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것들

의미 없는 콘텐츠 소비와의 결별

by 블루센스
8월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쓴맛이 사는 맛>


올해 2월, 독서 습관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크다. 다만, 이 후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전까지는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스스로 무르익었다고 느낀 40대가 되어, 마침내 독서의 문을 열었다.


2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 총 4권을 읽었고, 1권을 추가로 읽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큰 변화다. 그동안 나는 책을 고를 때 ‘이론서’ 위주로 선택했다. 실용적이고 도움이 될 거라 믿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반면, 이번에 읽은 책들은 인문·에세이 장르였다. 처음으로 “책이 술술 읽힌다”는 경험을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책은 인터뷰 모음집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들과의 대화가 담겨 있었고, 10년이 지난 책이라 이제는 고인이 된 분도 있었다. 예리한 질문과 솔직한 답변을 통해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책 속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긴 여운으로 남았다.


물론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않는다. 책이란 본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책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생각은 자연스럽게 내 안에 남는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흔적이,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런 깨달음 후 독서를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지금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늘 가방에 넣고 다닌다. 이전에는 습관처럼 스마트폰 SNS나 TV를 켜고, 아무 의미 없는 휘발성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안타깝다. 재미도, 휴식도, 여운도 남지 않는 공허한 시간이었고, 그렇게 쌓인 시간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삶을 허비했다는 자책마저 든다.


물론 세상엔 수많은 콘텐츠가 ‘작품’이란 이름으로 존재한다. 나는 그것들을 개인의 잣대로 구분하고 평가할 마음은 없다. 같은 작품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유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것이 콘텐츠 소비자에게 삶에 어떤 울림을 남겼는가다.


독서는 나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습관이 되었고, 여운을 남겼다. 나의 내면을 흔들었고, 사유의 폭을 넓혔다. 그래서 늦었지만,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여운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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