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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Jan 16. 2024

딸과 함께 부녀 출간을 하다

윤소흔 작가의 첫 출간이다.

내가 작년 12월에 짧은 소설 모음집인 "초여름의 기억"을 출간하고, 여기저기에서 축하받고 하는 모습을 본 딸이 드디어 노골적으로 샘을 내기 시작했다. 왜 자기 글은 책으로 출간해주지 않느냐는 거다. 물론 이전부터 내가 출간하게 되면 딸의 글도 모아서 출간해 주겠다고 약속한 일은 있었지만, 아직 딸의 글이 모두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서 출간해주지 못한 것이었는데, 그래도 딸은 서운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올해 첫 프로젝트로 딸의 글을 에세이집으로 엮어주기로 했다. 마침 나도 첫 출간 때 밝힌 바와 같이 1월에 시집과 단편소설집을 책으로 엮어서 정리하려던 참이었으므로, 딸의 글도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 내 책이 먼저 도착했으며 곧이어 딸의 책도 도착했다. 


처음 책을 출간할 때는 부크크에서 표지와 내지 편집을 유료로 구입해서 진행하였다. 각각 가장 저렴한 금액이 8만 원씩이었으므로 16만 원이 든 셈이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 나서 생각한 것이 내가 꼭 유료표지를 구입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내가 계획하고 있는 다음 책자들은 표지에 대단하게 복잡한 그래픽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두 번 째부터는 내가 직접 표지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번에 나온 내 책과 딸의 책 표지는 내가 제작한 시안으로 인쇄하였다. 결론은 내가 잠깐 작업해서 표지를 구입할 비용을 아낀 셈이다. 그 대가로 딸에게 절약한 16만 원의 비용 중에서 아빠에게 수고비로 5만 원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딸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나는 그 돈으로 책을 몇 권이라도 더 인쇄해서 증정하고 싶은 친구나 주위 사람에게 주라고 사양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혹시라도 부크크 출간을 생각하시는 작가 중에서 표지 자체 제작에 관심을 가질 작가님이 계실 수도 있다. 어렵지는 않을까? 물론 포토샵이나 비슷한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아는 분이라면 걱정거리도 아니겠지만, 그런 프로그램과는 아예 관련 없는 분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려울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파워포인트로 표지를 디자인했다. 부크크에서는 4가지 판형의 사이즈를 제공하고 있는데, 책자의 가로와 세로 사이즈는 정해진 것이고 단지 차이가 있다면 장수에 따른 두께, 즉 책등의 사이즈이다. 하지만 이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크크 책 만들기 메뉴에서는 페이지만 입력하면 책등 폭의 길이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안의 가로(앞장 날개+앞표지+책등+뒤표지+뒷날개) 외 세로 사이즈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 후에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사이즈를 표지 시안 사이즈의 가로와 세로에 맞게 설정한 후에 그 위에 적당히 그림과 글자를 배치하고, 최종적으로 그 파일을 300 dpi 해상도에 맞춘 jpg 파일로 변환하면 끝이다.


그렇게 만든 시안과 본문 파일을 부크크의 책 만들기 과정에 업로드하면 그다음부터는 원고 확인팀에서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최종적으로 인쇄할 원고를 작가가 컨펌해 주면 그때부터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부크크에서 인쇄하여 배송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주문형 출판(POD)이라는 방식이 무명작가의 작품 소장용으로는 최고인 듯하다. 더군다나 이 방식은 절판이 거의 없다.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인쇄해서 책으로 만들 수 있고, 원고의 수정과 교체는 그냥 5,000원만 지불하고 원고를 바꾸면 되므로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내 책에는 이전에 브런치에 소개했던 소설 3편과 새로운 소설 3편을 실었고, 그중 한편이 이번에 브런치에 새로 올린 "남과 여"이다. 딸은 브런치에 올렸던 학교생활 이야기와 미처 올리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28편의 글을 한 권으로 엮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명작가인만큼 추천사를 써줄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책날개에 간단하게 서로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 주었다. 그래도 남들이 볼 때는 姓이 다르므로 父女之間이라고는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ㅎ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딸의 첫 출간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발등을 찍은 것 같기는 하다. 딸이 1년에 한 번씩 학교생활 이야기를 출간하고, 방학마다 순수 창작 소설을 출간하자고 하면,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비용을 청구해야 할 것만 같다. 딸이 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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