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국은 왜 무너지지 않는가?
아래 글은 정확한 예측이나 분석이라기보다는, 흐름 속에서 느낀 제 생각을 풀어봤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제국은 결국 화폐의 남발로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여전히 버티고 있는 걸까?
비결은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라는 막대한 특권에 있다.
미국이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해도 그 부담은 미국 내부가 아니라 전 세계가 나눠서 흡수한다.
인플레이션과 신뢰 리스크조차 세계가 분산해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은 과거 제국들보다 훨씬 오래 버티는 것이다.
물론 아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는 ‘탈달러화’를 조용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일방적 통화정책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함이다.
이런 흐름에 맞서 미국은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바로 민간 부문에서 달러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달러(미국 국채)를 덜 사준다면?
각국 국민들이 그만큼 더 사용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그 해답이 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모바일 결제처럼 누구나 손쉽게 달러를 보유·사용하도록 만들어
달러의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이다.
규제 친화적이며 기존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라 미국 정부가 통제하기 쉬운 도구이기 때문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 회사를 키우고 시장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등 경쟁국의 견제를 더 강하게 느끼는 순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국제 결제·자산 시장 패권을 되찾으려 할 가능성도 크다.
누가 디지털 화폐시장을 점유하든(서클이든, 구글·애플 같은 빅테크든)
월가는 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핵심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RWA(실물자산 토큰화)를 통해 금융의 본류인 자산 시장까지 다시 한번 장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월가는 단순히 ‘달러 결제 시장’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음 단계는 훨씬 크다. 바로 자산의 디지털화다.
RWA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블록체인(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기반인 이더리움) 위로 옮겨
거래 효율은 높이고, 발행·관리·유통 권한은 여전히 자신들이 쥐고 있으려는 전략이다.
금융 시스템의 본질적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월가의 최종 목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당장은 떠받쳐준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화폐 발행의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신호를 읽은 빅테크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자체 코인 발행을 준비하며 판을 넓힐 것이고,
월가는 새로 열리는 이 시장에서 다시 한번 금융 인프라의 중심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 역시 미국 국채 기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비트코인 담보를 활용해 더 강한 신뢰를 갖춘 하이브리드 구조로 서서히 전환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더욱 단단히 굳혀갈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