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 마르 Jan 05. 2024

코 고는 순례자들을 만난다면

이때 필요한건!

순례자들의 숙소를 알베르게 Albergue라고 한다.

알베르게 규모에 따라 100명이 혹은 4명 규모이기도 할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모두들 고단했던 걷기를 마치고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하나의 복병이 있으니 바로 코골이.


정말 무지막지한 코 고는 소리는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고 싶어도 잠이 들 수가 없다. 한 번은 브라질 할아버지 순례자의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우렁차 방에서 나와 공용공간 소파에 나와 누워 있다가 다시 들어간 적이 있다.


왜 이렇게 코를 고는 거야!!

다시는 같은 알베르게에서 안 잘 거야!!라고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 고는 사람은 어디에나 포진되어 있다. 나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다가 자는 방식을 택했다.

feliz viaje 행복한 여행이란 인사로  순례길 걷다가 만났다.


산티아고 도착 후 피니스테라 까지 가기로 결정했는데

중간에 숙소가 없고 길을 잃고 해서 그때 동행자였던 동생과  돈 반반 내고 펜션에서 자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그 동생이 말하길 내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못 잤다고…

설마! 내가?

나 코 안 고는데?

코를 곤다고 해도 쌕쌕거릴 뿐일 텐데?

그날 너무 피곤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두 번째 까미노 때 스페인 3명의 친구를 알베르게에서 만났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한 명이 나에게 와서

너 코 고니?라고 묻는다.

아니?! 너는 골아?라는 대화를 나눴다.

그들 멤버 중 누군가 코를 골긴 했다.

이렇게 누군가 코를 골 땐  피곤한데 잠을 자고 싶다고!!!! 라며 내적 분노를 일으켰다.



시간이 흐른 후 현재 나와 함께 방을 쓴 사람들 대부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 코 무지 골아.


최근에 아이가 내 코 고는 소리를 따라 할 땐 웃기면서도 어떡하지? 할 정도로 크긴 했다. 그러고 나서 불현듯 순례길이 떠오르고 그때 방을 같이 사용한 동생의 말도 떠오르고… 이제야 얼굴이 타는듯한 부끄러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일찍 자지 않을 땐 다른 사람의 코 고는 소리를 들었지만, 내가 먼저 잠든 날에는 다른 사람이 내 우렁찬 코골이 소리를 들었겠구나. 그러면서 전혀 코를 전혀 안 고는 것처럼 굴면서 잤는데, 수치다. 부디 오래전이었을 테니 심하지 않았길 바라며. 미안합니다.




준비물 팁


이어 플러그 (귀마개 : 작은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고 여분 하나 정도 넣어 가지고 가면 좋다_다이소 판매)


한 폴란드 부녀가 순례길을 걷는데 알베르게에서 딸이 같이 숙소 쓰는 사람들에게 돌면서 어떤 통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어 플러그가 가득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우리 아버지가 코골이가 심하니 한세트 가져가!

센스 있는 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어 플러그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요긴하게 썼다. 자신이 코를 정말 심하게 곤다면 다른 순례자들을 배려해 이어 플러그를 준비해 보는 것 (그렇다고 짐쌀 때 부담되지 않게 적당한 양만)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다.






이전 03화 순례길에 신어야 할 신발은 등산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