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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 Sep 15. 2019

청년 현실

아르바이트 구직 활동을 하며 마주한

 계약직 공무원(장교)의 생활이 끝난 26살의 청년은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다시 민간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소위 ‘요즘 군대’는 사회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변화를 느끼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맞닥뜨린 민간 사회는 얼마 전까지의 군인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직접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며 마주한 청년 현실은 다음과 같았다.


 1. 불가능해 보이는 법으로 정해진 임금 받기


 부대에서 가장 많이 듣고, 했던 말은 ‘규정대로’였다. 규정에 명시된 것을 원칙으로 삼아 모든 절차를 진행했고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가장 먼저 육규(육군 규정)를 뒤적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고들 하지만 내가 복무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항상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분위기가 이미 자리 잡은 뒤였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는 경우, 현실적 제약이 따르는 경우, 혹은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지휘관 혹은 상급 부대에 보고 후 지시된 방법으로 일을 처리했다. 규정이라 함은 효율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일단은 무조건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절대적인 규율이었다.


 그러나 학원비와 생활비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면서 알게 된 민간사회의 현실은 내가 얼마 전까지 속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달랐다. 최저시급이 급격하게 오른 탓인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휴수당, 야간수당, 추가수당을 모두 챙겨 주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고 심지어 어떤 곳은 최저시급 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알바천○과 알바○에서 구직 활동을 통해 알게 된 현실을 업종별로 자세하게 적어봤다.


 #술집


 주로 야간에 일을 해야 하는 술집은 그래도 여느 업종보다는 시급이 높게 명시된 곳이 많았다. 보통 최저시급인 8,350원을 명시한 곳이 대부분인데 반해 시급을 만 원으로 명시한 곳이 꽤 눈에 띄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또한 최저시급을 받고 일 하는 것과 똑같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시급이 8,350원이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곳이고 만 원이면 최저시급이지만 주휴수당을 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단, 주 15시간 이상 근무인 경우를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주 2일 9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급은 8,350(시급) X 16 {시간, 9X2-2(4시간당 30분 휴식시간)}을 해서 총 133,600원이다. 여기에 주휴수당(주휴수당 계산기 이용)인 26,720원을 더하면 160,320원이 된다. 이는 휴식시간을 제외한 실근무시간(16시간)을 시급 만 원으로 했을 때와 딱 맞아떨어진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험한 꼴을 볼 확률이 높고 야간에 일을 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시급을 받고 일을 해야 한다. 심지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간수당이나 추가수당, 휴식시간을 보장받는 것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PC방


 PC방도 상황은 술집과 비슷했다. 주간 근무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야간 근무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급 만 원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두 곳에서 면접을 봤는데 둘 모두 시급은 만 원이었지만 이는 주휴수당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술집과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야간수당, 추가수당, 휴식시간의 보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독서실


 독서실은 최저시급조차 보장받지 못 하는 업종인데 나에게는 이 문화(?)가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신선한 문화를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면, 주 4일 6시간 근무를 할 시에 내가 월급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독서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30~50만 원 사이를 벗어나지 못 했다. 최저시급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약 80만 원{4(일) X 4(주) X 6(시간) X 8,350(최저시급)} 정도를 받아야 하지만 그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 한다는 말이었다. 다만, 독서실 근무의 특수성이 존재하긴 했는데 독서실 자리 중 하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일이 없을 때 근무 중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독서실만의 특수성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과연 이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편의점


 편의점은 한 곳에서만 면접을 봤는데, 독서실과는 다른 이유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편의점 경력이 없기 때문에 8시간씩 3~4일 동안 일을 배워야 하는데 이 기간에는 하루에 만 원씩밖에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수습기간의 경우 임금의 90%를 지급해야 하지만 교육을 받는 데에 대한 임금은 지불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일을 하지 못 한다고 면접을 봤던 사장님은 내게 말했다. 


*주휴수당: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 상시 근로자수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1주일 동안 15시간 이상의 약속된 근로 시간을 채웠다면 근로제공을 하지 않고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야간수당: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근로 시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즉 임금의 최소 1.5배)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수당. 단, 상시 근로자수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서만 지급 의무가 있다.


*추가 수당: 정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수당. 정규 근로시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1.5배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단, 야간수당과 마찬가지로 상시 근로자수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서만 지급 의무가 있다. 


*야간, 추가, 주휴수당은 합산 지급


2. 1번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곳이 없다.


 1번을 읽고 그럼 각종 수당과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는 곳을 찾아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주휴수당을 주는 일자리를 찾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임관 전 경험으로 대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같은 경우 각종 수당과 휴식시간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지불하지 않기 위해 교묘히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런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당장 학원비, 생활비를 벌어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유롭게 그런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조건이 좋은 곳은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고, 경력자 위주로 뽑는다. 또, 가장 바쁜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정말 최소한의 인력만을 고용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한 곳에서 풀타임으로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곳, 세 곳을 이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3. 미래를 준비하는 이와 현실을 살아가는 이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이.


 학원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된 청년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이와 현실을 살아가는 이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이로. 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주로 미래를 준비하는 쪽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보통 현실을 살아가는 쪽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했다.


 학원에 있는 어느 한 친구는 오전 9시에 시작한 수업이 오후 12시 30분에 끝나면 집 혹은 도서관으로 가서 복습과 예습을 했다. 그 후의 남는 시간에는 필요한 정보를 찾거나 공부 외의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그곳에서 직원으로 일 하는 한 친구는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단기적으로 봤을 때 하루하루 일을 하며 현실을 살아내고 있었다. 하루 12시간에 달하는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일을 하러 오는 일상을 반복했다. 


 나처럼 미래를 준비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도 존재했다. 학원에서 만난 다른 한 친구는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 갈 준비를 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또 다른 한 친구는 인터넷 쇼핑몰을 친구와 함께 운영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일을 하며 벌고 있었다. 


 -


 내가 마주한 청년 현실은 위와 같았다. 법으로 보장된 임금을 다 받는 일자리는 구할 수 없었고, 그럼에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현실 속에서 3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나와 같은 청년들이 존재했다. 


 내가 위에 서술한 것이 전부일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 구직활동을 하며 느낀 것은 법(규율, 규정, 의무, 법령 등 지켜야 하는 모든 것)을 제정해서 시행하는 것보다 법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잘 지켜지는지 관리, 감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걸리면 재수 없는 거고 안 걸리면 장땡인 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나 허탈감이 아니었다. 내가 느낀 것은 그의 자녀들이 낮은 현실적 제약으로 본인이 지향하는 삶을 향해 보다 원활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정치적 견해, 법적 정당성, 삶의 불공평성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자유롭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삶과 지향하는 삶이 현실이 되게끔 해주는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어떤 힘에 대한 미움 없는 시기,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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