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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Nov 21. 2019

행복이라는 이름의 결핍과 오르기


 행복을 갈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제는 안다, 행복이라는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에 버금가는 쓴 결핍이 필요하다는 것을. 길고 긴, 쓰디쓴 결핍이 있어야 오래도록 단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너무 단 것도, 너무 쓴 것도 내 건강과 삶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위치에 내가 있을 때, 그게 행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행복이 아니었다. 끝나지 않고, 멈출 수 없는 오르기였다. 조금만 더 오르면 닿을 것 같던 정상은 언제나 내가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더 멀어져 갔고, 내 아래에 사람이 있던 것처럼 위에도 항상 사람이 존재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행복을 품에 안고 있는 것 같았지만, 위를 쳐다보는 순간 그것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나는 지쳐버렸다. 단 맛과 쓴 맛에, 제치고 제쳐지는 오르기에. 이제는 단 맛도 쓴 맛도 맛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나를 제치는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고, 내가 누군가를 제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바라지 않는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나와 같은 사람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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