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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May 21. 2024

풍성마트

어디 배달 오셨나 봐요 어느 마트에서 오셨나요 네 아 저기 풍성마트에서 왔어요 거긴 배달 직원이 많은가요 다섯 명이예요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빨간 조끼의 사내가 뭘 별 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귀찮은 얼굴로 대답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왜 말을 거냐는 투다 배달원의 얼굴에는 언뜻 보아도 피곤함과 귀찮음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모른 척하면서 한 마디 더 물었다 하루에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는데요 배달원은 역시 변화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말 집요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열두 시간이에요 중간에 점심시간이랑 휴식 시간이 조금 있고요 월급이 얼마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하루에 열두 시간이나 붙잡혀 있어야 하는 일이라면 어차피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 나이 육십이 넘으면 할 일이 만만치 않다더니 정말 그랬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에 열두 시간이라니 아무리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도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운전직이야말로 운전면허증만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언제라도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일찌감치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나중에 여차하면 택시 운전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따 두었는데 그 여차하면이라는 상황이 닥쳐도 그렇게 쉽게 택시 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그나마 작년까지 용달차를 운전했던 가락이 있기에 마트 배달 일을 할까 알아본 것이지만 이제는 정말 운전 일은 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 주머니 구석에 비상금처럼 감춰두고 가끔 꺼내 보았던 마트 배달 일자리는 이제 더 이상 간직할 필요가 없었다 풍성마트 일자리도 저 정도인 것을 보면 조금 더 가서 있는 한아름마트의 배달 일자리도 근무 조건은 비슷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큰소리를 치곤 했지만 이제 최후의 그 마트 배달 일자리마저 나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 되어 버린 셈이다 물론 정말 배가 고파 봐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않으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 운전직 말고도 할만한 일거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오늘도 구직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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