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하고 있는 게 뭘까.
마누라가 우당탕탕 뭔가를 요리하고 있다.
"아 뜨거워!"
나는 쓱 한번 보고 아무 말 않는다.
"내가 뜨겁다고 했으면 괜찮냐고 물어봐야지 쳐다보고만 있냐!"
나는 괜찮아 보여서 안 물어봤고 잔소리하려다 참고 있었는데 욕을 먹었다.
마누라가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안방에 들어오자마자 얘기한다.
"내 친구 지금 칸쿤에 있데. 좋겠다. 나도 가고 싶어."
나는 가라고 했다.
"무슨 남 얘기 하듯이 얘기하네?"
가고 싶다길래 가라고 했는데 나는 또 욕을 먹었다.
마누라가 갑자기 다이슨 드라이기가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또 그러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달란다.
"그걸 왜 내가 사? 네가 필요한 거 아니야?"
마누라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토라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사랑을 모르겠다. 모르는 거를 하고 있다고 하기가 참 애매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 하려고 한다.
마누라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같이 하려고 한다.
나는 같이 하고 싶다고 하면 같이 하고 같이 안 하고 싶어 해도 나 혼자 한다.
마누라는 혼자서는 하지 않고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것에 서운함과 화를 감추지 않는다.
그냥 서로 다른 성향인 걸까 아니면 마누라만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