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소현 씨를 만나고 나서, 한참 후에야 제 휴대폰 사진첩에 소현 씨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국 뮤지컬 '레드북' 런던 쇼케이스 때 통역을 하는 모습이었죠. 2년간의 워킹 홀리데이로 영국에 도전해 다양한 경험을 해낸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이겨낸 사람이란 느낌을 줬어요. 올해 석사 공부를 시작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는데요, 경험에 학문적 깊이까지 더해지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많은 기대가 되는 분이랍니다!
안녕하세요. 영국 워킹홀리데이 2년을 마치고 현재 영국 석사과정을 시작한 강소현입니다. 워킹홀리데이로 영국에 지낼 때는 웨스트엔드 극장 하우스어셔, 에든버러 프린지 하우스어셔 및 박스오피스, 공연전문 프리랜서 통역, 피부과 리셉션 및 마케팅 업무를 한 파워 N잡러였고, 현재는 AI, Data and Communication 석사를 하고 있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키워드를 얻기 위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 자신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평소에 굉장히 신중한 편이기도 하지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일은 주저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는 추진력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도 그렇게 오게 됐고, 영국에 지내면서 얻은 뿌듯한 성과들도 제 강점 덕분에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 런던에 온 지 얼마나 됐나요?
2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 현재 학생비자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런던에 와서 2년간 지냈고, 현재는 캠브리지 근처 작은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도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골 동네로 나와보니 너무 좋아서 다시 런던 생활을 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습니다.
✓ 어쩌다, 무엇 때문에 영국에 오게 됐나요? 왜 하필 영국 런던이었을까요?
대학생 때부터 공연 유통에 관심이 있어서 무조건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교환 학생을 가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실패하고.. 후에 추첨으로 200명을 뽑는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한 번에 당첨되면서 이건 운명이라는 생각에 넘어오게 됐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공연을 좋아했는데, 브로드웨이보다 웨스트엔드가 더 멋있어 보여서 레미제라블 간판이 보이는 웨스트엔드 거리를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두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동경의 장소인 영국의 런던에서 첫 해외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도 안 하고 바로 레미제라블 티켓을 예매해서 보러 갔는데, 그때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영국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외관적으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화장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안 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한국에선 집 앞 편의점 갈 때도 늘 모자를 눌러쓰거나 마스크를 착용했었는데, 영국에선 선크림만 바르고 외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런지 피부가 엄청 좋아졌어요! 영국의 석회물이 오히려 더 맞는 피부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항상 단발 길이를 유지했는데 영국은 미용실도 비싸고 뭔가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아서 워킹홀리데이로 지내는 2년 내내 한 번도 미용실을 가지 않았어요. 덕분에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장발을 해봤네요!
그리고 도전에 대해 마냥 두려움보다는 설렘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영국에 혼자 날아온 것부터 시작해서 영어로 소통하고, 다른 문화에 적응하며 산다는 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전의 연속이거든요. 그래도 고난 끝에는 충분한 보상이 함께 온다는 것을 매 순간 경험하다 보니 내가 혼자 영국에서도 살아남았는데 뭔들 못하겠냐는 마인드가 장착되었습니다.
✓ 영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언제였나요?
휴가를 일주일 이상 신청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승인해 줘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매우 저렴하고 빠르게 다녀올 수 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에 살지만 영국을 떠날 때 느낀 점이었네요.
그리고
서머타임 덕분에 밤 10시까지도 해가 떠 있을 때,
걸어가다가 보인 공원에 냅다 주저앉아서 책 읽을 때,
강아지랑 같이 산책 가서 공원에서 자유롭게 열심히 뛰노는 모습을 볼 때,
5만 원도 안 하는 돈으로 좋은 좌석에서 공연 볼 때,
영국 사람들이 말 끝마다 Love, Darling, Sweetheart 붙여서 나를 불러줄 때!
✓ 힘든 날도 있었을 텐데, 영국에 와서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어요?
영국 6개월 차에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한 달 동안 자원봉사로 일했을 때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했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10대 혹은 20대 극초반의 어린 찐 영국인들이었기 때문에 대화 따라가기가 힘들었거든요. 각종 영국 사투리와 슬랭으로 가득한 영어를 계속 듣다 보니 정말 혼이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국에서 한 것들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경험을 기점으로 영어가 엄청 많이 늘었거든요! 저의 영어실력은 프린지 전과 후로 나뉜다고 평할 정도랍니다!
✓ 영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미리 와본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후배에게 하는 조언도 좋고요. 올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뭐라고 말해주고 싶으세요?
저는 문화예술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관련된 공부나 일하고 계신 분들은 꼭 한 번 영국에서 공연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한국과 정말 다른 공연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극장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더라고요. 영국으로 올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일단 와 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그래야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더라도 영국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나는 영국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만 해보다 후회가 많이 남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왕이면 꼭 상반기, 봄이 시작될 때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겨울은 아무래도 해가 많이 짧아서 생각보다 힘들어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일단 여름을 겪어보고 나면 이 행복한 기억 때문이라도 겨울을 버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당신의 인생 공연은 무엇인가요? 공연을 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요?
저의 인생 공연은 뮤지컬 ‘카바레’입니다.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처음으로 일하게 된 극장에서 하고 있는 공연인데요, 브로드웨이 작품이지만 2021년에 새로운 이머시브 극장 및 연출과 함께 웨스트엔드 버전이 탄생했어요. 일할 때 듣기로는 극장(ATG) 사장님이 이 공연을 너무 좋아해서 Theme에 맞게 극장 전체를 개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극장 입장부터 퇴장까지 공연에 푹 빠질 수 있어요. 스토리, 노래, 안무, 연출 빠질 것 없이 다 너무 좋은 공연이고, 특히 본 공연 시작 전에 하우스 오픈 타이밍에 맞춰 로비에서 진행되는 Prologue 공연이 매우 인상 깊으니 꼭 일찍 가셔서 보시길 바랍니다! 극장에서 일하면서 100번 넘게 봤음에도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서 라도 또 볼 의향이 1000% 있는 인생 작품이에요.
카바레는 1930년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나치 정권의 부상 시기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입니다. 주요 배경은 퇴폐적인 킷캣 클럽으로, 공연장 밖의 정치적 긴장감에서 벗어난 세계를 제공합니다. 미국 작가 클리포드 브래드쇼와 영국의 가수 샐리 보울스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붕괴 직전의 분위기를 묘사합니다.
런던의 킷캣 클럽(플레이하우스 극장)에서 열린 이 프로덕션은 관객을 1930년대 클럽의 세계로 몰입시키는 연출로 유명하며 매우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사랑, 생존, 정치적 혼란 속에서의 도피를 주제로 한 이 공연은 유명한 곡 "Willkommen"과 "Maybe This Time"으로 더욱 매력을 더합니다.
✓ 런던에 있는 극장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공연장이 있나요?
저는 National Theatre를 추천하고 싶어요. 극장이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NT 작품은 믿고 볼 수 있고, 국립극장이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이랄까요? 그 분위기가 잘 느껴져서 좋아요.
✓ 요즘 가장 몰입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석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이왕 써야 하는 논문을 제대로 써 보고 싶어서 어떤 주제가 좋을지 틈틈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가능하면 한국어로도 같이 작성해서 출판을 노려 보고 싶네요.
✓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가요? 그것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요?
영국 혹은 유럽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공연팀들을 위해 유통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현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서 알맞은 전략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일이 될 것 같 아요. 이를 위해서 석사 과정을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으로 결정했고, 공부하면서 사업을 구상해 볼 계획입니다.
✓ 앞으로 공연과 관련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떤 이들을 만나 보고 싶나요?
한국의 잠재력 있는 많은 공연들이 웨스트엔드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거둘 수 있도록 함께 꾸준히 도전하고 싶습니다! K드라마, K푸드, K팝, K뷰티에 이어 K뮤지컬도 각광받는 그날까지..! 그리고 요즘 극장 Accessibility 개선과 장애 예술에도 관심이 가고 있어서 관련해서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로 진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관련 팀원분들을 모두 뵙고 싶어요!! 현지 프로덕션 컨택부터 캐스팅, 연습, 마케팅 모든 것들이 너무 궁금해요 …
어느덧 벌써 영국 생활 3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데, 질문에 하나씩 답하다 보니 참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성장이 함께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영국이라는 나라에 애착이 단단히 형성된 것 같아요!
저의 다사다난한 영국 생활 기록이
제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방문해 주시는 것도 좋고,
공연 관련해서
영국 현지 인력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환영이랍니다!!
(틈새 홍보)
https://m.blog.naver.com/kshyeon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