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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Jan 09. 2016

우선은, 마주하기로!

생각보다 꽤 간단할는지도 몰라

화장실 샤워기를 교체하였다. 꽤 오래전 어느 날부터 화장실 샤워기 이음새 부분에서 똑- 똑-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를 곧 인식했지만, 물이 새어 나오지 않게 수도꼭지를 꼭 눌러 잠그기만 할 뿐이었다. 샤워기를 새로 사와, 공구함을 열어 이음새를 푸르고 새로 사 온 샤워기를 끼워 넣었다.


주방 쪽 형광등 하나가 나갔다. 이거 역시 꽤 오래되었는데, 형광등이 켜지기까지 시간이 차츰 길어지더니, 결국 어느 날  한쪽 등이 나가버렸다. 불편했지만 어느새 또 익숙하게 적응해버린 채였다. 큰 맘먹고 형광등을  교체하기 위해 의자를 밟고 올라갔다. 형광등을 감싸는 조명을 떼어내고, 형광등을 톡- 빼내어 새로운 것으로 갈아 끼웠다. 밝아진 불빛에 "와아-"하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언니에게 선물로 받은 파스타 면을 삶아 파스타를 만들었다. 평소 요리하기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낯선 파스타 면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것이 선뜻 마음이 서질 않았다. 나름대로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 조리를 해나갔다. 동생과 엄마와 꽤 근사한 점심시간을 함께 보냈다.



새로 교체한 샤워기로 물을 틀자 "쏴-"하고 수압도 더 세졌다. 물론 이음새 사이로 더 이상 낭비되는 물도 흐르지 않는다. 주방을 환하게 밝히는 형광등 덕인지 콧노래를 부르며 또각또각 칼질을 하는 엄마의 뒷모습도 보인다. 꽤 맛있게 파스타를 먹어준 가족들 덕에 다음에도 새로운 요리를 해볼까나 하는 다짐도 해본다.


문득, 내 주변을 감싸는 사소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떠올랐다. 샤워기를 바꾸는 일이나, 형광등을 갈아 끼우는 일이나, 파스타를 해 먹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이유로, 낯설다는 이유로,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혹은 누군가로부터 받게 될 평가가 두렵다는 이유로 마주하기 어려워 차일피일 미뤄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도, 형광등도, 하다못해 주방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파스타 면 조차도 마주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의외로 직면할 때, 간단하게 해결되어지기도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져버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문제를 슬쩍- 못 본 척 뒤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꽤 되는 듯하다. 그것은 누군가와의 관계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회사에서 미루고 있는 어떤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이제는 다시금 꺼내어 직면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우선은 마주하기로! 겁먹은 것보다 꽤 어렵지 않게 해결될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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