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글의 깊이에 반응한다.
요즘 네이버 블로그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곳곳에서 플랫폼의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고, 나 역시 오랜 이용자로서 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특히 난무하는 챗봇 댓글들을 보면서 이 플랫폼의 수명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때 건전하고 활발했던 소통의 공간이 기계적인 상호작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블로그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서사를 품고 있다. '인플루언서'라는 SNS 용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파워블로거'라는 타이틀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이를 지지하는 독자들과 함께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윈윈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익형 블로그를 지향하는 사용자들이 무작정 블로그를 개설하고, 팩트 체크 없는 내용이나 AI로 작성된 글로 조회수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네이버 블로그의 질적 관리에 의구심이 생겼다.
네이버 블로그는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 중에서도 정보성 위주의 공격적인 수익형 구조를 지향한다. 분야의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수준의 내용과 글을 게시하면서 취미를 전문화하는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출판이나 전문 분야 기업들과의 협업 등 블로그 밖에서도 성과를 거두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위해서는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 공론화되면서 노출이 잘 되는 비법들이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블로그 글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왔다. 글의 제목에 관련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우선 노출된다는 이유로 오합지졸 같은 괴물 제목들이 널려있다. 내용에는 네이버 서비스들이 포함되어야 하고, 지도나 네이버에 등록된 영상물 등을 의도된 요소들로만 채워진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최근에는 AI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도움이 아닌 의존으로 작성된 글들의 편의성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의 콘텐츠들이 점점 신뢰도와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나도 20년 가까이 된 관리가 안된 블로그가 있는데, 최근에 정리를 하고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동시에 브런치 작가 신청과 함께 글을 두 곳에 동시에 게시했는데, 역시 정보성이 아닌 글이 네이버에서는 노출이 확실히 낮았던 반면, 브런치는 전혀 다른 반응으로 돌아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회신된 메일이 기억난다. 첫줄엔 "안녕하세요. 작가님"이라고 써져있었다. 그런 호칭 하나가 내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횟수보다 깊이에 집중하게 되었고, 글의 밀도를 더 고민하게 됐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다양한 성격의 글들이 있다. 정보성과 심도가 깊은 글이 브런치에 있거나, 소소한 에세이나 일상이 기록된 블로그도 있다. 각 서비스에서 이런 다양성이 녹아 있을 때 확실히 서비스의 질이 풍부하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최근 나는 브런치에 더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깊이가 블로거보다 심도 있어 보이고, 사람들의 글과 나의 글에 대한 태도가 좀 더 진지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글쓰는 일도 빠르고 편리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좀 더 사람 향이 나는 글을 쓰고 싶고 찾고 싶다. 플랫폼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나는 여전히 사람이 쓰고, 사람이 읽는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