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주위에는 치킨 가게가 많다
치킨을 못 먹어 죽은 귀신의 위령소 같은 동네다
닭도 영혼이 있을까?
닭의 영혼은 어디를 헤매고 있는지 궁금하다
털이 뽑히고 내장이 제거된 후
얌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면
마트와 삼계탕집과 치킨집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닭의 영혼도 육신이 가는 곳으로 따라다닐까?
허공에 떠서
인삼과 밤과 대추와 찹쌀로 배 속을 채우는 것을 보거나
토막으로 잘린 채 펄펄 끓는 기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묵묵히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다가 간혹
자기의 육신을 섭취한 인간의 꿈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닭의 영혼 존재를 믿지 않는다
닭의 영혼이 사람의 꿈에 나타날 확률은
아마 복권에 당첨될 꿈을 꿀 확률의 수백 분의 일도 안될지 모른다
그래서 닭의 영혼이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오늘도 치맥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치맥을 즐기기에 앞서
문득 닭의 죽음을 애도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