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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 Oct 12. 2024

성실함과 꾸준함_발레리나 김지민

지민 씨가 모임에 나타났을 때, 특별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발레리나라는 소개에 모두들 놀라며 ‘어쩐지 남달랐어!’라는 반응을 보였죠. 런던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를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특히 화제가 되는 무용 공연을 올리는 핫한 공연장 '새들러즈 웰스 Sadler's Wells'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공연장을 찾았어요. 그녀는 런던 시티 발레단의 다른 멤버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그 안에서 특별히 빛났습니다. 
 
지민 씨와의 대화는 서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도전하지 않았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부족함을 핑계 삼아 미루기보다, 도전하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한국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실기과 발레 전공으로 졸업한 후, 5월부터 9월까지 런던 시티 발레단에서 2024년 시즌에 활동했고, 지금은 아일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지민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나요?

저를 설명하는 키워드라면 '성실함'인 것 같아요. 중학교 1학년 때, 남들보다 늦게 발레를 시작했지만 발레가 너무 간절했고 하고 싶었기에 시작한 후로는 앞만 보고 달렸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따라가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 너무 못하는 학생이었고 저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며 목표를 하나씩 이루려고 노력했어요.


성실함은 일부러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연스럽게 쌓인 결과였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람들은 저를 '열심히 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더라고요. 아직 이룬 건 많지 않지만 발레를 전혀 몰랐던 중학생이 발레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선화예술학교에 입학해 지금까지 버텨온 건, 저의 타고난 신체나 발레적 재능이 아닌 성실함과 노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도 나태해지려 할 때면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해요.


성실함과 꾸준함이 저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해요. 발레 연습 중에 하나라도 틀어지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제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덕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힘들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신에게 여유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무용을 하면서 깨달은 저의 장점은 표현력과 저만의 확실한 느낌이에요. 어릴 때는 신체와 외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외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부족한 점만 신경 쓰다 보니 더 진지해졌고 그걸 채우려고 애썼지만 어려웠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며 다양한 작품을 하면서 표현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졌고, 제가 표현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기본기와 테크닉을 다지는 과정에서는 아카데믹한 부분에 집중했기 때문에 더 몰랐던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관객에게 제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표현해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김지민만의 느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무용수로서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다, 무엇 때문에 영국에 오게 됐나요? 왜 하필 '영국 런던'이었을까요?

2024년 4월 말에 영국에 왔으니 이제 5개월이 되었네요. 사실 발레를 통해 영국에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영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리 멀게 느끼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발레에 있어서는 저에게 거리가 있었거든요.


유럽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 발레단뿐만 아니라 작은 발레단도 많아요. 특히 독일에 발레단이 가장 많고 많은 한국 무용수들이 유학하거나 발레단에 입단하기 위해 독일을 선택하곤 하죠. 반면 영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열 발레단과 국립 발레단, 그리고 버밍엄과 리즈에 있는 발레단을 제외하고는 소규모 발레단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런던에는 큰 발레단 두 곳이 있지만, 이들 발레단에 입단하려면 해당 발레단의 학교를 졸업해야 하거나 오픈 오디션이 없어 외국인이 경력 없이 입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요.


저는 로열 발레단을 좋아하지만, 영국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고 로열 발레단뿐 아니라 다른 발레단도 가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해외 발레단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저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해외 오디션 정보를 찾아보며 실제로 몇몇 오디션에 도전했어요. 유명 발레단의 오픈 오디션만 보면서는 어렵겠다고 판단해, 해외 발레단 오디션 접수를 도와주는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았어요. 혼자서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작년 4학년 말에 다시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런던 시티 발레단은 1978년에 설립됐고 새들러스 웰스 극장을 기반으로 다이애나 왕비가 후원하던 발레단이었대요. 그런데 1996년에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가 2024년, 30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발레단이에요. 처음엔 이 발레단에 대해 전혀 몰랐고, 정보가 없다 보니 신뢰하기 어려웠어요.


대부분의 발레단 오디션은 1차로 영상 심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력서와 함께 기본기, 예술성, 현대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15분 내외의 영상을 제출해야 해요. 영상심사에서 통과되어 초대를 받으면 현장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어요. 오디션 10일 전에 영상 심사를 통과했으니 현장 오디션에 오라는 메일을 받았어요. 보통은 여러 발레단 오디션을 묶어서 다니는데, 런던 시티 발레단 오디션은 혼자 동떨어져 있었죠. 당시가 1월 초였고 다른 발레단 오디션이 전혀 없는 시기여서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고 갔고, 결국 합격해서 저의 첫 발레단이 되었어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2024년 런던 시티 발레단 활동 모습. 1966년 Kenneth MacMillan 안무작 'Concerto Pas de Deux'


영국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식습관은 저에게 큰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생활 패턴이 안정되면서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게 됐고, 혼자 모든 걸 챙겨 먹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면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균형 있게 먹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식습관이 정말 좋지 않았어요. 매일 밤늦게 끝나는 스케줄 때문에, 중간에 뭘 조금씩 먹어도 밤 11시나 12시에 배가 고파 집 가는 길에 막 먹었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잠들었어요.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 다시 아침을 먹고, 그때는 그냥 음식이면 다 먹었던 것 같아요. 어떤 영양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죠.


여기서는 발레단 친구들이 모두 영양에 관심이 많았고 한 끼 한 끼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당, 전해질까지 신경 쓰면서 챙겨 먹는 모습을 보며 저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살을 빼라는 말만 들었지, 영양을 어떻게 챙기며 살을 빼야 하는지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게다가 학교 스케줄 때문에 건강하게 챙겨 먹을 여유도 없어서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빵, 커피 같은 걸로 때우기 일쑤였죠. 제가 여전히 먹는 걸 좋아해서 균형 있게 조절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 부분에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 머리와 옷 입는 스타일은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학교와 집만 오갔고, 새벽에 등교해 밤늦게 돌아오다 보니 외출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죠. 겨울에는 맨투맨, 여름에는 티셔츠 몇 장을 돌려 입었고, 발레복만이 저에게 중요한 옷이었어요. 연습복을 고르는 데는 신경을 썼지만, 외출복은 거의 없었어요. 어머니도 성인이 되었으니 옷에 신경 좀 써보라고 하셨지만 저는 바쁘고 피곤한 아침에 편한 옷을 입고 나가는 게 익숙했어요. 


런던에서 좋았던 건, 사람들이 남의 외모나 차림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내가 맨얼굴로 다니든 화장을 하든, 그 누구도 평가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아요. 물론 그게 특별히 좋아 보이면 칭찬해주긴 하지만, 그런 외적인 모습에 대해서 먼저 말하지 않아요. 그 점이 정말 좋았어요. 한국에서는 생얼로 나가면 바로 제 얼굴을 보자마자 "오늘 화장 안 했네?"라는 말이 일상이었죠. 여기 오고 나서 나도 모르게 외모에 대한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도 그 시선들 중에 하나였겠죠. 


런던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는 도시라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특별히 평가하거나 신경 쓰기보다는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발레단에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보니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어요. 이곳에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제 저도 남의 외모나 스타일에 크게 관심 두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이곳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10대를 발레에 전념했더라도 성인이 되어 다른 일을 하고 싶거나 새롭게 공부하고 싶으면, 프로 무용수의 길을 그만두고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다른 길로 간다 하면 주변에서 "그만둔 이유가 잘 안 풀려서가 아닐까?"라는 시선이나 아까워하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선택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분위기가 부럽게 느껴졌어요.


또 퇴근 후 저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여유를 찾게 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저에게 관대함을 주는 법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정말 풀액셀만 밟고 살다가, 아주 잠깐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달려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저를 많이 성장하게 했지만, 여기 오고 나서 발레뿐만 아니라 제 삶 자체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발레도 중요하지만, 발레와는 별개로 제 인생도 행복해야 하니까요.


분명 힘든 날도 있었을 텐데 영국에 와서 힘든 날은 언제였나요?

영국에서 힘들었던 순간은 다른 문화나 집이 그리운 것보다는 발레가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 매일 아침 1시간 15분 정도 기본기 수업을 하는데, 그게 잘 안 풀리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래도 그날 리허설이 알차고 힘들게 움직여서 뿌듯하면 오전의 아쉬움이 조금은 잊히는데, 발레단 스케줄이 느슨한 날이 있거나, 하루 종일 있어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앉아만 있다가 집에 가는 날은 좀 힘들었어요.


또 연습실을 6시 이후로 사용할 수 없어서 개인 연습을 많이 못 하는 점도 아쉬웠어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하긴 했지만, 부족하다고 느꼈죠. 발레 연습이 뿌듯하지 못한 날이 가장 힘들었고, 주말이나 며칠 연속으로 쉬는 날이 있을 때 할 게 없어서 힘들었던 적도 있어요. 저는 쉬는 날에도 뭔가를 계속해야 하는 성격인데, 여기서는 그럴 기회가 적고, 만날 친구도 없다 보니... 그래도 중간에 발레단과 함께 3주 동안 중국 투어를 다녀오면서 아시아의 기운을 다시 충전하고 돌아와서 향수병 없이 잘 지낸 것 같아요, 하하.


(이 이야기를 하면서 강도 높은 K-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우리에겐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죠!)

지난 8월 런던 시티 발레단 중국 투어 중에


영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미리 와본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단 해보고 나서 아니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되니까요. 가보지도 않고 고민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영국은 적응이 비교적 쉬운 나라라고 생각해요. 해외에 나갈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영국은 추천할 만한 곳이에요. 한국과 비슷한 점도 많고, 런던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있어 이질감이 덜하기도 하고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적인 장벽도 상대적으로 적어요.


무용수로서도 저는 여기서 몸을 사용하는 법이나 춤추는 법을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배웠어요. 학교에서 배울 때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웠고 스스로도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익숙한 곳에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는 예상치 못한 것들을 보고 배우면서 생각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되더라고요.


지금 저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어요.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의 장단점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꼭 영국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새로운 경험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저는 적극 추천합니다.


지민 씨의 인생 공연은 무엇인가요?

제가 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23년 12월 1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에서 마지막으로 올렸던 정기공연 김용걸 교수님의 작품 ‘The Nature’입니다. 이 작품은 팬데믹 시기에 안무된 작품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저는 이 작품에서 2장의 주역을 맡아 팬데믹 이전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음악과 안무가 잘 어우러져 제 감정을 온전히 몰입시킬 수 있었고, 관객들에게 제가 해석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만큼 이 공연은 제게 인생 공연으로 남아있습니다.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을 무용수가 함께 느끼며 춤출 때, 저는 그것이 성공한 무대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지만, 학교 공연이라는 점에서 널리 알려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전체 샷으로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링크예요:

https://youtu.be/MWhofobe3cI?si=hl94l3Bn3rn0E8SW


런던에 있는 극장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공연장이 있나요?

제가 공연했던 공연장들 중에서는 런던에 있는 '새들러스 웰스 Sadler’s wells’ 극장이 무용 공연에 가장 적합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리 프로덕션이 좋아도 무대가 좋지 않으면 그 작품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거든요.  새들러스 웰스 극장은 무용 공연에 있어서는 정말 90-100프로 발휘될 수 있는 좋은 환경, 무대였고 그렇기에 객석에 관객들도 더 공연을 잘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들러스 웰스 Sadler's Wells는 런던의 엔젤에 위치한 세계적인 무용 전문 극장입니다. 1683년 리처드 새들러가 발견한 광천으로 시작된 이 극장은 '치유의 우물'로 명성을 얻었고, 공연 자체가 주요 매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우물이 말라버린 후에도 셰익스피어 극, 보드빌, 오페라 등의 공연은 계속되었으며, 1925년 릴리안 베일리스가 극장을 맡은 후부터는 무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베일리스는 '위대한 예술은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극장의 운영을 이끌었으며, 이 철학은 오늘날까지 새들러스 웰스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이 극장은 무용 전용 극장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후 알리스테어 스팔딩이 예술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무용 예술가들을 조직의 중심에 두는 준예술가 제도를 도입했고, 이로 인해 새들러스 웰스는 세계 무용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Sadler's Wells exterior © Philip Vile


요즘 가장 몰입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고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몰입하고 있는 일은 여전히 발레입니다.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연습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발레 외에 음식에 대한 관심도 커서 제 하루는 발레에 대한 고민과 연구, 그리고 저녁에 뭘 먹을지 생각하는 소소한 행복들로 채워져 있어요.


저의 꿈은 발레단에서 천천히 성장해 원 없이 춤출 수 있는 무용수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영국에 와서 런던 시티 발레단에 합격한 것은 작은 목표를 이룬 것이지만 아직 제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에요. 앞으로도 발레단에서 활동을 계속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성장하고 싶어요. 먼 미래에는 교육자로서 무용을 가르치는 일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 인생을 통째로 바꿔주셨던 교수님들처럼 존경받는 교육자가 되고 싶어요. 먼 미래를 위해 일단 이 낯선 나라들에서 계속 나아가 봐야죠!



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 저도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니, 이렇게 해외에서 춤을 추고 있는 지금의 제가 예전의 저에게는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다음을 생각하느라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즐기면서 다음을 생각해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어요.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늦지 않았으니 도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말은 제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에요. 세상은 넓고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발레 무용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기에 이 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나중에 다른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할 것 같아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본인들의 꿈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 열심히 살고 계신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



https://londoncityballet.com/dancers/ji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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