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적인 아침 풍경을 소개하겠다.
아직 아침을 허락할 수 없다는 창문의 암막 커튼 아래 귓가에서 휴대전화가 부르르 몸을 떨며 일어날 시간임을 알려주면 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들렀다가 거실에 나가 일단 빼꼼히 열린 딸 방으로 빛이 새어 들어가서 딸이 깨어나지 않도록 방문을 완전히 닫고 가스레인지 후드의 등을 켜서 주위를 밝힌 후에 미리 한번 끓여놓은 국 냄비를 올린 가스레인지를 켜면 나의 아침 일과가 시작되는데 주방 싱크대 위에 작게 뚫린 창을 통해 앞산 너머로부터 집 안으로 들어오는 희뿌연 아침 기운을 필두로 그제야 어슴푸레 보이던 도로 위의 차까지 나의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스레인지 위만 간신히 비추는 연약한 불빛 아래 나 혼자 가족 모르게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가장 먼저 수저를 챙기고 컵에 미지근한 물을 따라서 식탁 위에 수저와 같이 나란히 놓은 다음 냉장고에서 달걀 한 알을 꺼내고 오븐 아래에서 작은 프라이팬을 꺼내 국 냄비를 올린 가스레인지 옆에 놓고 불을 켠 다음 식용유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달걀을 깨서 달걀부침을 만드는데 너무 센 불로 하면 달걀부침 가장자리가 바삭거리게 타서 딸이 싫어하기 때문에 가장 약한 불로 하다가 아래쪽이 익으면 달걀부침을 뒤집은 후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프라이팬에 남은 열만으로 나머지 쪽을 익히면 아주 부드럽게 익어서 딸이 먹기 좋아하는 달걀부침이 되지만 그것도 그냥 주면 잘 안 먹기 때문에 정확히 아홉으로 갈라서 그 위에 토마토케첩을 뿌려야 하고 그사이에 밥을 푼 후 냉장고 안에 있는 반찬을 꺼내서 식탁 위에 늘어놓고 국을 떠야지만 시간상으로 국이 아주 뜨겁지도 미지근하게 식지도 않고 먹기에 딱 좋을 만큼 따듯하게 천천히 식는다는 것은 오랜 아침 식사 준비로 익힌 나만의 비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바 딸은 언제나 내가 식탁을 차려 놓으면 그제야 깨어나 방문을 빼꼼 열고 나와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식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데 그때까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입은 잘만 벌리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딸이 자신이 밥 먹는 모습을 보고 내가 웃는 것을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도 되는 양 화를 내기 때문인데 양쪽 볼에 음식을 넣고 입을 꼭 다문 채 오물거리는 딸의 얼굴이 마치 도토리를 볼 안에 넣고 오물거리는 다람쥐 같다는 생각 때문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딸이 아침 먹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가 딸의 아침 식사가 끝나는 기미가 보이면 그때 나가서 반찬 그릇은 냉장고에 넣고 밥그릇과 국그릇을 설거지하는 순서로 딸의 아침 식사를 챙겨주기 시작한 지가 벌써 십 년도 넘는 나의 아침 일과인 것으로 짐작건대 나도 어지간히 딸바보 아빠인 것은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데에는 나도 동의하지만 그래도 그런 나를 스스로 대단한 아빠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딸이 혹시 직장 가까운 곳에서 혼자 사는 독립의 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결혼해서 집을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딸의 아침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덕분에 오늘도 아침에 늦잠 잘 수 있게 된 아내만 전생에 나라를 구하기라도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은 우리 집 분위기로 보아 가족 모두 인정하는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가족 누구도 이런 아침 분위기에 불만을 품는 사람은 없으므로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모범적인 화목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한참 전에 썼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