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창의적인 목소리들
다시 겨울이 찾아온 런던은 늘 그렇듯 흐린 하늘 아래 낮 시간이 점점 짧아져가고 있었고, 계절이 주는 묘한 쓸쓸함 속에서 어떻게 겨울을 보낼지 고민하던 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런던 브리지 - 공연예술인 인터뷰'를 꾸준히 응원해 주셨던 분이 “런던 브리지 시즌 2는 안 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주셨습니다. 그 질문이 마치 스위치를 켠 듯 저를 환하게 밝혔고, 그 순간 머릿속에서는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습니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랐습니다.
어느새 ‘런던 브리지 – 공연예술인 인터뷰’를 연재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도 여러 변화가 있었습니다. 영국에 더 오래 머물기 위해 비자를 연장했고, 알 수 없는 결과를 기다리면서 여러 번 나의 결정이 맞는지 되물었습니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지만, 더 불안정한 상황으로 또 한 발을 내디뎌 휴직 중이던 회사를 그만두는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송별회도, 한참 마음을 졸이다 결과를 받은 비자 승인 축하 파티도 없었습니다. 해외에 산다는 것은 이렇게 혼자 마음을 다독여가며 지내야 하는 일이구나 느끼며 정말 멀리 떠나왔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외로움과 단단한 결심 사이에서 사람은 자연스레 사람을 찾게 됩니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마음의 결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면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그래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얻게 됩니다. 특히 이곳에서 공연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단함을 느낍니다. 안정적이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는 점, 경쟁과 생계 사이에서 매일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타지에서 생활 한다는 것이 주는 어려움.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공연을 만들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글을 쓰고, 또 어떤 이는 목소리를 내며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갑니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같음을 기뻐하고 다름을 발견하며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 프로젝트를 다시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꿈을 돌보고 키워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각자의 삶이 가진 에너지가 서로에게 건네져,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연결하고 지지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꿈을 위해 꾸준히 도전하는 이들의 인터뷰 속에서 작은 용기와 위로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의 걸음을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응원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