반복하여 부르는 만트라...신에게 매일 올리는 일종의 제사였다. 그 뒤로 유유히 흐르는 Ganga.....강고뜨리라는 갠지스강의 발원지에서 물이 흘러나와 처음 만나는 강이 이 강가라고 한다. 인도 사람들에게조차 리시케시는 매우 신성한 지역으로, 이 강가는 신성한 물로 여겨진다. 실제로 성지순례 온 인도인들도 많았다.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깍두기가 혹 다치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뒤쪽에서 해지는 광경을 보았다.
인파는 점점 더 많아지고 날은 추워져서 이만큼 보았음 되었다 하고 깍두기와 자리를 옮겼다. 람쥴라다리 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한적한 강가가 보여서 그곳에서 우리 둘이 꽃에 불을 붙였다.
깍두기는 너무 행복한 것 같았다. 양치해라 누워서 자라 잔소리 들어야 할 시간에 엄마랑 불 붙이고 소원 빌고 심지어 강물에 띄워 보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한 달여 머무는 동안 최소 열다섯 번은 소원을 빌었으니까. ㅎㅎㅎ
이미 상당히 지친 깍두기를 데리고 저녁식사가 마련된 Tent까지 걸어가기가 힘들어서 골목길 이탈리안 식당에서 파스타 한 그릇을 포장했다. 한국에 비해 가격은 싸고 양은 많은 인도 식당들. 하나 포장하면 나랑 깍두기 둘 다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문다. 사실 저녁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나가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깍두기와 동행한 여행이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아쉬운 맘 한편에 있지만 깍두기와 함께여서 열리는 또 다른 세상 역시 존재한다.
나에게 세 번째 인도지만 엄마로 온 첫 번째 인도이기도 하다.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의 작은 보폭에 맞추어 걷는 느린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