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마뜨니케탄아쉬람 요가페스티벌에 가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가 번쩍 눈을 뜨니 아침 7시였다. 창문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개 짖는 소리, 릭샤 소리, 기도 소리 등등 각종 소음에 더 이상 잠을 자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일어나니 깍두기도 따라 일어났다. 나는 조금 피곤했으나 간밤에 택시에서 숙면을 취한 그녀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다행이다. 공항에서 유심을 안 사고 그냥 왔는데 어제 새벽에 자얀트씨께 와이파이 비밀번호 묻는 걸 깜빡해서 여태 한국과 연락두절상태였다. 잘 도착했는지 걱정할 사람들이 떠올라서 깍두기와 손잡고 게스트하우스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는데 아무도 없었다. 삼십 분쯤 흘렀을까 직원 같은 포스의 젊은 인도 남자가 지나가길래 얼른 붙잡고 물어봤더니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기다리고 걱정하고 있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짧게나마 잘 도착했음을 알리고.....
깍두기와 뜨신 물에 간단히 샤워를 했다. 깨끗하게 옷도 갈아입고 게스트하우스 1층으로 내려가니 자얀트씨가 계셨다. 리시케시에는 여러 개의 아쉬람(요가수행자들이 머무르면 수련하는 곳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크고 명성이 있는? 아쉬람 중 하나가 파르마뜨니케탄(Parmath Niketan Ashram) 아쉬람인 듯 보였다. 명성은 별로 믿을게 못된다는 걸 여러 차례 경험해봐서 기대치는 없었다. 단지 7일간 열리는 International Yoga Festival이 그곳,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 열려서 우리의 첫 숙소로 당첨되었다. 한국에서 페스티벌 티켓을 미리 예약해두어서 오늘 오후에 그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 내용을 알고 있던 자얀트씨께서 우리가 10시에 타고 갈 수 있게 택시를 대신 예약해주셨다. 그리고 깍두기와 아침을 먹고 오라며 비틀즈 식당을 알려주셨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분 거리였다. 과거에 조지 해리슨을 주측으로 비틀즈 멤버들이 방문했던 리시케시. 그래서 리시케시를 비틀즈와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비틀즈카페도 여행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것 같았다. 그런데 갔더니 막상 문이 닫혀있어서 근처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벽의 노란색이 시선을 잡아끌어서 그냥 들어갔더니 웃음이 환한 인도인 사장님과 일하는 청년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땡그랗고 신기한 눈으로.
엘사 공주는 누텔라 팬케익을 주문했다. 평소 같았으면 택도 없는 메뉴 선택이지만 인도에 마음을 붙이라는 의미로 시원하게 시켜줬다. 남길게 뻔하기 때문에 내 메뉴는 따로 시키지 않고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한 잔 주문했다. 인도에서 마시는 짜이라니 이 얼마만이냐 비주얼에 감동했지만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열 시 정각에 오리엔트 게스트하우스로 가니 서두르는 사람은 나뿐이다. 아 맞다.. 여기 인도지... 10시 정각에 예약을 했다고 해서 10시 정각에 택시가 오지는 않는다. 여긴 인도니까. 설령 택시기사가 10시에 오고 내가 11시에 와도 그는 화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인도니까.
오리엔트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자얀트씨가 운영하는 Real Adventure라는 여행사가 있었는데 이 곳에서 사람들이 각종 여행 및 놀이 관련 티켓도 끊고 환전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았다. 자얀트씨는 아주 능숙하고 맘 좋은 비즈니스맨으로 보였다. 나도 부자처럼 천 달러나 환전을 하고 자얀트씨께 감사인사를 한 뒤 택시에 탔다.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 일주일간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이 곳 리시케시는 길이 좁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외국인들은 거의 걸어 다니거나 오토바이를 대여해서 타기도 했다. 우리가 들고 온 큰 캐리어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어 택시를 타니 되려 멀고 먼 산길로 돌아가야 했다. 경치는 끝내줬고 드라이브 값으로 800루피라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다. 나름 거금을 벌어 기분이 좋았던지 택시기사가 친절하게 짐까지 날라줘서 파르마뜨니케탄 페스티벌 사무실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하얀 옷을 입은 누가 봐도 요가인인 자원봉사자들이 환하게 우리를 맞이해줬다. 서양사람들의 다소 과한 환대가 고마울 때도 있다. 특히 어색할 때. 어린아이와 함께한 동양인에게 한번 더 웃어주는 마음이 느껴졌다. 땡큐.
요가 페스티벌 메인 사무실에서 내 예약사항을 확인한 후 팔찌를 채워줬다.
이 팔찌만 보여주면 어디든지 무조건 통과다. 왜냐하면 비싸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700불. 숙박과 음식 그리고 페스티벌 동안 열리는 모든 수업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다행히 깍두기는 1+1이므로 무료다.
십 대쯤 되어 보이는 자원봉사자인 것 같은 인도 소년이 캐리어를 방까지 날라주었다. 단야바드 단야바드!(고맙다는 힌디어)
아쉬람 페스티벌 광고에는 우리가 예약한 방이 강가 뷰에 럭셔리에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방의 상태였지만 나의 기대를 탓할 수밖에. 여긴 인도니까. 방에는 양쪽으로 싱글 침대가 두 개였다. 룸메이트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쪽에 짐을 두고 깍두기와 아쉬람에서의 첫 점심식사를 하러 나섰다. 사람들에게 물어 식사가 제공되는 Dining Tent를 찾아갔다. 어엄청 넓고 어엄청 많은 사람들과 어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있었다. 야외에 배치된 테이블에 앉아 깍두기와 인도식 아쉬람 밥을 먹어보았다. 맛은 생경했고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했다. 둘러앉은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오~~아직 내 영어 안 죽었군...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중년 여성 레베카, 그리고 굉장히 지적으로 느껴졌던 뭄바이에서 온 인도 여성(이름 까먹었다), 그리고 깍두기보다 한 살 어린 인도 아이를 대동한 아빠와 그의 어머니.
그러고 있는데 아는 얼굴이 한 명 나타났다! 어머머머 재작년 Nasik에서 키즈요가 TTC 할 때 한조였던 남자애였다. 이름은 아킬.
2년 전에도 내내 묵언수행만 하던 그를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 하지만 여전히 묵언수행 중인지 반가워하는 나에게 미소로 응답하고 가던 길 가는 그. 저 저 저 인간 아직도 사회성 제로네하다가 예전에도 특이했는데 여전히 특이하군 생각도 했으나....또 그에게는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생 혹은 얼마나 오래 일지는 모르겠으나 온전히 자기 수행 속에 머물고 싶은 그를 존중하고 싶다. 말도 안되는 우연의 반복과 사회성 제로인 그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피식 웃음이 난다. 마음 한편에 남몰래 보내는 응원. (Go! 아킬!)
우리가 도착한 그 날이 페스티벌 둘째 날이었으므로 함께 식사한 사람들로부터 어떤 프로그램이 괜찮았는지 나름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른거리는 그들의 얼굴, 늘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옴 샨티샨티!
3월은 인도에서 가장 큰 페스티벌 중 하나인 홀리(Holi) 축제가 있는 달이다. (홀리 축제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형형색색 꽃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며 아이처럼 신나게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봤었는데 드디어 올해 겪어보는구나 싶었다. 아쉬람에서도 홀리 세리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해서 배부른 깍두기와 식당 옆 잔디로 걸어갔다. 사진으로만 봤던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의 수장 스와미지와 사라스와티지께서 오렌지 의상을 입고 계셨다. 아우라가 상당했다. 우와~~ 잡지에서 본 사람이다!! 나는 연예인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깍두기는 꽃을 뿌려대는 광경이 그저 신기한 것 같았다.
세리머니를 짧게 구경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 길. 붉은 옷을 입은 어떤 여성이 우리에게 온몸으로 아는 척을 한다.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것이...You...룸 658? 그러는데 아 룸메이트! 싶었다. 그녀는 일본인이었는데 방 안에 두었던 깍두기의 키티 캐리어를 보고서 우리를 짐작한 것 같았다. 짧게 맞다고 반갑다고 우리가 너의 룸메이트라고 인사를 했다.
아쉬람 주변을 살살 걸으며 구경하다가 잠시 강변 야외 프로그램장에 갔다. 아쉬람 정문을 빠져나오면 바로 눈 앞에 옥빛 강가(Ganga)가 펼쳐져있는데 그 앞에 Yoga Ghat라는 이름의 장소가 임시로 지어져 있었다. 어린 동양 여자아이의 등장을 매우 신기해하는 인도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에서 온 어린아이들 혹은 아이를 둘셋씩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자들은 꽤 있지만 아시아 어린이는 드물어서 좀 더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아직은 쌀쌀한 밤 날씨에 여독이 남아있는 깍두기를 위해 짧게 구경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잘 준비를 했다.
이렇게 요가 페스티벌은 시작되었고...
우리의 첫 숙소인 파르마뜨니케탄 아쉬람에서의 열흘도 함께 시작되었다.
매 순간이 새로 태어난 듯 낯선,
밥만 시간 맞춰 잘 챙겨 먹어도
아우 잘 살았다 말할 수 있는 하루
1인용 전기장판 위에 깍두기를 눕히고 나는 그녀를 꼭 끌어안고 싱글 침대 위에 나란히 잠드는 밤. 심지어 옆의 침대에 모르는 여자도 자고.
무사히 몸을 뉘일 수 있음에 안도하며...
지구별 위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