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패혈증+황달 (2025.03.24-04.22)
황달은 무서운 병이다.
항암도 두 종류 해 보고 각종 증상으로 여러 시술을 해봤지만 실제 느끼는 고통은 황달이 가장 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먼저 황달이 오면 얼굴에 '나 환자'라는 사인이 명백히 드러난다. 얼굴이 누레지고 눈알도 노랗게 변한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보여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담낭염, 담관 문제 등과 동반되어 그런지 위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24시간 동안 속이 쓰린 증상 속에 산다는 건 생각보다 지옥 같은 일이다. 속이 쓰려서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그래서 안 먹으면 다시 속이 쓰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담즙이 제대로 배출이 안 되어 역류하기 때문에 조금만 뭘 먹어도 계속 토하게 된다. 이쯤 되면 먹는 것이 고문같이 느껴지고 기력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 그러나 어쩌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신가려움증이다. 특히 이 가려움증은 담즙의 농도가 짙어지는 밤에 더 심해져서 자다 일어나 몸의 여기저기를 긁으며 밤을 꼬박 새우게 된다. 간지러운 부분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배가 간지럽다가 거길 긁으면 발이 간지럽고 다음엔 허벅지가 간지럽고 이런 식이다. 마치 게릴라 작전 같다고나 할까? 태어나서 사람이 손가락 사이와 손톱 부근, 발톱 부근이 그렇게 간지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는 쿠팡에서 산 아주 좋은 긁개로 해결하고 피부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긁다가 피부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진물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약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지만 반 정도 감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담즙 스탠트가 성공적으로 시술되고 자연적으로 총 빌리루빈 수치가 떨어질 때까지는 이 모든 증상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몸을 긁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성경에 욥이 사탄의 공격을 받고 가족과 재산을 다 잃고 건강마저 잃어서 온몸에 종기가 났는데 너무 간지러워서 기왓장으로 벅벅 긁었다는 대목이 생각나며 내가 바로 그 상황이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응급실에 들어간 다음 날 나는 담관 스탠트 재시술을 받았고 이제는 괜찮아지겠구나 생각했다. 2월에 처음 황달이 왔을 때에 시술한 지 3-4일 정도 후에 총 빌리루빈 수치가 떨어지며 대부분의 문제가 해소되었고 일주일쯤 지난 후에는 가려움증 문제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담관 스탠트를 하고 이어서 경련 때문에 실시한 뇌 MRI, CT, 뇌파검사가 이어질 때까지도 황달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 속은 쓰리고 밥 먹으면 토하고 밤에는 온몸을 긁으며 병원에서 지냈다. 총 빌리루빈 수치도 예전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아서 스탠트가 제대로 된 것이 맞는지 의사한테 묻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스탠트는 제대로 시술됐지만 원래 총 빌리루빈 수치는 빨리 떨어지지 않고 모든 증상은 약으로 컨트롤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결국 12일 동안 고통을 겪으면서 지내다가 2025년 4월 22일 살이 4kg 빠진 상태로 퇴원을 했다. 총 빌리루빈 수치도 여전히 기준치보다 높고 모든 증상은 그대로였지만 병원에 더 있는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내려진 퇴원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