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청주에 들렸던 날의 일이다.
가장 먼저 은후 작가님을 만나서 책을 전해 드리고, 이세벽 작가님 호프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딸은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내려주었는데, 딸 친구가 쇼핑백을 차 안으로 넣어준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선물이라며 준 것인데, 알고 보니 술이었다. 문배술과 예산 사과 막걸리, 백종원 골목시장 골목양조장 막걸리다. 물론 이 선물은 나를 위한 선물이다. 딸이 이런 류의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을 친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딸이 거의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은 양주다. 그것도 21년산급 이상인데, 아무래도 내가 술을 가르칠 때부터 내 발등을 찧은 것 같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자기 돈 주고 사서 마시라고 했다.)
딸이 친구들과 만나서 이번에 출간한 자기 책을 전해주고 놀고 있던 사이에, 나와 아내는 이세벽 작가님 호프집에 있었다. 나는 책만 달랑 전해드렸는데, 너무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5시가 넘어 청주를 출발해서 신갈에 있는 딸의 마지막 친구에게 갔는데, 그곳에서도 딸 친구는 선물이라면서 직접 담근 막걸리와 청주를 주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술은 막걸리가 가라앉은 위의 청주만 따른 것이다. 그리고 맨 오른쪽이 막걸리이다. 아무튼 딸 친구들은 술을 선물로 주면서 당연히 내가 다 마실 것을 알기 때문에, 딸이 마시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는다. 나는 딸 친구들 사이에서도 영원한 주태백이다. 생각해 보면 아마 나같은 아빠도 없을 것이다. 딸 덕분에 술 호강을 한다. 물론 친구 아빠가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 아빠에게 드리라면서 술을 선물해주는 그런 친구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집에 와서 냉장고에 곱게 모셔 두었다가 차가워진 다음에 꺼내서 차례로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는 다 마셨고, 이제 문배술만 남았는데 그 술은 조금 놔두었다가 나중에 마시기로 했다.
술을 마시고 나니 시라도 한 편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놈의 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날이 가기 전에 술 선물을 자랑부터 하고, 나중에 문배술까지 다 마신 후에 시가 지어지면 그때 다른 글로 발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