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꿈을 꾸어야 로또에 당첨된다는 것인가?
로또 복권을 샀다. 뭐 가끔 사는 일이니 새삼스러울 일은 없다. 주로 해몽이 좋은 꿈을 꾼 날이면 산다.
그런데 이번에는 꿈이 심상치 않았다. 꿈에서 로또 당첨 번호를 맞춰보는데, 아. 글쎄. 1등에 당첨된 거다. 하지만 당첨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뭔 로또 1등을 그렇게 잘들 맞추는지, 동시 당첨자가 많아서 1등 당첨금이 10억이라고 했다.
그래도 세금을 떼고 나면 최소 7억은 받을 수 있다. 그게 어디냐? 없는 살림에 말이다. 그 돈이면, 내가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평생 글만 쓰면서 살 수 있는 돈이다. 아내와 같이 그렇게 가고 싶었던 북유럽 크루즈 여행도 갈 수 있고, 따듯한 동남아 치앙마이에서 심심할 때마다 한 1년은 살다가 와도 여유 있는 돈이다.
가끔은 친한 문인들을 초대해서 조촐하게 한우 투뿔뿔 안심 안주에 술도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다. 내가 출간한 책도 와장창 사서 주변에 나누어 주고, 도서관에 기증도 할 수 있는 돈이다. 아, 돈이 그렇게도 위력이 있다. 꿈속에서도 돈의 위력을 한껏 즐기다가 잠에서 깼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 앞 복권 판매점에 가서 사장님께 1등짜리 복권 1장만 달라고 해서 지갑에 고이 모셔 두었다. 이제 토요일만 되면 고생 끝이다.
그리고 어제 다시 꿈을 꾸었다.
꿈속에 아내가 전화를 받았는데 은행에서 나에게 온 전화였다. 복권에 당첨이 되었는데, 왜 돈을 찾으러 오지 않느냐는 거였다. 이번에는 당첨금액이 조금 적었다. 4억이었다.
그래서 이 꿈이 지금 내가 지난번에 사둔 복권이 당첨되는 꿈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복권 판매점을 그냥 지나치려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로또를 한 장 샀다. 만일 이번 꿈이 새로운 계시라면, 그런데도 복권을 사지 않아서 당첨의 기회를 날린다면 얼마나 아쉬울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복권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그런 데다가 지난번 복권 10억과 이번 복권 4억이 당첨되면, 그 얼마나 좋겠냐? 이번에는 지방에 한적한 마당 있는 주택을 사서 내 창작 집필실로 이용하다가, 나중에 내가 죽으면 “정이흔 문학관”으로 만들어서 평생 내가 창작한 작품을 전시하고 싶었다.
문학관 관장은 이미 딸에게 기회를 주기로 예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있었으므로, 문학관을 짓는 문제는 내 딸, 윤소흔 작가가 알아서 할 것이다. 아, 생각만으로도 황홀한 계획이다. 확실히 이런 상상은 생활에 활력을 준다.
저녁에 TV를 보다가 복권 당첨 번호 발표 시간을 놓쳤다. 하긴 늦게 확인하면 어떤가? 당첨된 당첨금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일단 왕교자 만두를 프라이팬에 지졌다. 소주 1잔에 두 개씩이다. 반 잔에 하나. 그렇게 10개를 지지고, 소주병과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일단 경건한 마음으로 소주를 1잔 마시면서 당첨 번호를 조회했다. 이제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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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꿈이었다. 이런...
다음에는 돼지와 용이 어깨동무하고 똥통에서 뒹구는 수준의 꿈을 꾸기 전에는 복권에 당첨된다는 길몽을 믿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