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나침반 : 돈의 방향

10. 30년 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

by 정글

사설도시는 왜 만들려고 할까?

이 질문은 “왜 화성에 가는가”라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현시스템의 사용기한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차린 사람들이, 다음을 대비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나 그랬듯, 희소한 자원을 분배하는 화폐 시스템이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르고, 사람들은 살기 어려워졌을 때 비로소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힘든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질문은 결국 관료와 제도, 국가로 향하고,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남은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중심에 있지만, 그 힘은 과거와 다르다. 발권력으로 시간을 벌어왔지만 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불균형은 누적된다. 이미 혼란의 문은 열려 있고, 다만 완전히 열리지 않았을 뿐이다. 기존 질서를 쥐고 있는 자들은 그 문이 한꺼번에 열리는 순간을 최대한 늦추려 애쓴다.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가 끝나는 순간, 문은 자연스럽게 활짝 열린다. 그것이 세계대전의 형태일지, 금융 시스템의 붕괴일지, 혹은 일상의 패닉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민의 체감은 같다. 기존 세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충격이다.


사람들은 흔히 다음 패권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묻는다. 중국인가, 또 다른 국가인가. 그러나 역사적으로 패권은 늘 예상 밖에서 등장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독일로 갈 것이라 생각했던 패권은 전쟁으로 유럽이 초토화되는 사이 멀리 떨어져 있던 미국으로 이동했다. 결정적인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브레튼우드 체제였고, 화폐 시스템을 장악한 쪽이 결국 자원 분배권을 손에 쥐었다. 패권은 언제나 ‘운영체제’를 가진 쪽으로 이동해 왔다.


지금 그 운영체제가 바뀌고 있다. 국경 위에서 작동하던 아날로그 국가 시스템은 디지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성격을 바꾸고, AI는 행정과 금융, 의사결정의 방식을 바꾼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교체에 가깝다. 사설도시는 그 결과물이다. 누군가의 음모도, 실험도 아니다. 기술이 허용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자연스럽게 흘러간 결과다. 사설도시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다른 시간축 위에 올라탄다. 느린 국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앞질러 가버린다.


사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대부분은 뒤늦게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미국 안에서, 규제의 틈 사이에서 시작되고, 점점 늘어난다. 몇 년 사이 사설도시는 보편적인 선택지가 되고, 그 안에서 사용되는 화폐와 운영 방식,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 국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30년 정도 지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국가를 통해 삶을 조직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 속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에 접속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이 시점에서 민주주의, 국경, 주권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날 수 있고, 더 나은 운영체제를 선택하면 된다. 모든 것은 서비스가 되고, 효율을 누릴 수 있는 권한 자체가 부가된다. 그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토지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과 네트워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래서 나는 사설도시의 확산을 혁명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업그레이드다. 기존 패권이 무너지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패권으로 교체되는 과정이다. 국가는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중심에서 밀려날 뿐이다. 패권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국가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미래의 패권은 영토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코드와 운영체제 위에 세워진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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