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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Jan 17. 2024

이바루트를 다녀오다

이세벽 작가님 감사합니다. 

오늘 청주를 다녀왔다. 이세벽 작가님을 뵙기 위해서다. 물론 다른 일정도 있었지만, 주된 목적은 작가님을 뵙고 이번에 내가 새롭게 출간한 단편소설집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였다. 


약속을 하지 않고 들렀지만, 작가님을 뵙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은 실례를 범하고야 말았다. 나는 호프집을 운영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더군다나 브런치 글의 댓글로 오후 4시 이전에는 언제든지 찾아가면 뵐 수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따라 작가님께서 어제 일이 늦게 끝나신 터라 내가 도착했을 때는 아직 호프집 문을 열지 않고 계셨다.


당황한 나는 일단 가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착신전환된 전화를 사모님께서 받으셨는데, 어차피 약속된 만남이 아니었던지라 사모님께서도 당황하셨다. 나는 내가 누구라고 신원을 밝히고 이세벽 작가님을 뵙고 책을 전해드리려 왔다고 말했더니, 사모님께서는 가게 번호키를 알려줄 테니 들어가서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냐고 하셨다. 나는 오히려 죄송스러운 마음에 그냥 책만 넣어드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잠시 후에 전화가 다시 오더니 작가님께서 나오시겠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작가님의 꿈결을 깨우고야 말았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작가님을 뵈었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브런치에서 뵌 모습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작가님은 작가님대로 어쩔 줄 몰라하시면서 어떻게 하든 그래도 작가님을 찾아온 손님이라고 나와 아내에게 뭐라도 차려주시려고 동분서주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오히려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지 마시라고, 그냥 같이 자리에 앉아서 인사만 드리고 가겠노라고 말씀을 드려도 작가님은 계속 안절부절못하셨다.


나는 계속 그러지 마시라고 하고, 작가님은 작가님대로 나를 그냥 보내기 싫어서 뭐라도 우리에게 내어주고 싶어하셨고, 아무튼 그렇게 처음 대면한 우리는 그래도 같이 글을 쓰는 문인이라는 공감대 하나로 금방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은 오늘의 어색한 만남이 마냥 서운하셨던지 다음에는 꼭 아예 작가님 집으로 가서 밤새 술도 마시고 자고 가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불시에 찾아뵌 내가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집으로 향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작가님은 그래도 그냥 보내기 아쉬웠던지라 심혈을 기울여서 닭을 튀겨서 배달용 포장에 담아주셨다. 엉겁결에 나와 아내는, 그리고 뒤늦게 가게로 온 딸은 생각지도 않은 치킨박스를 들고 아쉬운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 드린 것이라고는 내 책 한 권밖에 없는데 말이다. 


사모님은 센스 있게 음료를 준비해 주셨다. 생전 처음 맛본 고구마 슬러쉬와 따듯한 유자차를 함께 받아 들고는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작가님께서 튀겨주신 치킨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우리는 집에 오는 길에 청주를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차 안에서 깨끗이 치킨 박스를 비웠다. 너무 감동적인 저녁이었다. 


기왕에 이렇게 글을 쓰는 김에 이세벽 작가님 브런치와 나의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작기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세벽 작가님의 닭 튀기는 내공이 예사롭지 않으므로, 그리고 그 이전에 이세벽 작가님의 문학과 음악과 미술에 대한 조예는 누구 못지 않으므로 혹여라도 작가님과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찾아 뵈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님 오늘 저의 무례를 환대로 받아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사모님께도 잠시나마 우왕좌왕하시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뵐 때는 반드시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가겠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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