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10시쯤 부스스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더니 차갑긴 차가운데 그럭저럭 견딜만한 차가움이었고, 구름은 군데군데 있긴 한데 대체적으로 파란 하늘이었고, 저 멀리 보이는 빌딩숲이 오늘따라 또렷하게 보였고, 한참 빌딩들을 관찰하다 따뜻하길래 뭐지 하고 보니까 해가 나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더 좋아지려고 잔잔한 재즈를 틀어넣고 소파에 누워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네모난 틀 속에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다. 내가 마치 고품격 여유를 즐기고 있는 부자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날씨 한번 좋았을 뿐인데 별 걸 다 느끼고 앉아있다. 어쩌면 부자로 사는 법은 의외로 날씨가 좌지우지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