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
자만했다. 내가 뭐라도 되는 듯이 행동했다. 그 자만이 모든 관계를 망쳤고 결국에는 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나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어느 누구도 절대 넘지 말아야 되는 ‘선’이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선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되며 이 선을 넘게 되는 것이 ‘실수’라는 단어로 포장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선을 넘는 이 행위는 충격이며 치유되지 않는 상처다. 이는 곧 관계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나를 보자. 자만에 차 있던 나의 모습은 내 주위의 모든 관계를 망가뜨렸다. 문제는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자존감을 잃지 않은 채 자신감이 자만이 되는 것을 경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 했다. 이룬 것이, 갖고 있는 것이 하나 없는데 마치 내가 뭔가를 이루고, 갖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다. 겸손하지 못 함은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게 만들고 나를 회한에 휩싸이게 했다.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나는 그 사람을 만날 가치가 없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녀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자만에 빠져있던 멍청이였는지 친절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 여기에서 나는 또 인격의 차이를 느낀다.
사람에게 격이 있다고 할 때, 나는 어디쯤인가. 저 높은 곳 어디쯤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있었기에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나는 저 아래 어딘가에 있는데 그 사람을 만남으로써 나도 마치 그 인격을 갖추었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간직하지 못 한 채로 낭비하고 그 얼마 없는 것을 남용했다. 정말 하찮은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니까’ 후회보다 뉘우침이 큰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당시의 내가 더 나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나는 이 정도의 인격을 갖춘 사람이며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자꾸 상황 탓을 하고 핑계를 대며 사실을 외면하는 내 모습을. 그 낌새를 모른 척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주해야 했는데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어쩌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내면은 무르익지 않았는데 겉모습만 그런 척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자신을 만들었는가. 겸손을 배워야 한다. 머릿속에서 나오는 겸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겸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