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팬데믹 시기, 사람들은 화면 속 숫자에 열광했다.
너도나도 주식과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고, 하루가 다르게 자산이 불어나는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그 광기 어린 열기는 마치 놓치면 안 될 ‘인생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그 군중심리에 휩쓸려 처음으로 ‘투자’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전까지 나는 돈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믿었다.
돈에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함께 살던 여자친구는 정반대였다.
그녀는 말했다.
“돈은 가까이할수록 행복해진다.”
어느 날, 우리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다 큰 말다툼을 벌였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라고 했고,
나는 “무리해서까지 살 필요는 없다”라고 맞섰다.
그때 깨달았다.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돈을 외면하는 것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겠구나.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돈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하면서 라디오처럼 ‘돈’ 관련 영상을 틀어놓았고,
틈틈이 경제와 가치투자를 다룬 책들을 읽었다.
팬데믹이 끝날 무렵, 나는 이직을 했고,
그때부터 매달 50만 원씩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
2023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원금 1,750만 원이어야 할 내 자산은 지금 약 2,550만 원이다.
연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약 24%.
엄밀히 말하면 3년 내내 꾸준히 적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작할 때 세운 목표는 나름 이룬 셈이다.
솔직히, 최근 3년 동안의 시장은 누구에게나 너그러웠다.
유동성의 파도는 대부분의 투자자를 이익으로 실어 날랐고,
나 역시 그 덕을 봤다.
하지만 호황이 끝났을 때, 진짜 실력은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돈의 흐름을 정말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진리는 하나였다.
빨리 부자가 되려 할수록, 오히려 가난해진다.
시장은 언제나 조급한 사람의 돈을 차분한 사람에게로 옮긴다.
나는 그 단순한 원리를 믿고 움직였다.
덕분에 돈을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연평균 24%라는 수익률은 내 실력이 아니다.
욕심부려 세웠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그 ‘운’에 더 이상 기대고 싶지 않다.
다른 투자자들처럼, 스스로의 철학과 시나리오를 가진 투자자가 되고 싶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 씨앗을 심고,
그 열매가 맺히길 기다릴 줄 아는 진짜 투자를 하고 싶다.
『정글의 나침반 - 돈의 방향』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그 여정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하면 그런 기업을 찾아낼 수 있을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의 변화를 읽어야 할지를
배워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다.
돈의 방향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세상을 읽는 일과 다르지 않다.
과연, 나의 나침반은 돈의 방향을 제대로 가리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