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에필로그

by distritopersonal

주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불 가운데로 걸어가는 것

그 속에서 신실하게 날 지키시는

그 손길을 경험하는 것


주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바다 위로 걸어가는 것

내 온몸을 덮쳐오는 폭풍 속에서

잠잠히 주 바라보는 것


[주의 자녀로 산다는 것은 by GIFTED]




항암을 할 때는 이만한 고통이 또 있을까 생각했는데 2025년 3월 24일부터 (혹은 첫 황달이 발생한 2월 9일부터) 2-3달은 췌장암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또 다른 수준의 고통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병이 항암으로도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두려움과 지속적으로 신체에 발생하는 통증 때문에 어떤 날은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아무것도 못하고 아프기만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만 끼치고...'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또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중간중간 컨디션이 좋아지는 날은


'그래~ 뭐 이렇게 또 하루 가족들 친구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며 재밌게 살면 되지.'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즉 마음의 상태가 몸의 상태에 연동되어 같은 패턴으로 오락가락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폭풍 같은 3달을 보내며 뒤를 돌아보니

얼마나 많은 순간에 적절한 도움과 보호가 있었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배가 아프고 가기 어려운

2차 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었던 일,


그리고 그곳에서 CT를 찍어달라고 결정한 일,


너무 좋은 119 대원분들을 만나서 S병원 응급실에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일,


각종 약들이 잘 들어서 패혈증 잘 잡힌 일,


지역의료원에서 꼼꼼하고 진정성 있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조언을 들은 일,


암판정받은 지 1년 7개월이나 됐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챙겨주는 친구들, 동료들


힘든 상황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나를 위해 헌신해 주는 우리 가족들.


이 모든 것들이 적시적소에 나에게 행운처럼 찾아오고 그래서 비교적 빨리 회복을 이루게 되었다.


좀처럼 엄살을 부리지 않은 나에게도


'와 이건 정말 불 가운데로 걷는 고통이야

폭풍 속에 있는 듯한 고난이야.'


그런 마음이 들 때가 많은 시간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길을 열어주시고

천사 같은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이 길을 홀로 외롭지 않게 걸을 수 있게 하셨다.


앞으로도 이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나는 하나님 손 잡고

깡패같이 내 앞의 장애물을 발로 걷어차며

당당히 이 시간을 견뎌볼 생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번외> 죽다가 살아나서 쓰는 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