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 글 쓰는 이유가 궁금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지금까지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글을 몇 편 올렸다면, 이제는 과연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가 된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심각하거나 대단한 내용은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 바란다.
나는 왜 기를 쓰고 글을 쓰려고 할까? 브런치에만 해도 많은 작가님이 글을 쓰고 있다. 물론 내용은 천차만별이고, 각자 자기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나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하여.
첫째, 숨겨진 나의 문학적 재능과 필력을 죽이기 싫어서?
이건 좀 거창한 이유처럼 들린다. 마치 내가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그 재능을 펼칠 길이 없었는데, 지금부터라도 그 재능을 펼쳐서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고 싶다. 뭐 그런 말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글을 쉽고 편하게 쓴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나 자신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 글이 과연 보편적 가치 기준에서 보았을 때의 문학 작품인가에는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저 잡스러운 다양한 글이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건 좀 이유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둘째, 글 쓰는 사람을 보면 멋있어 보인다?
이건 철없는 이유 같다. 아무리 멋있어 보인다고 해도, 먹고살 걱정만 해도 할 일이 많은데 글을 쓴다? 좀 문제가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물론 그림도 마찬가지다. 나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지만, 그림 그리는 모습이 멋있기는 해도 돈은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향원정 주변에서 이젤을 세우고 유화물감 덕지덕지 묻은 교련복을 입고 서서 그림을 그릴 때 주위에서 감탄하며 감상하던 여고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게만 잡는 취미는 별로 일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는 바이다.
셋째, 서적을 출간해서 이름을 남기기 위함인가?
이것은 조금 관련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래도 글 쓰는 사람들의 로망 중에서는 자기 단독 저자인 책을 출간하는 뜻을 갖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 전문 서적은 예외로 하자. 그렇게 출간된 책이 공공 도서관이나 비슷한 장소에 비치되는 것을 상상해 보라. 멋있지 않은가? 이렇게 책이 남으면 이름도 오래 기억될 확률이 있다. 이건 좀 멋져 보인다. 하지만 출간이 쉽지 않다. 물론 돈이 많으면 자비 출간도 생각해 보겠지만, 출간해도 판매량이 저조한 수준의 책이라면 공연한 돈 낭비가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넷째, 그러면 공짜로 출간하기 위해서 각종 공모전 수상은 어떤가?
이 경우에는 잘만 되면 출간도 하고 입상을 계기로 다양한 외부 활동의 기회도 얻을 수 있고, 간혹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상금도 따라온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것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일단 실력이 있어야 하지만, 여기에도 학연이나 지연, 혈연이 작용한다. 즉 독불장군 스타일의 독학생에게는 거의 문이 열리지 않는 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수상하는 것도 글 쓰는 목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다섯째, 그렇다면 돈 벌기 위해서인가?
물론 돈벌이가 되면 나야 좋다. 하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글을 써야 하는데, 나는 그런 글쓰기에는 젬병이다. 시집을 출간해도 팔릴 리가 없고, 소설책을 출간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회당 책정되는 대가를 바라보는 칼럼을 쓰거나 하고 싶어도 지속적인 집필이 가능한 자신 있는 분야도 없고, 누가 써주지도 않는다. 전문 지식이나 저서도 없으니, 강연은 어림도 없다. 이래저래 돈 되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또... 음, 그러면 나는 왜 글을 쓰고 있을까? 당장 나열할 만한 이유는 거의 위의 이유일 것인데, 어느 것도 나에게 들어맞는 이유를 선뜻 고를 수가 없다. 그래도 하나 고르자면,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이제 인생 2차 시기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으므로, 최선을 다해서 글로 돈을 벌어 볼 목표를 세운다. 어차피 사람이 죽을 때까지 놀고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허울 좋은 우리나라의 연금제도 하에서는 노후 자금도 충분치 않은 터라, 나도 아직 한참 더 돈을 벌어야 한다.
요즘 생각해 보니 내가 잘하는 운전도 이제 피곤해서 못 하겠고, 그렇다고 넥타이를 매고 정시에 출퇴근하는 일도 못 하겠다. 워낙 자유분방한 영혼인지라 어디에 매여서는 일할 수 없다. 자유직업 종사자가 나에게는 딱 맞는 직업이다. 글 쓰는 직업이 그런 자유분방한 직업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이유에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열심히 쓰다 보면 돈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그러면 돈이 되는 글을 쓰려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누가 아시는 작가님이 계시면 좀 알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수준 낮은 게시물을 발행하는 것이 조금은 창피스럽긴 하지만, 솔직한 것이 무슨 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잠시 답답한 마음을 풀어헤쳐 본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